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청수사의 공동묘지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마침 어젯밤 <피디수첩>이 방영되었습니다. '나의 죽음에 관하여'. 청수사의 빼곡한 묘지 앞에서 '나의 죽음에 관하여' 생각하던 것과 매우 공교로운 타이밍에.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제작진과 미리 인터뷰를 했음에도, 제 책 <스위스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의 경로를 따라가는 방송을 보면서 그날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라 숨이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3년이 지났음에도 고인의 아들, 조카 등 함께 했던 일행, 묵었던 호텔, 마지막 만찬, 조력사 시행 장소, 돌아가시기 전 나눴던 생애 마지막 대화 등, 무엇하나 빛바래지 않고 기억과 마음에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게다가 제 손목에는 돌아가시기 3 시간 전, 스위스에서 고인으로부터 선물받은 시계가 늘 감겨져 있기에...
더구나 어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던 터라, 우리나라 안락사(조력사) 입법화 사안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을 느낍니다.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저자신아연출판책과나무발매2022.08.26.
어제 방송을 보고 놀란 것은 고인의 얼굴이 공개되었다는 점입니다. 그간 여러 차례 신문과 방송에서 이 주제를 다뤘지만 한 번도 돌아가신 분의 얼굴이 노출된 적은 없었거든요. 얼굴 노출이 다 뭡니까. 가족이 조력사 한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도 되는지조차 판단이 서질 않아, 다녀와서 책까지 쓴 제가 유족들로부터 껄끄러운 존재가 되었더랬지요.
그랬는데 어제 방송에서 유족 대표가 사진을 공개한 걸 보면서 내심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게 된 거구나, 나하고도 이제 좀 더 편해질 수 있겠구나'하는. 그럼에도 여전히 '허모'씨로 칭할 뿐, 이름은 밝히지 않고 있었습니다.
차츰차츰 공론화가 되면 고인의 이름도 공개되고 저도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요.
조력사 시행 직전, 저와 함께 찍은 고인의 사진입니다. 저는 이 사진을 갖고 있지 않아서 어제 방송에 나오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잡은 손의 온기가 오롯이 느껴질만큼. 돌아가신 후 지금 입고 있는 검정 점퍼가 대기실에 곱게 개켜져 있던 것에 몹시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아래는 방송 첫 장면에 나오는 이명식 님입니다. 이 분은 제 독자입니다. 날마다 저와 소통하고 계시죠. 며칠 전에는 카톡으로 좀 다퉜습니다. 그러다 제가 다음 달에 살고 계시는 제주도로 찾아뵙겠다고 하고 일단은 휴전 중입니다.
이 분과 저의 인연도 사고 당한 직후부터입니다. 저더러 스위스로 함께 가 줄 수 있겠냐고도 하시죠. 왜냐하면 저는 호주 국적자니까 동행해도 한국에서 자살방조죄로 처벌받지 않으니까요.
이명식 님을 생각하면 착잡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정입니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네요. 의료윤리연구회 6대 회장이자 명이비인후과 문지호 원장님의 말씀도 귀담아 들어야 하니까요. 문원장님도 제 아침 글 독자시죠.
일단 방송을 보신 후 내일 더 이어가겠습니다. 조력사 입법화가 본격적으로 공론화 되어야 한다면 제 블로그에서 먼저 시작해 보죠.
저는 2021년 8월 26일, 스위스 조력사 현장을 직접 봤고, 이후 하나님을 만남으로써 조력자살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게 되어, 압도적인 숫자인 찬성 여론의 테러에 시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https://youtu.be/FcgD79tYHFA?si=yGSZoYGAwesSsI7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