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춤을 펼쳐라

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34

by 신아연

주기적으로 호되게 마음을 앓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뭔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자기 혁신을 하지 않으면 남은 생을 제대로 살 수 없을 것 같은 돌개바람이 휘몰아친다. 이렇게 한 번 씩 패대기를 당하고 나면 다만 반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 있다. 생활적인 면은 아니고 내 글에 관한 홍역이다.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세계가 하나 더 있다. 보통사람들은 경험할 수 없는, 누려보지 못하는 축복이자 겪지 않아도 되는 천형의 세계. 나처럼 생활을 송두리째 잃은 사람에게는 전부이기도 한. 그 세계가 있어 가난하고 외로워도 비참하거나 비루해지지 않는 것인데, 그 세계가 한 번씩 요동을 치면 마치 생 자체를 잃는 것 같은 위기와 슬픔에 잠긴다.


그 몸부림은 고유한 나만의 글, 보다 창의적인 글을 써야 한다는 고뇌와 압박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작가로서의 생명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위기감이 깊은 내면에서 올라 오는 것이다.


100세를 살아 본 김형석 교수는 60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뭔가를 알게 되고, 그리고는 90살까지 성장한다고 했다. 속된 말로도 인생은 60부터라고 하듯이. 그렇다면 나는 아직 준비단계다. 위로가 된다. 핵심은 ‘나만의 고유함, 자발적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단에 춤을 배우러 간 사람처럼 실컷 고생만 하고 기어서 돌아오지 않으려면.


연나라의 어떤 사람이 멋진 춤으로 유명한 조나라의 한단으로 춤을 배우러 갔다. 그는 매일 한단의 거리에서 사람들의 춤을 따라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럴수록 동작 하나하나를 더욱 주의 깊게 흉내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추는 춤이 아니니 몹시 힘들었다. 결국 그는 춤을 배우지도 못하고 돌아올 때는 네 발로 기어서 왔다. - 『장자』 추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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