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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연 Jul 01. 2024

바람 필 생각도 없는 사람을

나의 재판일지(3)


오늘 저녁에 저를 꼭 닮은 붕어빵(둘째 아들)이 호주에서 한국을 옵니다.




영국 런던으로 거처를 옮겨가면서 한국을 경유하여 엄마를 보고 가겠다며. 


오늘밤은 인천공항 인근 숙소에서 붕어빵과 오롯이 보낼 예정입니다. 다음날 오전 런던 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고작 하룻밤이지만 가슴이 터져나갈듯 벅찹니다. 




11년 전 남편과 헤어져 한국에 돌아온 직후 붕어빵이 2.5평 고시방으로 저를 찾아왔더랬지요. 




코가 닿을 듯 작은 방에 둘이 마주 앉아 "엄마, 내가 이담에 넓고 좋은 방으로 옮겨 줄게요. 편하게 글 쓸 수 있는 방으로. 그리고 우리 집안은 내가 살릴게요."라며 눈물 젖은 눈길을 감추기 위해 짐짓 주머니를 뒤져, 한국 왔다고 친척들한테서 받은 용돈을 저를 주려고 주섬주섬 꺼내놓았던 것에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붕어빵은 그때 학교를 막 졸업했을 무렵이었고, 이후 10년, 하루를 48시간으로 달리며 호주 사회에 우뚝 섰고 이번 달 15일이면 영국 런던의 로펌으로 출근합니다.  




"엄마, 내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거와 같아, 이 로펌에 들어간 건. 엄마아빠가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에서 호주로 이민왔듯이 나도 더 좋은 삶을 찾아 호주에서 영국으로 가는 거예요."




지난 5월, 붕어빵은 합격 통보를 받은 벅찬 감격과, 성큼 이룬 성취의 기쁨을 이렇게 저와 나눴습니다. 








자기 아빠, 엄마가 더 나은 삶을 찾아 호주로 왔을 거라는 붕어빵 말이 가슴을 찌릅니다. 더 나은 삶은 고사하고 저와 전남편은 더 싸우기 위해 호주로 갔던 것 같으니까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부모싸움에 죽어나가는 건 자식들이죠. 부부가 싸우느라 '두 마리 새우'가 어디로 떠내려 갔는지도 몰랐으니까요. 




어디로 떠내려가 뭘 먹고, 어떻게 사는지도 몰랐는데 둘 다 '왕새우'로 몸집을 불려 자기 삶을 너끈히 꾸려가고 있으니, 오직 미안하고, 그저 고맙다는 말 외에는 아무 할 말 없는 부모입니다.  




그건 그렇고, 저의 재판일지가 연재 2회만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보는 것 같다며 재미있어 하시네요. ^^




아닌 게 아니라 저의 이번 재판 체험을 책으로 내볼까 합니다. 제가 당한 억울하고 부당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참에 제 재판의 쟁점이 된 '저작권법'에 관해 제대로 공부하여 법에 관한 지식을 일상에 녹인 '피부에 와 닿는 법이야기'를 써볼까 하는 거지요. 










 "피고 신아연 씨는 왜 이 자리에 불려 왔다고 생각합니까?" 




피고이름을 김아연으로 하냐, 신아연으로 하냐로 약 5분 간 조율이 오간 후, 드디어 심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람 필 생각조차 없는 사람한테, 너 바람 필거지? 내가 너 바람 필 날짜까지 알고 있다. 그러니 바람피지 못하도록 법으로 단도리를 받겠다며 원고 씨알재단(이사장 김원호)이 저를 법정까지 끌고 왔습니다. 판사님 앞에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바람 필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아니, 왠 바람? 신아연이 재단 이사장과 치정에 얽혀 고소당한 건가? 하시겠네요.ㅎ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지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재판 개시부터 판사는 "이런 일은 고소할 거리가 못 된다."고 전제하며, 그러나 신고가 들어온 이상 출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경찰처럼, 접수가 된 이상 심리(審理)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 바로 합의를 권했습니다.   




제가 압승이라고 한 것은 그런 의미입니다. 씨알재단이 말 따위도 안 되는 짓거리로 시비를 걸어 기어코 저를 법정에까지 끌고 왔지만, 판사로부터 들은 첫 마디가 "말도 안 되는 소송이니 보따리 펼칠 것도 없다, 그러니 합의하고 끝내라."였다는 점에서. 




판사의 제안에 재단 측에서는 냉큼 그러겠다고 했지만, 저는 싫다고 했습니다. 합의해 줄 의사가 없다고 했습니다. 제 쪽으로 칼자루가 쥐어진 이미 이긴 재판이니 합의를 해 주더라도 고양이 쥐 갖고 놀듯 한 후에 해 주려고. 




그래서 판사 앞 저의 첫 마디가 "바람 필 생각도 없는 사람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운운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붕어빵 사설'이 길어 재판 일지가 너무 짧게 끝났네요. 그리고 내일 글은 쉽니다. 붕어빵과 함께 오늘밤을 밖에서 자게 되니까요.  '신아연의 재판일지', 3일, 수요일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와 격려로 항상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재열 작가의 '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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