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하늘을 떠도는 작은 조각구름, 르미야.
다른 구름들은 나를 보면 이렇게 말하곤 했어.
“르미는 아직 작구나.”
“언제쯤 비를 머금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냥 떠도는 채로 사라지는 거 아닐까?”
나는 다른 구름들과는 달랐어.
나는 뭉게뭉게 풍성하지도 않았고,
빠르게 움직일 줄도 몰랐고,
무거운 비를 머금은 비구름들처럼 땅을 적실 힘도 없었어.
그래서 늘 외로웠어.
하늘은 넓은데, 나는 늘 작고 조용했지.
어디론가 달려가는 비구름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주 이런 생각을 했어.
“나는 왜 이렇게 작은 걸까?”
“나는 왜 저들처럼 중요하지 않을까?”
가끔씩은 그런 생각이 나를 삼켜버리곤 했어.
내가 구름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졌고,
하늘 어딘가에서 스르륵 사라져버리고 싶었어.
비구름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초록이 자라고,
사람들은 우산을 쓰며 비를 맞고,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감성을 느끼지.
하지만 나 같은 조각구름이 지나간 자리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그게 나를 더 슬프게 했어.
나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구름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혼자만의 하늘에서, 나를 미워하는 날들이 계속됐어.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그저 떠돌기만 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지.
그런 날들이 오랫동안 이어졌어.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수없이 울고, 무너지고, 다시 떠돌고, 또 울었어.
하지만, 그 느리고 조용한 시간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달라졌어.
나는 바람을 타고 천천히 여행하며 수많은 하늘을 보았어.
푸른 강 위로 노을이 번지는 저녁 하늘,
혼자 남은 아이가 창밖을 바라보는 흐린 오후,
떠나간 가족을 그리워하는 노인의 창문 너머 하늘까지.
나는 그렇게 감정을 깊이 담는 법을 배웠어.
슬픔이 어떤 건지, 외로움이 어떻게 생기는지,
그 감정들이 얼마나 무겁고 조용히 쌓이는지를 나는 알게 되었지.
그 후부터였어.
나는 비록 많은 비를 머금지는 못해도,
내가 느껴온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작지만 따뜻한 비를 땅 위에 내리기 시작했어.
그 비는 조용하고 짧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겼지.
그리고 햇살이 떠오를 때면, 나는 누구보다 기쁘게 하늘을 밝혔어.
기쁨이 얼마나 귀한 감정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나는 다른 구름들보다 밝고 투명하게 햇빛을 비춰주었어.
그중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건 따로 있어.
내가 조각구름이라서, 떠나간 강아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날엔
하루는 강아지의 모습으로 하늘을 떠다녀.
길게 늘어진 귀, 동그란 눈, 작은 꼬리까지.
아이들이 놀라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켜.
“엄마, 하늘에 우리 멍멍이가 있어!”
또 하루는, 친구를 잃고 혼자 남은 아이를 위해 고래 모양으로 변해.
넓은 등과 미소처럼 생긴 입을 하고 천천히 떠다니지.
“우와, 하늘에 고래가 떠다닌다!”
그런 아이들의 웃음을 보면 내 마음도 덩달아 밝아져.
어떤 날은 커다란 피아노 모양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책을 안고 있는 사람 모양이 되기도 해.
그때마다 땅 위의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지.
나는 이제 알아.
나는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아주 많다는 걸.
내가 작아서, 내가 천천히 흘러서,
나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깊이 느끼고,
더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는 걸.
그 누구와도 똑같을 필요 없어.
나에게 주어진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나는 오늘도 하늘 어딘가를 느리게 여행하며,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로와 빛을 전하고 있어.
나는 조각구름 르미.
나는 작고, 느리고, 조용하지만,
그래서 더 깊고, 따뜻하고, 특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