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사막을 달리는 꿈을 꾸다.

by 이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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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박상미


꿈에 부풀어 있던 나는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부모님께 그동안 준비했던 ‘버킷리스트’를 보여드렸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드렸다. 나의 버킷리스트를 한참을 보시더니, 어머니가 먼저 입을 여셨다. “훈아, 공무원 준비해보는 건 어떤데? 요즘 취업난이다 뭐다 경쟁률이 억수로 치열한데 그래가지고, 뭐먹고 살겠노. 빨리 취업하는 게좋지 않겠나? 요즘 집안사정도 조금 힘든데 엄마생각도 좀 해도..”


어머니는 꿈으로 한껏 부풀어있던 나를, 날이 선 바늘로 찌르셨다. 내가 그저 학교공부와 공무원 준비를 병행하며, 조용히 학교를 다니기를 바라셨다. ‘공부를 하다, 졸업할 시기에 맞춰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어머니의 바람이셨다. 그런 마음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순간 꿈을 응원해주지 않는 어머니가 밉고 원망스러웠다. 속상한 마음에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왔고, 학교 근처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대학친구들을 불러냈다.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던 중에, 한 친구가 내 표정을 살피더니 물었다.

“광훈아, 무슨 일 있나? 표정이 안 좋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꿈들이 있는데, 집에서 이해를 못해 주시 길

래. 집에서 좀 싸우고 나왔다.”

그 말을 듣던 한 친구가 웃으며 내게 말했다.

“꿈? 네가 갑자기 무슨 꿈이고, 그 SNS에 사막에서 달리기하고 싶

다는 게 네 꿈이가? 공부가 안되니까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넣

어볼라고 이제 몸으로 때우려고 하네. 어울리는 걸 해라.”


친구의 그 말 한마디가 나의 꿈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너무 화가났지만,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전부 내 탓이었기에. ‘어울리는걸해라.’라는 말에, 힘이 다 빠졌다. 한 번도 꿈꿔 본 적 없는 나의 잘못이었으며, 목표 없이 흐르는 대로 살아온 나의 지난날들이었다.그날 이후로, 나는 그 친구들 사이에서 ‘어린왕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언뜻 들으면 좋은 별명 같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부쳐진 별명이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그저 이상적인 꿈만 좇아간다는 뭐 그런 뜻이란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두고 봐라. 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얼마나 이루어낼 수 있는지 보여줄게.’라고 속으로다짐했다.

‘이상과 현실의 저울질이 필요하다.’


나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싶었다. 사회가 정해놓은 경쟁을 부정하며 도망치기싫었고, 꿈만 좇는 ‘몽상가’가 되는 것은 더욱 싫었다.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해야 할 것들’의 결과물을 내놓고 도전하고 싶었다. 특히 어머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우선 지금 ‘해야 할 것’은 학생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정량적인 부분들이었다.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학과 내 1등, 공모전 10회 수상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마음을 다잡고 수업시간에 매일 교수님 교탁 앞에 앉아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교내, 교외 할 것 없이 올라오는 공모전에 모두 도전했다. 공모전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수상작들 중 제일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라, 분석하고 계속해서 연습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동안 다수의 공모전 수상과 학과 내 1등을 하면서 전 학기 전액장학금을 받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런 결과들을 이루고 나니, 주위사람들 중 나의 꿈을 존중해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기시작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고 과시하기 위해, 꿈을 꾸고 이루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는 책임감이 따른다. 꿈을 꾸고, 좇는 일에도 분명 그에 따른 책임이 있다. 그렇기에 나는 ‘현실적인 책임’을 지기 위해, 열심히 학교생활을 한 것이다.그리고 ‘몽상가’라며 핀잔을 주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마음먹으면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이로써 사막마라톤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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