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35
암 선고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아직 쓰고 싶은 글이 많은데, 글을 써야 하는데...”였다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머리맡에서 항상 책을 읽는 어머니를 보고 자라면서 인생은 원래 글 쓰고 책 읽는 건 줄 알았다고도 했다. 시를 읊고 책을 읽었기에 식민지 백성으로 태어나 뒤이어 전쟁을 겪는 그 참혹한 시절을 살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두 해 전 이어령 선생이 한 ‘헤어지기 전 몰래 하고 싶었던 말’ 중 하나다. 선생이 국문과를 갔을 때 주변으로부터 “무슨 언문을 대학까지 가서 배우냐”는 몰지각한 소리도 들었지만 문학과 인문학을 했기에 평생이 풍요로웠다고 회상했다.
감히 한국의 대표 지성인을 흉내 내는 건 아니지만 죽음 앞에서 나도 같은 말을 할 것 같다. 아니 하고 싶다. 읽고 싶은 책, 하고 싶은 공부도 많다. 성적이 모자라 철학과를 갔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 선생이 국문과를 간 것처럼 잘 한 일이다.
시나브로 마음과 영혼이 시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돈 없다, 아프다, 외롭다’가 3대 자가진단인데, 내가 보기엔 좀 딱하다. 나처럼 책을 읽으면 치유가 되는데, 독서가 만병통치약인데 해 보려 하질 않으니.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을 부칠 게 아니라 책을 읽으면 된다. 글까지 쓰면 금상첨화다. 특히 외로움 병은 완치에 이른다. 혼자 죽을지언정 외롭고 고독하게 죽지는 않는다.
사람은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는 존재임에도 요즘은 들입다 몸만 챙기지 마음은 아예 방치한다. 몸만 챙기면 밧데리를 넣은 좀비가 된다. 살아도 산 게 아니고, 특히 사람으로 사는 게 아니다. 이렇게 가다간 100세 시대가 좀비의 시대가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