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사 합법화 모색 7
어제의 독자 질문에 이어 답하겠습니다.
질문 : 안락사와 조력사, 의미가 서로 많이 다릅니까? 조력사와 안락사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답: 조력사는 자살이고, 안락사는 타살입니다.
'극심한 고통을 동반한 불치의 병'이란 조건은 같지만, 조력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며, 안락사는 타인에 의해 생명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죽는 방식으로만 따지면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지요. 자살과 타살이라는.
어제는 조력사에 대해 말씀드렸으니 오늘은 안락사를 말하겠습니다.
안락사는 살인입니다. 아침부터 껄끄럽게, 듣기 흉하게 '살인, 살인'해서 송구합니다만, 안락사는 명백한 살인이란 개념이 워낙 중요해서 그럽니다. 앞서 나눈 독자 의견도 조력사가 안락사로 둔갑할까 봐 걱정된다는 게 핵심이었죠. 안 죽고 싶어하는 사람을 '돈 때문에' 죽일 수도 있다는. 조력사가 아닌 안락사를 시킬 수도 있다는.
그러니 우리나라에 조력사가 합법화되려면 가장 철저히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조력사의 이름으로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인 거죠.
8년 전 제 어머니(84세)는 '안락사'를 하셨습니다.
2016년 추석 차례 뒷설거지를 하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골절되었고, 수술 후 자가 호흡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어머니는 곧 돌아가셨습니다.
의식이 없는 어머니가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셨을 리는 없고, 그렇다고 살아계시는 동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신 것도 아니니 어머니의 죽음을 누가 결정했겠습니까. 유족들, 자식들이 했지요.
그러니 엄밀히는 자식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 사람을 죽인 거죠. 그게 안락사입니다. 물론 무조건 죽일 수는 없지요.
우리나라 현행법은 남은 가족 전원의 동의 하에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회생 불가능'이란 조건이 붙지요.
잠깐, 안락사를 시킬 수 있는 조건이 또 하나 있습니다. 생전에 우연히라도, 혼잣말이라도, 비슷한 주제를 다룬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서 무심코 웅얼거렸을지라도 아래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면, 그걸 누가 들었다면 안락사가 허용됩니다.
"내가 만약 저런 상황에 처한다면 난 차라리 죽음을 택할 것 같아."
생각해 보면 좀 황당하죠. 그저 분위기에 젖어 했던 말이 자기 생명을 타인이 끊을 수 있도록 하는 결정적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닌 게 아니라 생전에 제 어머니는 어차피 죽게 생겼으면 한 순간에 콱 죽는 주사를 한 방 놔 달라고 의사인 둘째 딸에게 자주 부탁하셨더랬습니다.
"엄마, 나 살인자 만들고 싶어?" 제 둘째 언니의 대답이었죠. '안락사는 살인'이란 걸 인정하는 말이었죠.
어차피 유족 전원의 동의하에 안락사가 허용되고 있는데, 지나가는 말이든 뭐든, 본인이 생전에 죽여달라고 했다는 말이 안락사를 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핵심 조건이 된 건 유족들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한 사족 같은 의미겠죠. 면죄부를 주기 위한. 좀 우스운 조항입니다.
결론입니다.
합법적으로 죽는 것은 조력사.
합법적으로 죽이는 것은 안락사.
하재열 작가의 '심상'
*제가 내일부터 약 한 주 동안 글을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큰 아들이 내일 저녁 갑자기 한국을 온다네요. 상봉살롱을 차리니 뜻하지 않게 호주와 영국을 오가는 아들까지 상봉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