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 자가격리 중

죽음수업 10

by 신아연


여러분들한테는 아무 의미 없는 일이지만, 저한테는 새벽 5시에 일어나 글을 쓰는 것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끈기있게 하는 것은 글이 됐든 뭐가 됐든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시간과 관계없이 하루의 아무때나 글을 보내는 것과,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정확한 시간에 송고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그러니까 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게는 글을 쓰는 행위, 즉 루틴이 중요한 거지요. 새벽 글쓰기는 나의 외적 패턴과 내면 자세를 훈련하고 단련하는 방편인 것이지요. 결과보다 과정이 먼저라는 말도 되겠습니다.



격리로 인해 시간을 때우는 처지(지금 이 글도 시간 때우려고^^)에 놓이다보니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잠시 유보한 상태입니다. 휴대전화 알람을 꺼뒀습니다. 괜히 일찍 일어나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지면 그만큼 지루하고 괴로우니까요. 살다보니 참 별 경험을 다합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경험은 경험하는 주체가 파괴되지 않는 한 어떤 경험도 배움을 주고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자가격리 그 까짓 거 가지고 무슨 배움 씩이나' 하실 분도 계시겠지요. 일단 한번 해 보세요.^^


물론 자가격리를 통해 의미심장한 깨달음이 오진 않겠지요. 마치 단가 낮은 물건에 큰 이문을 기대할 수 없듯이. 그러나 인생에서 어떤 경험은 폭풍 성장을 하게 합니다. 그 한 번의 경험으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져 버리는. 자잘한 거 백 개 파느니 큰 거 하나 팔아서 평생 먹을 거 챙기는 거와 같은 거죠.


물론 아무나 이런 경험을 할 수는 없지요. 이거는 거의 로또 맞는 것과 같아요. 그러나 평생 로또를 사지 않는 사람은 맞을 확률도 제로죠. 매주 로또를 사야 가능성을 도모해 볼 수 있겠지요. 그러면 로또를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일단 저처럼 능동적인 루틴을 하나 가져야 합니다. 어제 말씀드린 '쓰잘데기 없는 독서'도 해당될테지요. 흔한 말로 내공을 길러야 하는 거죠. 저는 영적 근육이라고 하겠습니다. 영성이 전혀 계발되어 있지 않으면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상처나 트라우마, 원한이 되어 그대로 좌절하거나 주저앉거나 도피하거나 복수를 품겠지요. 그 다음은 제 독자이자 도반인 우방 엄영문 선생이 스위스 동행 전후로 제게 주신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자비심이 일어나거든 그 마음에 따르라. 그것에 의문을 품지 말라. 특히 친구가 그대를 필요로 한다면 그를 위해서 망설이지 말고 행동하라. 불편함, 위험을 걱정하며 앉아 있지만 말라. 그대의 지성이 길을 인도하는 한 그대는 안전하다. 친구가 우리를 필요로 하는 시간에 그를 위해서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5년, 10년이 지난 뒤 재평가했을 때 그때도 잘 했다고 할 만한 일을 하라.


로또를 사고 로또에 맞는다는 것은 이런 의미인 거죠.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저 먹고, 별 생각없이 왔다갔다하고, 주어진 일만 기계적으로 하면서 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여러분은 아니겠지만 저는.


비록 늦었지만 5년 후, 10년 후, 아니 죽음의 침상에서 내 인생이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날, 최종 평가는 '내가' 합니다. 평생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았다 해도, 내 생각 없이 바깥 기준에 맞춰살았다 해도 그 순간만큼은 얄짤없습니다. '내 점수 내가 주기, 자기 평가'로 내세가 있고 없고, 천국과 지옥이 갈립니다. 제가 스위스에서 배운 것 중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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