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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연 Jun 27. 2024

나의 재판일지(1) 혹시 변호사인가요?


어제 씨알재단(이사장 김원호)과의 재판 잘 받고 왔습니다. 



세상은 넓고 경험할 일은 많네요. 재판 풍경만으로도 한, 두 달 글거리가 너끈할 것 같으니까요. 



그 가운데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요. 하고 싶은 말이 앞다투어 튀어나오려고 하니 이럴 때는 차라리 시간 순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날도 온 종일, 어제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재판 시각 10시 15분까지 한 틈도 쉬지 않고 법정 답변 준비를 했습니다. 배우가 대사를 외우듯 아예, 통째 내용 전부를 머릿 속에 집어넣고, 도와주시는 변호사님과 함께 족집게 과외하듯이 판사가 할 예상 질문까지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재판은 신속히 끝날 것이며 우리 예상대로 될 것이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는 변호사님의 완전한 도움도, 끊임없는 격려도 이제는 가슴 속에만 품은 채 법정에는 오롯이 혼자 서야 합니다. 문득 두려움과 외로움이 엄습했습니다. 



무슨 '세기의 재판'이라도 된다고 원.



하지만 재판은 게임이라고 했으니 일단 게임에 임할 자세는 만반으로 갖춰야죠. 








법정에 지고 갈 자료 보따리가 엄청 무거웠지만, 옷이 구겨 질까봐 어깨에 매지도 못하고 (판사 앞에서 최대한 단정하고 진지하게 보이기 위해, 그리고 저의 결백을 상징하기 위해 흰 셔츠를 입었는데 가방 끈에 눌려 어깨가 구깃구깃해지면 효과가 반감되니까요)손에 그러쥐고 낑낑대며 도착한 서초동 소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가 가야 할 곳은 동관 3번 법정 374호실. 저는 아주 넉넉하게, 재판 시간보다 한 시간도 더 일찍인 9시에 도착했습니다. 법원 환경에 익숙해질 시간을 마련하고, 현장 분위기에서 다시 한번 답변서를 숙지하게 위해. 








살며시 문고리를 돌려 보았으나 재판정 문은 아직 닫혀 있었습니다. 씨알재단 소송 건이 첫 사건이니 당연하겠지요. 저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습니다. 



재판정 복도에서 소명자료와 답변서를 읽으며 대기하고 있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저더러 '변호사'냐고 물었습니다. 



"아니요, 저는 피고입니다."라고 대답하면서 내심, '내가 그래도 죄나 짓고 다닐 사람으로는 안 보이나 보구나.' 하며 안도했습니다. 제가 말했지만 '피고'라는 말의 묘한 뉘앙스가 밥알에 섞인 뉘처럼 껄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질문을 바꿔 게임 결과는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법정을 나선 후의 제 표정으로 대신 답할게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번 판은 압승이었지요. ^^



하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끝날 때까진 끝나지 않은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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