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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넬라 Sep 03. 2024

나이탓이 아니다? 2. 무의미한 반복학습

몇 번째 ’또 까먹었어, 또 알려줘‘... 결국은 좌절로 이어져

'복지' 전문가라는 분들은 어르신들께는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하지만요. 반복해서 알려드려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다보면 대개 나이들어 기억력이 떨어져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세요.


어르신들도 나름 답답해서 복지관에서 하는 디지털 활용 수업도 계속 들어보고 하시지만요. 교육장 안에서는 정말천지개벽하는 것 같은데, 왜 교육장 문밖만 나서면 다 잊어버리게 되는지 답답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답니다


원리에 대한 이해를 도외시한 채 무작정 반복하고 달달 외우는 방식은 당장 앞에서 보기에만 효과적인 방법처럼 보일 수 있고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요.  


당장 방법을 배울때야 기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교육장 문 밖만 나서는 순간 잊어버리고 백지가 되어버리는 일이 허다하고요. 돌아서면 다 잊어버리는 지경이면, 정작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능력은 도리어 떨어질 수 있답니다. 이렇게 돌아서면 다 잊어버리고 실생활에서 활용하려면 또 막히는 일이 반복되다보면 결국 '나이 들어서 기억력이 떨어지니'라고 자괴감이 들게 되는 역효과로 이어지기 쉽지요.





철근 골조도 없는 채로 집부터 짓겠다?


상당수 어르신들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개념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한 경우가 많지요. 그렇다보니 생활에서 당장 필요한 것만 달달 외거나 ‘물어물어’로 해결하는 식인 경우가 많고요


 이해를 못하는 채로 달달 외거나 ‘물어물어’에 의존하는 것은 마치 고기를 한 입 크기로 나누지 않고 덩어리째 삼키려는 것과 비슷하답니다.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선 크기의 덩어리가 갑자기 들어오니 위와 장에서 소화가 되지 않고 체하게 되고요.


이와 마찬가지로, 이해가 안된 상태로 암기에 의존하거나 ‘물어물어’로 급하게 얻은 정보는 쉽게 잊혀지면서, 반복적으로 같은 질문을 하게 되는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한답니다




'나이가 드니 자꾸 잊어버린다'는 자괴감을 유발


반복학습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정말 문제가 되는 점은 '나이가 드니 기억력이 떨어져 배워도 또 잊어버린다’는 자괴감이 드는 것이랍니다.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자괴감에 빠지게되면, 학습에 대한 성취감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한 동기가 떨어지게 될 수도 있지요.


결국, 어르신들이 반복 학습에 의존하게 되면, 그 순간만 기억할 뿐 장기적인 이해와 활용 능력은 점점 더 뒤처지게 되고, 이는 부정적인 자기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진짜 문제이지요.






반복적으로 잊어버리고, 다시 배우는 과정에서 자괴감을 느끼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이는 디지털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학습 동기를 저하시키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한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지요




소화할 수 있는 작은 조각으로 나누기


위에서 비유한 바와 같이 한입에 넣기도 어려운 덩어리 고기를 통째로 삼키는 것 보다는, 한입에 소화할 수 있는 작은 조각으로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겠지요


예를 들어 실생활에서 당장 필요한 것이 '택시 호출 앱으로 택시 잡기'라면, 앱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탑승하기로 한 위치로 올 택시를 호출하고, 그리고 택시 요금을 결제하는 수순이 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스마트폰의 지도를 보고 지금 있는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과 지도를 보고 찾아가고자 할 대상을 찾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것이지요.


문제는 이 스마트폰의 GPS 인식 등이 부정확한 경우도 있답니다. 특히나 저가 구형 기기인 경우에는 지도에서 내 위치를 인식하는 것부터 잘못된 경우가 많아 스마트폰을 보고 길을 찾아서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지경인 경우도 있지요.


게다가 특히 어르신들 중에서는 지나치게 저가 요금제로 가입을 하다보니, 데이터 통화 추가 요금이 나올까봐 무서워서 데이터통화를 막아버린 경우가 있습니다. 저속으로라도 데이터 통신이 어느정도는 되어야 최소한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보는 것이라도 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지요..


그리고 택시 요금을 지불하는 것은 택시 앱에 신용카드와 같은 지불 수단을 미리 설정해두는 방식이지요. 이 지불수단 설정이야말로 믿을수 있는 주변 사람의 도움을 어느정도 받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지요. 결제 수단 설정까지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돈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옆에서 같이 살펴봐줄 지인(자녀 등)의 조력을 어느정도 받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이렇게 '택시 잡기'는 큰 덩어리일 수 있지만, 지도 보기, 결제수단 설정 등으로 작은 덩어리로 쪼개놓으니 소화하기 쉬운 것들이 되었지요.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것은 굳이 택시를 타지 않더라도 집 근처에서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연습부터 하다보면, 모르는 곳에서 지도를 보고 내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해지게 되지요.




따라서 어르신들이 자괴감이 아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성공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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