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재판일지(28)
소송은 좋은 것, 나의 힘!
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재판에 이겨봤기 때문에 하는 소리만은 아닙니다. 아니, 재판에서 이겼기 때문에 하는 소리 맞습니다.
세상 온갖 더럽고 악랄한 말로 제게 멸시와 모욕을 주던 씨알재단(이사장 김원호) 이창희 사무국장의 존재 자체가 마치 올여름 폭염 사라지듯 제 곁에서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은 순전히 재판 덕입니다.
하재열 작가의 '심상'
재판의 최장점은 소모적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내가 옳네, 네가 틀렸네, 백 날 물어뜯고 싸워봤자 감정만 상할 뿐 결론이 안 납니다. 그러기에 법대로 하면 얼마나 깔끔합니까! 서로 갈등하고 있는 걸 재판정에 가져가면 내껀지, 니껀지 법이 단칼에 정해 준다니까요.
이창희는 재판에 지고난 후 너무 분해서 병이 났다고 합니다. 씨알재단은 원고 패소 후유증으로 휘청이며 갈 바를 몰라 헤매고 있는 중이고요. 그러기에 처음부터 제대로 된 소송을 했어야 했던 거죠.
주역에는 송궤가 나옵니다.
중도(中道)에 맞으면 길하고 끝까지 함은 흉하니
"송(訟)의 도는 반드시 성실이 있어야 하니, 심중에 성실함이 없으면 이는 속되고 망령됨이니 흉한 도이다. 중도를 얻으면 길한 것이요, 그 일을 끝까지 하면 흉한 것이다."
제가 어제, 우리는 왜 소송을 두려워할까, 무조건 피하려고만 할까, 그 근원적 심리, 그것이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부터도 그랬으니까요. 씨알재단으로부터 소송을 당했을 때 심장이 졸아들면서 살다살다 이제는 법정에까지 서는구나, 이를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입 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제 고질병인 설사병이 한달 내내 이어졌습니다. 소송하는 길이 오히려 살 길인 줄 그때는 몰랐던 거죠.
소송에서 이기고 난 후 법공부를 하면서 주역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끝까지 하면 흉한 것이다' 이 말이 우리 모두의 명치에 가시처럼 걸려있더란 말이죠. 거기서 출발하여 '소송은 나쁜 것이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소송에서는 져도 지는 거고, 이겨도 지는 것이다'라는 말로 부풀려지면서 오늘날 사람의 가슴팍에까지 새겨지게 된 거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역에서는 소송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 공자님은 오히려 소송하라고 했습니다.
주역에는 소송해서는 안 되는, 흉한 사람과 소송할수록 좋은, 길한 사람을 6종류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말하자면 그 일을 끝까지 하면 흉한 사람이 따로 있더란 말이죠. 씨알재단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나는 어떤 류에 속하는 사람인가, 소송에서 흉한 부류인가, 길한 부류인가'는 다음 시간에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