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붕어빵 아들과 통화를 하느라 오늘 아침 늦잠을 잤습니다. 호주는 시차가 없어 (한 시간 차이) 통화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영국은 8시간 차이가 나니까요.
그곳은 지금 일요일 밤 11시 20분, 아들은 이제 잠들었겠군요. 3개월 전, 아들이 런던으로 직장을 옮겨가면서, 엄마 아빠가 더 나은 삶을 찾아 한국을 떠나 호주로 가셨듯이, 자신도 보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해 호주를 떠나 영국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아들의 말에 뜨끔, 찔렸습니다. 솔직히 저희 부부는 더 나은 삶을 찾아 호주로 떠난 것 같지도 않고, 더 나은 삶을 일구지도 못했으니까요. 돌이켜 보면 가슴만 아픈 곳이죠.
하재열 작가의 '심상'
더 돌이켜보면 꿈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의 꿈도, 남편의 꿈도, 부부의 꿈도, 가정 전체의 꿈도 비전도 갖지 못했다는 것, 목적지가 없으니 나침반도 필요없이 갈팡질팡 우왕좌왕 헤매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난파선이 되었던 것이죠.
지난 7월 1일, 아들이 런던으로 가면서 하룻밤 저와 보내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만나 했던 첫 마디가 지금껏 생생히, 매우 강하게 저를 붙잡고 있습니다.
"엄마, 꿈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럭셔리한 일인가 말이죠!" 라던 말.
'럭셔리 (luxury)'란 말을 그렇게도 쓰는 줄 몰랐습니다. 호화롭고 안락하게 즐기는 것이란 뜻인 줄만 알았는데 '꿈을 갖는 자체가 럭셔리하다'는 말이 얼마나 럭셔리하게 들리던지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 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부모를 뛰어 넘는 자식'에 대해 말했지요. 자식이 부모를 넘어설 때 부모로서는 그때가 가장 기쁠 때라며. 가장 큰 효도의 때라며.
자식이 부모를 넘어서는 것뿐 아니라, 자식이 부모에게 없던 꿈을 심어줄 때는 어떨까요? 그 기쁨과 감격과 고마움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기쁨을 요즘 제가 누리고 있습니다.
제 집구석은 거꾸로 되어 부모가 자식에게 꿈을 심는 게 아니라 자식이 부모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네요. 이제야말로 저는 진정 럭셔리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자식 덕에 호강하게 되었습니다.
마른 뼈 같이 이미 다 죽은 이스라엘에게 뼈를 다시 맞추어 힘줄이 생기게 하고, 살이 오르며, 가죽을 덮은 후 생기를 불어넣어 다시 살아나게 하는 구약성경 에스겔서 37장 말씀이 제 삶 속에서 이루어져 갑니다.
붕어빵의 꿈의 힘은 하나님으로부터 왔기에, 붕어빵과 저는 성경을 기반으로 '럭셔리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꿈은 무엇일까요? 환갑, 진갑 다 지난 마른 뼈다귀 같은 나이의 무명글쟁이가 생애 처음 꾸는 꿈은 무엇일까요?
내일 말씀드릴게요.^^
하재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