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세 가지

죽음수업 12

by 신아연

드디어 자가격리가 해제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생에 대해 몇 가지 정리를 해 봅니다(안물안궁- 안 물어봤고 안 궁금- 이라고요?ㅎ). 제 삶은 스위스를 다녀오기 전과 후로 확연히 나뉠 것 같습니다. 성형수술 전후의 얼굴처럼.

첫째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언제는 안 그랬냐고 하시겠지만 이 대목에서 헤르만 헤세의 시를 인용해 보죠.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지.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

저는 글로써 사랑하겠습니다. 글로써 행복하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원하는 삶입니다.

둘째, 돈에 대해 확실한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제가 마냥 가난뱅인 줄 아시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요. 진짜 로또라도 맞았냐고요? 그게 아니라 글로 돈을 벌려고 들면 지금보다는 훨씬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하는 거죠. 이 나이에 필요 이상으로 돈을 버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니까요. 굶지 않고 벗지 않고 한뎃잠 안 자고, 병원 갈 수 있고, 남에게 꾸러 다니지 않고, 사람 만나 밥 살 수 있고, 제게는 그것으로 충분하니까요. 그러니까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벌 수 있다면 버는 게 좋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버리겠다는 거지요. 저는 돈 대신 시간과 사람을 벌겠습니다.

세째는 정을 떼어나가겠습니다. 인연을 정리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어느 누구를, 어떤 물건을 좋아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으려고요. 이미 좋아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제 지워내고 떠나보내려고 합니다. 당연히 새로 누구를 좋아하지도 않으려고요. 좋아하지 않으면 미워할 일도 없겠지요. 누구를 만나든 거리를 두고 만나고, 거리를 두고 사귀려고 합니다. 다만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연, 두 아들에 관해서는 오직 사랑하려고 합니다. 집착이나 욕망, 의지처의 대상이 아닌 기도와 사랑의 대상으로 가슴 한복판에 품겠습니다.

얼추 이 세 가지를 가지고 남은 생을 살아볼까 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밥풀때기처럼 살아서 제가 뭘 하든 아무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자신조차 저한테 무심했지요. 그러니 그런 결혼생활을 했겠지요. 그러던 제가 스스로에게 진정한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이 지난 달 스위스를 다녀온 후라고 하면 여러분은 안 믿으시겠지요. 그러나 인생은 일순간에 깨달음이 올 수도 있습니다. 돈오(頓悟)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제 식으로 말하면 '영혼 로또' 맞은 거죠.

지난 2주간, 제 글과 함께 제 격리와 동행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글이 여러분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만, 신아연이 원하는 삶을 사는 일에 내가 도와준다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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