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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내꺼, 물건내꺼

나의 재판일지(26)

by 신아연


법은 내꺼 니꺼 나누는 거고, 정의는 내꺼 니꺼가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고 올바르게 나눠지는 거라고 했지요.



어제 글에서 제가 한 가지 표현 오류를 저질렀습니다. 바로 고치려다가 잘못 자체가 또한 공부가 될 수 있기에 그대로 뒀습니다.



법적 선악은 '내꺼, 니꺼 명확히 나누는 것, 명확히 나누면 선, 불명확히 나누면 악'이라고 했는데, '명확히'에서 문제가 생긴 거지요.



'명확히'를 '정의롭게'로 수정합니다.




명확히 =>정의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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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명확히'가 '정의롭게'와 다른 이유는, 시대에 따라 '명확히'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가령 군주사회에서는 왕이 왕창 가지는 것이 '명확한' 거죠. '명확한 분배'인 거죠. 백성은 죽어라 일하고도 다 뜯기지만 당시엔 그게 '명확한 분배방식'이었잖아요.



그러니 명확한 것이 정의로운 것이 될 수가 없는 거지요. 가진 자가 더 가지기 위해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명확히' 법을 정할 수도 있으니까요.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내 몫, 내 것' 분배의 역사로 볼 수 있다. 고대는 군주가 세상 모든 것을 '내 것'으로 갖고 제멋대로 분배하던 시대, 중세는 봉건영주가 토지를 '내 것'으로 갖고 소작계약으로 분배하던 시대, 근대는 자본가가 자본을 '내 것'으로 갖고 노동자와 노동계약으로 분배하던 시대로 볼 수 있다. 오늘날 법도 '내 몫, 내 것'을 분배하고 있다. 내가 사는 우리나라 법은 '내 몫'을 어떻게 분배하고 있을까? 지금 내가 가진 '내 것'은 정의로운 몫인가? '내 몫, 내 것'을 정한 현행법은 정의로운가?" / 황도수 <법을 왜 지켜?> 머리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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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아래와 같이 정정합니다.



법적 선악은 내꺼, 니꺼 명확히 나누는 것, 명확히 나누면 선, 불명확히 나누면 악=> 법적 선악 개념은 내꺼 니꺼를 나누되, 정의롭게 나누면 선, 정의롭지 않게 나누면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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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다시 오늘 진도 나갑니다.



내꺼 니꺼에는 물건이 내꺼 니꺼인 것과 사람이 내꺼 니꺼인 것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했습니다. 법에서는 이 두 분류밖에는 없습니다. '사람내꺼, 물건내꺼'.



물건이 내꺼인 것은 우리 생각과 거의 같아요. 세분해서 들어가면 그것 또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게 있지만.



예를 들어 몇 달 전 도서관에서 제가, 핸드폰 강탈사건을 겪지 않았습니까. 범인과 몸싸움을 벌이며 바닥을 뒹굴었죠. 저로서야 내 핸드폰이니 마냥 내꺼인 것 같지만, 법적으론 꼭 그런 게 아니더란 거죠. 격투 끝에 현장에서 다시 뺏았으니 망정이지, 만약 범인 손에 일단 들어갔다면 상황이 고약하게 돌아간단 말이죠. 그 이유는 나중에 말씀드리기로 하고요.



오늘은 '사람내꺼'에 대해 말해 봅니다.



어제, '바람 핀 배우자'에 대한 예를 들었는데요, 내 마누라, 내 남편은 내꺼는 내껀데, 물건마냥 모조리 내꺼일 수는 없다는 거죠. 부분적으로만 내꺼라는 거죠. 단, 노예라면 가능하겠죠. 노예는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거니까요.



바람 폈다고 두들겨 팰 수 없고(왜냐하면 배우자 몸은 배우자 그 사람꺼니까), 직장으로 찾아가 망신을 줄 수 없지요. 왜냐하면 명예는 그 사람꺼니까. 간통죄가 폐지된 것도 같은 맥락이죠. 부부가 서로 내꺼라고 할 수 있는 법의 테두리가 달리 매겨진.



그럼에도 부부 중 한 쪽이 생명을 잃었다면 남은 배우자가 배상을 요구할 수 있지요.



내꺼 중에서 '생명'만큼 기본적이고 절대적이며 온전한 내꺼가 어디 있나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내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은 법밖에 없다는 믿음을 가지게도 됩니다.



어떤가요? 내 아내, 내 남편은 내꺼라는 말이 실감나지요? 제게는 그런 남편이 없다는 것이 서럽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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