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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누라는 내꺼! 그것이 선(善)

나의 재판일지(25)

by 신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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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 네 것 구분해 주는 것이 법이자 정의'라고 말했습니다.




"법은 '2진법'입니다. '내꺼, 아니면 니꺼. 그렇게 내꺼, 니꺼 구분해주는 것이 법이고, 내꺼가 너무 적고 니꺼가 너무 많을 때, 거꾸로 내꺼가 너무 많고 니꺼가 너무 적을 때 고르게, 균형있게 나누는 것이 정의입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는 '내 것과 네 것에는 어떤 것이 있나'를 살펴보겠습니다."




라면서 지난 주 글을 맺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법이란 '내꺼, 니꺼 나누는 것', 정의란 '나누되 공정하게 나누는 것'입니다. 매주 목, 금요일마다 이 말을 귀가 따갑게, 아니 '삶이 따갑게' 듣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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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지난 글(24회차)에서 피드백을 여럿 받았습니다.




법은 '내꺼, 니꺼 구분하는 것'이란 말이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지금껏 알고 있었던 법에 대한 정의와는 사뭇 다르게 들릴 뿐더러 긴가민가, 까리까리하면서도 개념이 명쾌하게 포착되었던 같습니다.




여러 피드백 가운데 하나를 나눠볼게요.




"내 것, 네 것이 평화롭게 나눠지면 정의로운 사회이고, 정의가 구현된 사회에서 사는 건데... 법의 심판이 내 것, 네 것 구분해 주는 것만이고, 선악을 판단해 주는 게 아니라면 이미 잘못된 세상이 되어버린 거죠."




이러한 독자 말씀에 대해 이렇게 답해 볼까요?




"법에서 말하는 선악은 행위에서 오는 선악 개념이 아니라, 즉 어떤 '행위'가 선하다 악하다는 뜻이 아니라, '분배'가 선한가 악한가를 나누는 개념입니다. 분배가 올바르면 선이고, 치우쳐 있으면 악인 거지요. 내 것인지, 네 것인지 구분과 분배가 잘 되어 있다면 선, 제대로 안 되어 있다면 악입니다. 가령 나의 어떤 물건을 내가 부수는 행위 자체는 법적으로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에요. 왜냐하면 내 물건은 내 맘대로 부수고 깨뜨릴 수 있으니까요. 내 것(선)에 속하니까요. 그러나 타인의 물건을 부수는 것은 악입니다. 그 행위가 악해서가 아니라 내 것에 속하지 않은 것(악)을 내 맘대로 했으니까요."




어떤가요? 도움이 되었나요? 아니면 여전히 모호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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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법에서 말하는 선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규범이나 개인 양심 차원의 선악개념을 일단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아무개는 참 착하다, 우리 모두 착하게 살자' 이런 뜻이 아니라니까요.




법적 선악은 '내꺼, 니꺼 명확히 나누는 것, 명확히 나누면 선, 불명확히 나누면 악'이란 걸 '삶이 따갑게' 각인하셔야 합니다.




가령, 아내나 남편이 바람을 폈다고 합시다. 그 행위가 악하다고 비난하기 전에, 아내와 남편은 각자의 배우자와 '법률적 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즉, 내 마누라, 내 남편은 내꺼지 남꺼가 아닌데 남이 차지했으니 악한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내꺼, 니꺼' 개념이 크게 두 가지로 갈립니다. 즉, 물건이 내꺼인 것과 사람이 내꺼인 것의 차이가 있단 말이죠. 배우자가 바람을 폈을 때 내꺼 뺏겼다고 두들겨 패거나 동네방네 망신을 줘서는 안 되는 것도 그 차이 때문입니다.




내 핸드폰이 내꺼라는 말과, 내 마누라, 내 남편이 내꺼란 말은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내일은 그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지금 저는 '내 것과 네 것에는 어떤 것이 있나'를 설명하는 중입니다.




오늘, 성남아트리움에서 K문화독립군의 간토대학살 101주년 진혼 공연이 있습니다. 무더위 가신 초가을밤, 독자 여러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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