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철학을, 철학에 일상을 42
요즘 만남이 잦다. 코로나 정국에 반하는 짓이지만. 이틀에 한 번 꼴로 사람을 만난다. 몇 년 동안 책 안에서만 살다가 세상을 직접 접한다고 할까. 실상 사람도 각자 한 권의 책이다. 다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달 뿐. 대부분 미완으로 끝날.
책을 읽을 때는 깊게 생각하며 골똘히 읽는다.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재미가 있을지, 재미보다 의미가 있을지, 읽고 나서 여운이 남을지, 시간만 낭비했다며 찜찜해 할지도 생각하면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책에서든 배울 게 있다는 점이다. 만남도 독서와 같다. 책을 읽는 자세로 성실히 사람을 대하면 반드시 배움을 얻는다. 어제 만난 이와도 헤어지면서 서로 배웠다고 인사했듯이.
내 곁에는 늘 가까이 두고 수시로 펼쳐보는 책이 있다. 사람으로 치면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은 사람인 것이다. 반면 사다만 놓고 뚜껑도 열지 않은 책도 있다. 언제 한 번 보자는 말만 할 뿐 좀체 만나지지 않는 사람과도 같이. 그런가 하면 한 번 읽고 마는 책처럼 한 번의 만남으로 갈무리되는 인연도 있다.
만나보기 전에는 모른다. 지금 손에 든 책이 어떤 인연이 될지 펼쳐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처럼. 그렇다고 아무나 만나고 아무 책이나 집어 들지는 않는다. 이 지점을 유의해야 한다. 어떤 동기와 욕망이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하는지를. 그 기준은 나의 업식, 즉 오래된 습관이다. 편견이고 분별심이며 차별이자 좋고 싫음일 뿐이다.
지도무난(至道無難)이라고 했다. 지극한 도에 이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좋아하거나 싫어하지만 않으면 된다. 특히 ‘사람이라는 책’을 대할 때의 기본자세여야 하지 않을까. 물론 잘 안되지만.
[출처] [신아연의 영혼의 혼밥 294] 사람이라는 책|작성자 자생한방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