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사 합법화를 위하여 3
제가 안락사(조력사)를 지지하고 우리나라의 합법화를 위해 글로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했을 때, 가장 고마웠던 말씀은 "그 마음 또 바꿔도 괜찮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경우, '마음'이 바뀐 게 아니라 '생각'이 바뀐 거지만 같은 맥락의 말씀으로 받아들입니다.
마음은 무의식 작용이지만, 생각은 의식의 확장을 통해 삶의 시선을 한 단계 씩 높이는 역동이죠. 생각이 바뀌면 마음은 저절로 달라지죠. 마음보다 생각이 변해야 진정으로 삶이 변하죠.
생각의 핵심은 주체성에 있습니다.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면 성장하지 못합니다. '주체적'이란 전제하에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삶은 정체된 것입니다.
안락사(조력사)에 대한 제 생각은 제 스스로 주체적으로 바꾼 것이기에 다른 사람 눈치를 본다거나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생각이 또 바뀔 수 있다는 것에는 자유롭습니다. 더 성장할 가능성은 죽을 때까지 열려 있으니까요. 단, 주체적이란 전제하에.
하재열 작가의 '심상'
엊그제, 새로 나온 안락사(조력사) 영화를 봤습니다. <룸 넥스트 도어>란 제목의. '옆방'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내가 죽음을 감행하는 동안 부디 '옆방에 있어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하는 내용입니다. 며칠 간 옆방에서 지내다가 어느 날 내 방 문이 잠겨 있다면 스스로 약을 먹고 떠난 줄 알라면서.
룸 넥스트 도어감독페드로 알모도바르출연틸다 스윈튼, 줄리안 무어개봉2024.10.23.
3년 전, 제 독자를 따라 스위스 안락사를 동행했을 때, 옆방 정도가 아니라 당사자의 죽음 과정을 바로 코 앞에서 함께 했기에, 저로선 영화가 시시하고 따분했습니다.
이 영화뿐 아니라 안락사 관한 모든 영화가 제게는 와닿지가 않습니다. 감동도, 충격도 전혀 없죠. 안락사 글을 쓰는 입장이니 그저 숙제 하듯 볼 뿐. 그렇지 않겠습니까. 현장을 직접 체험한 사람으로선 영화 따위가 무슨 의미랍니까.
그럼에도 이번에 본 <룸 넥스트 도어>는 제게 할 일을 명확히 상기시켰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 안락사가 합법화되기 전까진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또 동행하는 것, 앞으로도 계속 동행하는 것이 내 일이란 것을!
함께 가서 옆방에 있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영화 <룸 넥스트 도어>에서처럼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에 온통 귀 기울여주고, 마지막 숨을 거둬주는 진정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제 여생을 20년으로 어림할 때, 20년 동안 5천만 국민을 이롭게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조력사를 원하는 국민을 돕는 것도 그 중 하나일 테니까요. 안 원하는 사람은 안 원하는대로 존중하면 되는 거고요.
저는 호주국적자입니다. 자살방조라는 한국법에 걸리지 않습니다. 한 차례 동행한 경험도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스위스에 함께 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