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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연 Jun 13. 2024

인간실격


'나는 그러면 안 된다. 세상 사람 다 그래도.'



요즘 자주 다짐하는 마음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씨알재단인지 씨발재단인지(오죽하면 아침부터 욕설을!)에 하도 시달리다보니(어제도 온종일) 환멸로 구토가 올라와 사람에 대한 믿음과 선의에 의심이 드는 제 마음이 두렵고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나까지 사람다움을 잃을까봐, 그런 인간들에 물들까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란 책 제목이 자주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시장통의 그악스러운 여편네마냥 머리채를 쥐어 잡고, 주둥이에는 서로 쌍욕을 물고 똥통에 뒹굴고, 찢어진 옷 틈새로 젖가슴, 허벅지가 드러난 채 봉두난발, 만신창이가 되곤 하는 제 몰골은 차라리 괜찮습니다. 좀 쪽팔리고 말뿐, 싸움에 정석이 있나요, 어디? 있다면 삼십육계가 모두 정석이니 그렇게 꼴사납게 싸워야 할 때도 있는 거죠.  



아무리 웃기는 짬뽕이라해도 명색이 재단이라는 곳의 사무국장이란 사람이 양아치도 그런 양아치가 없어요. 주둥이만 열면 욕설이니 저도 욕설로 대응할 밖에요. 



그런데 씨알 사무국장보다 더한 종자들이 제 옆에 있습니다. 



이건 아예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보다 더한 경우를 제가 당하고 있으니 원. 게다가 목사들한테서 당하고 있으니 비유가 아니라 직격다큐죠.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란 강도를 만나 옷이 벗겨지고, 두들겨 맞고, 반죽음으로 길에 버려진 한 행인에 대한 것이다. 첫번째는 어느 목사가, 그 다음에는 스스로 교양있는 척하는 사람이 발견하게 되지만 둘 다 못 본 척 그냥 지나간다. 마지막으로 한 사마리아인(천대받고 무시당하는 계층)이 그 사람을 돕는다는 내용.



저 또한 씨알재단 대표 김원호와 사무국장 이**에게 두들겨 맞고 옷 벗겨지고 있었지요. 



반죽음이 되어 널부러져 있었던 이야기 속 사람이 아니라 저는 자기들 바로 눈 앞에서, 현장에서 그 꼴을 당하고 있음에도, 팔짱 끼고 나 몰라라 구경만 하더라고요. 씨알재단에서 저와 함께 공동작업을 하는 목사 둘과 재단 이사라는 사람 하나가. 



나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지만 자기들하고 관계 없는 일이라며 냉정하게 뿌리쳤습니다. 



참다참다 "너거들도 인간이냐고, 그러고도 목사냐"고 제가 한 소리 했지만 돌아온 건 비웃음과 냉담뿐이었죠. 자기들은 상관없는 일이라는 무언을 통해. 인간으로서 실격자들입니다. 



그 지옥을 겪으며 '나는 그러면 안 된다. 저렇게 나쁘게 행동하면 안 된다. 그리고 저런 처지의 사람을 반드시 도와야 한다. ' 제가 다짐한 말이 이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쓰러진 어떤 중년 남자를 응급처치해서 도와준 적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빙 둘러 구경만 하고 있을 때.  



다른 분명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내일 계속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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