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잘 살아갈 거다

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36

by 신아연

“너는 잘 살아갈 거다.”


2013년 8월, 몸뚱이에 옷만 걸친 채 호주에서 돌아왔을 때 어머니가 내게 하신 말씀이다. 무심하리만치 자식들을 무심(無心)으로 대하시던 어머니로서 이런 구체적인 문장을 구사하셨다는 자체가 파격이었다. 어려서부터 잔소리를 하신 적도, 야단을 친 적도, 다그친 적도, 그렇다고 칭찬을 하신 적도 없는 분이셨기에. 그랬기에 5년 전 돌아가시면서 유언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이 말씀이 내 가슴에 씨앗으로 발아하여 뿌리를 내리고 잎을 키워가고 꽃과 열매를 맺어간다.


또 한 가지는 “네가 게으르다면 누굴 두고 부지런하다고 하겠느냐.”였다. 이 또한 무심의 경지에서 툭 던진 말씀이었지만 이 한 마디가 뒤늦게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물론 나는 게으른 사람은 아니고 굳이 나누자면 부지런한 쪽에 속한다. 단지 대화 가운데 어느 맥락에서 이 말이 나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말의 힘은 그만큼 컸다.


‘너는 잘 살아갈 거다’, 나이 50에, 80 노모에게 들었던 이 말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힘들 때는 무슨 주술처럼, 노랫가락처럼 웅얼대기도 한다. 어찌 내 어머니 말씀만 그럴까.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말은 힘이 있다. 평생 약이 되기도 하고 일생 독이 되기도 하는. 활짝 꽃을 피우게도 하고, 싹부터 무질러버리기도 하는.


호주에 있는 두 아들에게 나는 늘 “잘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두 아들은 참 잘 살아간다. 강하고 자율적이다. 지구가 망해서 사람이 둘만 남는다면 아마도 내 아들 둘이지 싶다. 자식에 대한 내 믿음과 사랑의 표현이다. 자식에게 믿음과 사랑이 있으면 군말은 저절로 없어진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너는 잘 살아갈 거다’ 이 한 마디로 내게 충분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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