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43
요즘 만남이 잦다가 그만 탈이 났다. 어제 좀 아파 잠을 설치다 새벽 3시에 눈이 떠졌다. 생활리듬이 바뀐 것이 내게는 마치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이라도 된 것처럼 느껴진다. 어제 말한 대로 종이책을 보다가 ‘사람책’을 보는 변화가 풀만 먹던 사람이 갑자기 고기를 먹을 때처럼 부대낀다. 아무래도 사람책은 내게 버겁다. 한 달에 한, 두 권 정도만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오늘 두 건의 약속을 취소하고 다시 혼자가 되어 ‘종이책’을 뒤적인다. 그리고는 또 이렇게 글을 써 본다. 스스로를 글쓰기 환자라고 말했던 조선 후기 문신 심노숭처럼 글을 쓰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즐거움이 없기에. 그도 나처럼 장기나 바둑을 두듯이, 주사위 놀이나 게임을 하듯이 그저 시간을 보내고 하루하루를 견디기 위해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고 하지 않았나.
처음에는 심심해서 글을 쓰고 책을 읽다가도 그것이 축적되면 시나브로 세상사에서 비껴 서게 되어 오롯이 자신에게로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마음이 안으로 모아지면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려는 생각이 줄고 다른 사람을 덜 부러워하게 된다. 무엇보다 시시때때로 절망에 빠지는 나를 다잡는 내면의 뱃심이 생기고 자기중심이 잡힌다. 노상 휘청대지만 아주 넘어지지는 않고 넘어졌다가도 언제 보면 다시 일어나 있다.
오늘 점심 때 나는 <인터뷰 365> 김두호 발행인을 만날 예정이었다. 인터뷰 365가 내게 부여한 ‘생명사랑 자살방지위원’의 자격으로. ‘완장’을 채워주셨으니 적어도 내 생명은 지켜야 한다. 죽고 싶은 사람에게 낼 수 있는 나의 처방전은 ‘책을 읽고 글을 쓰라’는 것인데, 그러면 그럭저럭은 살 수 있다는 내 말이 곧이 들릴지는 모르겠다.
<인터뷰365>무한캠페인 '365생명사랑 함께 해요' 33인 공동대표. (사진 맨 위 왼쪽부터) 고병석·고학찬·김두호·김명곤·김문희·김부겸·김승광·김필주·류춘수·문종금·박경삼·박원빈·박종원·방귀희·배병호·배한성·신아연·신언식·안성기·임미정·이장호·이지연·전양준·정중헌·조성철·지상학·채윤희·최성해·한지일·함제도·홍승기·황기성·황도윤. (가나다 순)
[출처][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295] 안 죽는 처방전|작성자 자생한방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