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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연 Jun 18. 2024

문재와 문제

990 신아연의 영혼맛집


어제 저는 모처럼 즐거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저를 후원해 주시는 분들과 맛난 저녁과 함께 이바구가 흥겨웠지요.  



어느 방송 CM송처럼 '만나면 좋은 친구들'입니다.^^ 



"이만한 문재( 文才)가 밥을 굶는다면 대한민국에 문제(問題)가 있는 것이다." 



제가 11년 전 옷가방 두 개만 들고 돈 100만원으로 한국살이를 시작했을 때 저를 향한 이런 말씀으로 제 '문재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주신 후원자가 있습니다. 그분도 어제 만났습니다.  



제가 그런 말씀도 드렸어요. 이제는 아들들이 도와줄 수 있다고. 그랬더니 그건 집안 사정이니 모자들 간에 알아서 하고, 우리는 한국의 문재를 아끼는 것이니 그냥 도움 받으며 쓰고 싶은 글을 쓰라고.     



얼마나 감사한 말씀인지요! 



하지만 제가 문재는 무슨 문재인가요. 그저 문제일 뿐이죠. ㅎㅎ



제가 진짜 문재였으면 지금쯤은 두각을 나타내고, 글을 써서 먹고사는 전업작가가 되었어야지요. 씨알재단 사무국장이 늘 제게 비아냥대듯이 블로그 글이나 끄적이는 주제에 작가는 무슨 작가며, 입에 풀칠도 못하는 글이 무슨 글인가요. 



제가 글로 생계를 못 꾸리는 건 사실이지만, 블로그에 쓰든, 원고지에 쓰든, 손바닥에 쓰든, 심지어 똥 닦은 종이에 쓰든 그건 제 선택의 문제일뿐이건만. 









하재열 작가의 '심상'







대화 끝에 죽음 이야기가 나왔고 "신 작가가 안락사는 하지 말라고 하니까 하지 말아야지." 이러시는데, 마치 제가 보험 아줌마라서 보험 한 건 성사시킨 것 마냥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안락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평소 생각했는데, 신아연 씨가 반대하면 그 말이 맞을 거야. 나도 이제부턴 반대야." 이런 말씀을 하신 독자도 계시죠. 



한 발 더 나가 그 분이 "신아연 씨가 믿는 하나님이라면 나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신아연 씨는 신뢰할만한 사람이니까." 이러시는 거예요. 보험 아줌마 대박 터진 거죠. ㅎㅎ 



그렇습니다. 단 한 명에게라도 제 맘이, 제 말이, 제 삶이 맑고 정직하게 공명한다면 글 쓰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 작은 보람이 있겠지요. 비록 멋진 글을 써서 보답하진 못하지만, 마냥 밑빠진 독에 물 붓기만은 아닌, 후원해 주시는 분들께 아주 면목이 없지는 않겠지요. 



'나는 그러면 안 된다. 세상 사람 다 그래도.' 



나는 뭘 그러면 안 되고, 세상 사람은 뭘 다 그런다고라?



나는 사람답게, 정직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나를 아끼는 후원자들과 독자들이 계시니. 세상 사람들 다 안 그런다 해도 나는 아름답게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하는 후원의 밤, 상쾌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더 좋았던 여름밤이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남송교회 김명국 목사님과 나누었던 제 아들들과의 회복 대화, 부모 자식 간의 용서와 사랑의 대서사, 죽었던 관계가 다시 살아난 생명 이야기, 때가 되면 제대로 들려드릴게요.









하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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