신아연의 영혼맛집 918
참 기가 막히네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요, 제가? 교토에서 찍어온 사진이 통째 없어졌습니다. 최근에 사진을 정리한 적도 없는데 어째 이런 일이... 제가 뭔가를 잘못 조작했겠지만 기억조차 없네요.
지난 주에 청수사의 세 가지 물 이야기를 한 후 글을 이어가려고 보니 사진 창고가 텅 비었네요.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도, 휴지통을 들쑤셔봐도 모조리 없어졌네요. 머리가 하얘지는 멘붕상태에서 겨우 정신을 수습합니다.
하는 수 없이 교토 투어를 여기서 중단해야겠습니다. 실상 하고 싶은 이야기의 1/3도 못했는데... 사진이 있어야 기억을 더듬으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스마트폰 갤러리에 교토 사진이 원형 탈모처럼 빠져있고, 다른 사진도 군데군데 마른 버짐처럼 사라졌습니다. 치매에 걸리거나 기억상실증이 생긴다면 아마도 머리 속이 이런 상태이지 싶네요. 바람 든 무처럼 기억이 숭숭 빠져나가 아무리 복원하려고 해도 복원할 수 없는.
저는 거의 모든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것에 '자동반응'을 합니다. 24시간의 바늘땀이 매우 촘촘한 편이지요. 그러다보니 교토 사진을 잃어버린 것이 더욱 애닮습니다. 사진과 함께 글도 더 이상 쓸 수 없으니...
제가 동행들을 통해 사진을 몇 장 얻을 수 있다면 듬성듬성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방법이 없네요.
전에 해 본 적 없는 경험을 통해 또 배웁니다. '상실'을 배웁니다. 우리는 결국 모든 것을 잃어갑니다. 제가 지금 소중한 사진을 잃고 가슴 아파하듯이, 그렇게 잃고 또 잃어가다가 궁극에는 잃음에 아파하는 나 자신을 잃게 되겠지요...
'내 안의 빈의자' 4월 만남 날짜 올립니다.
4월 12일(금), 26일(금) 저하고 데이트 하실 분, 계실지요? 저의 옆 의자 비워 놓고 기다리겠습니다. ^^
2월의 데이트는 참 즐거웠습니다. 3월 데이트도 설렘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