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6
금요일이면 한 주에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바닥난다. 더구나 이번 주는 이미 한도를 초과했다. 실은 매주, 매달이 그렇지만. 그나마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겨우 꾸려갈 수 있는데 요즘 들어 만남이 잦아졌다.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카페에서 책을 읽지만 이렇게 돈이 없는 날은 서울역 대합실처럼 넓은 카페로 간다. 커피나 음료를 시키지 않아도 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숫제 서울역으로 갈 때도 있다.
오늘 생활비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찬찬히 계산해 보았다. 더 이상 카페에 가서는 안 된다. 또 이제부터는 싸구려 식당에서만 끼니를 때워야 한다. 하루에 2프랑 반 이상을 쓰지 않아야 하는데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난 도박은 하고 싶지 않다. 이번에도 잃게 된다면 내겐 이번 달 생활비가 한 푼도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에드바르드 뭉크 『뭉크뭉크』
그의 육필원고지 사방 여백 곳곳에는 작은 숫자와 덧셈, 곱셈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것은 매당 원고료를 계산한 흔적이다. “지금까지 몇 장 썼으니 얼마 벌었다.”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의 소설에 유난히 돈 이야기가 많은 걸로 보아 도스또예프스키는 돈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입만 열면 돈 타령이요, 매사 돈을 밝히는 궁기에 쩐 대문호의 민낯을 대하기가 어색하고 민망하지만 진실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 신아연 외 4인 『다섯 손가락』
보라,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뭉크도, 도스또예프스키도 평생 돈에 시달리며 절규했다. 물론 절제하지 못하는 예술가 특유의 충동적 기질이 한 몫을 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의 정신과 영혼을 오염시키지 않는 길은 가난이 왕도다. 숙명까지는 아니라도 모름지기 예술가는 가난해야 한다. 가난하기로 치자면 나도 만만치 않다. 내가 무슨 대단한 예술가는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