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40
나이 들수록 애정보다 우정이 소중해진다. 김흥숙의 책 『우먼에서 휴먼으로』의 내용처럼 ‘우먼’은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킨 사람이니 개방적 우정보다는 독점적 애정이 더 중요하고, ‘휴먼’은 자신을 넘어 인간 보편의 가치와 선을 추구하는 사람이니 우정이 더 소중할 밖에.
천하에서 가장 친밀한 벗으로는 곤궁할 때 사귄 벗이고, 우정의 깊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으로는 가난을 상의한 일을 꼽습니다. 벗이란 술잔을 건네며 도타운 정을 나누는 사람이나 손을 부여잡고 무릎을 가까이하여 앉은 자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벗이 있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으나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벗이 있습니다. 이 두 부류의 벗에서 우정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설흔과 박현찬의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말에 비춘다면 지난 8년 간 내가 한국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친밀한 벗이다. 곤궁과 가난이 내 삶의 두 테마이고, 그 곤궁함과 가난함을 씨줄날줄로 하여 아침마다 이렇게 글을 짜보내고 있으니 모든 독자가 나의 벗이라고 할 밖에.
이만큼 나이 들고, 더구나 혼자 살다보니 애정보다 우정이 소중해진다. 애정은 시간 속에서 치명적 독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지만, 우정은 세월이 흐를수록 웅숭깊은 보약이 된다. 애정과 우정, 둘 중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