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재판일지(34)
제가 많이 바빠졌습니다.
5천만 국민을 돕겠다고 함께 뜻을 모은 사람들과 연일 머리를 맞대느라 전엔 많았던 시간이 이제는 없고, 괜찮았던 건강도 점점 닳아가고, 원래 없었던 돈은 더 없고요.^^
그래서 죄송한 말씀 드리려고요. 제가 '집들이 번호표'를 나눠드렸는데 그거 다 '꽝'이 되게 생겼습니다. ㅜㅜ 이제는 글로 만나기로 해요, 우리. 아니면 제가 모임을 만들 때 그때 함께 해요. 집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오늘은 재판일지를 쓰는 날, 요건과 효과에 대해 보다 상세히 설명을 하는 날이죠.
'요건과 효과'는 '원인과 결과'라는 말의 법적 용어라고 전 시간에 말씀드렸죠. 법은 요건-효과가 전부입니다. 아주 간단하죠~잉.
요건- 효과를 잘 따질 수 있으면 살아가는 일이 아주 명쾌하고 개운해집니다. 요건- 효과가 불명확하거나 잘 안 따져지걸랑 재판을 하세요. 법정에서 가려 달라고 하세요. 법정에 가는 건 몸이 아파 병원가는 거랑 똑 같아요. 이 경우는 니꺼내꺼 '관계가 아픈 거'잖아요. 관계에 병이 난 거잖아요.
세상의 모든 것은 내꺼 아니면 니꺼로 나눠진다 했지요. 세분하자면 '니꺼, 내꺼, 나라 꺼' 이 세 가지 밖에 없습니다. 엄밀히는 나라 꺼도 니꺼에 속하니 결국 '니꺼, 아니면 내꺼'죠. 그리고 내꺼는 무진장 적죠. ㅜㅜ
자, 그렇다면 니꺼 내꺼를 어떻게 정하냐, 뭘 기준으로 니꺼, 내꺼를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기겠지요.
니꺼, 내꺼가 결정된 것을 효과(결과)라고 합니다.
그 니꺼, 내꺼를 나누는 판단 기준, 근거를 요건(원인)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 이해되셨지요?
끓는 물을 얻기 위해서는 즉, 효과(결과)를 위해서는, 100도 가열이라는 요건(원인)이 전제되어야죠.
제가 지난 8월에 이긴 씨알재단(이사장 김원호)과의 재판은 저작권이 쟁점이었죠. 즉, 한 편의 글이 내꺼(신아연)냐, 니꺼(씨알재단)냐를 가리는 재판이었죠. 글에 대해 니꺼냐, 내꺼냐를 일러 '저작권'이라 하잖아요.
신아연 꺼냐, 씨알재단 꺼냐란 효과(결과)를 얻기 위해, 저 신아연과 씨알재단은 요건(원인, 그 이유)을 법정에 제시해야했던 거죠. 판사는 양측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요건 제시가 더 합리적인 쪽의 손을 들어주게 되는 거고요.
저는 문제가 된 그 글이 제 글이라는 걸 입증해야 하고, 즉 제 측의 요건을 제시해야 하고, 씨알재단은 재단대로 합리적 요건을 제시해야 하는 싸움에서 재단이 왜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아래와 같은 이유입니다.
즉, 씨알재단이 제시한 '요건'은,
*신아연은 가난뱅이 무명작가다.
*신아연은 멍청하기 때문에 혼자 글을 쓸 수 없는 무능력자다.
*신아연은 10년을 고시방에 살면서 열등감에 쩐 여자다.
*신아연은 돈이 없기 때문에 염치도, 자존심도 없는 사람이다.
*신아연은 25년 간 남편한테 처 맞고 살아서 정신이 분열된 정신이상자다.
이런 개쓰레기 같은 소리였단 말이죠. 그러니 그 글이 자기네 재단 꺼라는 '효과'를 얻지 못할 밖에요.
물이 끓으려면(효과) 100도의 열이 가해져야(요건) 한다는 것 외엔 다른 답이 없음에도 엉뚱한 짓만 해 대는 것과 같았던 거죠.
듣다 못한 판사가 재단 사무국장 이창희를 한심히 여기며 이렇게 짜증을 냈습니다.
"이 글이 피고 신아연 꺼가 아니라는 걸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로는 입증할 수 없고, 이 글에서 신아연이 남의 글을 베낀 문장이 한 줄이라도 있다면 그거라도 제시하세요. 원고 이창희가 마련할 요건은 그거 하나밖에 없어요."
듣는 제가 다 쪽팔렸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째서 이겼을까요? 그 글이 내 꺼라는 효과를 얻기 위한 요건은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쓴 글이라는 그 자체가 요건이었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선(효과) 인간이란 이유 그 자체가 요건이듯이.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요건)로 인해 존엄한 가치(효과)를 지닌다. 인간이 존엄한 존재(효과)임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요건은 필요없다. 세상에 태어났다는 게 요건이다. 끝!
인간이라는 '요건'만으로
신체의 자유라는 '효과'를 갖게 된다.
인간이라는 '요건'만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효과'를 갖게 된다.
인간이라는 '요건'만으로
종교의 자유라는 '효과'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