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갈취 미수사건

신아연의 영혼맛집 938

by 신아연


어느 새 4월이 되었네요.



어제는 3월의 마지막 날이자 부활절이었죠.



'나는 예수께서 고귀한 피값을 치르고 다시 태어난 사람'이란 감격으로 과부가 가진 것을 다 넣듯이, 딴에는 헌금도 제법 많이 하고 온정성으로 부활절 예배를 드린 후, 새롭게 살겠다고 각오로 도서관을 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신문에 날 만한 일을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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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혜교회






제게 도서관은 태아에게 자궁 같은 곳이자 미숙아의 인큐베이터 같은 곳이죠. 호주에서 한국으로 되돌아 온 2013년 이래 슬프고 외롭고 두렵고 막막할 때, 돈 없을 때, 갈 곳 없을 때 그곳엘 가면 위로와 해결이 되었더랬지요.



'그 사람' 일을 겪은 후 요즘 다시 도서관엘 갑니다. 저를 한국에서 추방시키는 것이 목적이라 끝장을 보겠다며 악랄하게 구는 통에 생활비가 반으로 준 데다 관동대학살 관련 책을 내지 못하게 된 후 다시 도서관에 파묻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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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교회에서 곧장 도서관으로 갔던 거죠.



책을 펴고 앉았는데 20대로 보이는 청년 하나가 제 주변을 알짱거렸습니다. 정신이 약간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 우리 주변에 더러 있지요.



'자리를 옮길까, 옮겼는데 따라오면 소용없잖아, 내가 다른 자리로 간 후 대신 내 옆의 젊은 아가씨를 귀찮게 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도 10분 정도 지나니 그 상태대로 또한 익숙해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네요. 제가 보는 책을 만져봤다가, 안경집을 가지런히 놓았다가, 책상 위에 둔 제 스마트 폰에 고개를 꺾어 눈높이를 맞췄다가... 계속 주변을 맴도는데도 별 경계를 하지 않았던 것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청년이 가여워서 받아준다는 생각만 했을 뿐. 마치 함께 놀아주지 않는 엄마의 주의를 뺏는 어린 아이의 작은 심술 같다는 생각이었을 뿐.



저는 좀 이상한 면에서 인내심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많이 이상합니다.



지금 당하고 있는 그 사람 사건도 지나치게 관대하고 (그러니까 더 날뛰고), 가정폭력도 너무 오래 견뎠고, 어제 그 일도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저럴까, 나쁜 게 아니라 아파서 저러는 거다, 그러니 감싸 줘야 한다, 나조차 모질게 내치면 저런 사람들은 어디에 붙어서 살 수 있나', 뭐 이런 생각이 작용하는 겁니다. 나를, 나의 신변을, 나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기 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설이 이리도 기냐고요? 답답하고 짜증난다고요?



죄송합니다. 이제 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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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kshar_dave, 출처 Unsplash





그러던 청년이 책상 위에 놓아 둔 제 스마트폰을 잽싸게 나꿔챘습니다. 눈 깜짝할 새의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스마트폰을 노린 일련의 수상쩍은 행동이었는지, 온전치 못한 정신에서 비롯된 충동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스마트폰을 뺏기지 않으려는 60대 아지매와 뺏으려는 20대 청년의 막무가내 육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혈기왕성한 젊은 청년의, 그것도 정신 이상자의 기괴한 힘이 함께 실린 거대한 공포가 덮쳤지만 저 또한 죽기살기였습니다. 차라리 돈이면 모를까 스마트폰을 갈취 당하는 일은 너무 끔찍하니까요. 그 안에 원고가 있고, 사진이 있고, 모든 자료가 다 들어있으니까요.



만약 범인(이제는 범인으로 호칭)이 흉기를 갖고 있었다면 저는 크게 다치거나 어쩌면 죽어서 진짜로 신문 사회면에 "부활절날 서울 도서관에서 독거 노인 신모씨(61)가 젊은 괴한에 찔려 어쩌고 저쩌고..."하고 났을 거예요. 부활하신 예수님이 도우신 거지요.



도서관 마룻바닥에서 엎치락 뒤치락, 스마트폰이 한 번은 그 놈 손에, 한 번은 제 손에 들어왔다 다시 튕겨 나갔다, 마치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서로 쥐려고 엉겨뒹구는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되었지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제가 이겼습니다. 저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20대 남자를 제압시킨 60대 여자의 힘이라니! 제가 젊어서부터 제대로 훈련을 받았다면 여형사가 되었을 것 같아요.^^



상황이 종료되자 그제서야 도서관 책임자와 보안관이 달려왔고요.



도서관에 있던 사람들 어느 누구도, 한 사람도 저를 도와주지 않았고요. 자기 자리에 꼼짝달싹 않고 앉아서 숨 죽이고 구경만 했고요. 어쩌면 스마트폰으로 꼴사나운 난투극 촬영을 했겠지요.



이야기는 내일 이어가겠습니다. 실은 제가 지금 온몸이 맞은 듯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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