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수업 8
평상시와 다름없이 글 쓰고, 책 읽는 날들인데도 격리가 주는 압박감은 어쩔 수 없네요. 나가지 않는 것과 나가지 못하는 것의 차이에서, 주도적으로 사는 것과 종속적으로 사는 것의 차이를 단면적으로 봅니다.
제게 격리의 시간은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요단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제 일주일 후면 삶의 둑으로 다시 오를테지요. 그때는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갈 것입니다. 보다 주도적으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제게는 스위스 조력사 현장을 다녀온 게 로또 맞은 것 같습니다. 로또는 로똔데 '영적 로또'가 맞았습니다. 로또가 맞으면 씀씀이가 전과 달라지고 간이 커지듯이, 저 역시 '내가 거기도 다녀온 사람인데 뭘 이런 걸 가지고 쪼잔하게, 그까짓 거 걱정거리도 아니구먼, 그럴 수도 있지.' 이렇게 배짱이 두둑해졌습니다.
전에는 주저주저, 머뭇머뭇하던 일도, 아닌 건 아닌겨, 지지부진하느니 아예 관둬 버리자 하고 척척 정리하고, 남 눈치 안 보고(원래도 안 봤지만) 할 말도 바로 해버리게 됩니다. 로또가 맞으면 물질적으로 넘치게 되듯이 영적 에너지가 충만해진 거지요. 대박입니다.
제가 일하는 월간지 <브라보마이라이프>10월호에 소설 『객주』 의 김주영 작가를 인터뷰하게 되었는데, 자료를 찾다보니 별마당 도서관에서 '얀테의 법칙'을 말씀하시는 내용이 있더라구요. 일명 '보통사람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요, 얀테는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작가인 악셀 산데모세가 1933년에 발표한 소설 『도망자』에 등장하는 가상의 덴마크 마을 이름으로, 이 마을은 ‘잘난 사람’이 대우받지 못하는 곳이지요.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1.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2. 남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아라.
3. 남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4. 다른 사람보다 더 낫다고 자만하지 말아라.
5.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6.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7.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8.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아라.
9. 다른 이가 당신에게 관심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10. 다른 사람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어떤가요? 우린 거의 거꾸로 생각하지요. 자신이 굉장히 중요하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머리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가슴으론 그렇다고 하잖아요.
저는 스위스를 다녀온 후, 영적 로또가 맞은 후 이 열 가지를 확연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요단강 저쪽으로 홀연히 떠난 분으로 인해 저는 지금껏 살던 곳을 떠나 얀테마을로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또 이렇게 죽은 자를 통해 배웁니다. 간혹 어떤 죽음은 삶을 뿌리채 흔들어 놓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