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의 숨을 고르며

by 신아연


어제 제가 상당히 비장한 말씀을 드렸지요. 아니, 곧 드리겠다고 했지요.



작가의 양심으로, 한 인간의 연약함으로 고뇌하고 아파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저야 무명작가고 게다가 가정폭력을 당한 바보멍청이라는 오점이 워낙 선명한 사람이니 제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이래야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그 점은 오히려 편안한 마음입니다.



다만 한 인간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손 뻗으면, 맘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완전히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만은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다고 (감히, 그나마, 옹색하지만,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니 하는 수 없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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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열 작가의 '심상'





이런 결단에 이르기까지 저는 많이 아팠습니다. 가슴앓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제 지저분한 지병인 설사병과 심한 눈침침이로 연일 고생 중입니다. 악몽에 시달리다 못해 그 악몽이 하나님이 내게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가 하는 계시적 해석을 가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었습니다.



다만 '하나님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변화'이길 기도할 뿐입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정정되었다고 해서 세상을 만드시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듯. 그 생각이 더 진보하고 오류가 없는 것뿐이듯.



아, 아닙니다. 제가 하려는 결단은 보다 발전된 생각, 진보적 가치관에 닿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제가 확신할 수 없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고뇌할 필요가 없겠지요. 저는 그 정도 용기는 있으니까요.



잘못 생각한 것을 잘못 생각했다고 말하는 용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용기, 자존심 굽히고 싶지 않아서 빤히 드러난 것도 아니라고 우기지 않는 용기, 그런 덕성은 제가 있는 편입니다. 타고난 것 같습니다.



"엄마는 알고 나면 더 이상 하지 않아. 그리고 알고 나면 반드시 해. 몰랐어, 어떻게 너희들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아. 그러니 용서해 줘."



"알아, 엄마... 다시 시작해."



'엄마는 우기지 않는 사람,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 저에 대한 두 아들의 평가를 저는 소중히 여깁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고뇌하는 것은 '결이 다른 무지'에 관한 것이라 이토록 힘이 드는 거지요.



도대체 무엇 땜에 그러냐, 변죽만 울리지 말고 속 시원히 털어놔 봐라, 처음부터 말을 말든가, 되게 뜸들이네, 약 올리냐, 답답하다, 심지어 기대가 된다는 반응도 있을 테지요.



네, 말씀드려야죠. 커밍아웃해야죠. '혹시 신아연이 동성애자였나?' 라고 넘겨짚으실 필요는 없어요. ^^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타인이나 사회에 밝히는 것을 뜻한다. 의미가 확장되어 본인의 사상, 지향성, 신념, 기타 성향을 사회에 밝히는 것을 커밍아웃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커밍아웃'이란 말을 새삼스레 마음에 새깁니다. 내일은 하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꼭 할 일이 있습니다. 더 이상 함께 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내일 커밍아웃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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