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개성 있어!

남들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 나만의 빛을 믿고 지켜가는 마음의 힘

by 한송이


나는 하늘에 사는 무지개야.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내 몸엔 일곱 가지 색이 있어.


나는 가끔… 너무 눈에 띄는 것 같아.

구름 친구들 사이에 섞이기도 어렵고,

혼자 떠 있는 시간이 많아.


흐린 날이면 회색 구름들이

뭉쳐 다니며 조용히 이야기해.

맑은 날엔 새하얀 구름들이

햇빛 아래에서 서로를 비추며 웃지.


나는 그 옆을 맴돌 뿐,

그 안에 끼어본 적은 거의 없어.


:


“무지야, 넌 너무 색이 많아.

우리는 회색이 잘 어울려.”


“하얀 구름 무리에선

네가 너무 튀어 보일지도 몰라.”


:


나는 아무 말도 못했어.

색이 많다는 게 왜 이렇게

서글프게 들릴까?


친구가 되고 싶은데,

나는 왜 자꾸 나를 감춰야 할까?


:


그래서 나,

색을 조금씩 덜어보기로 했어.


빨강은 석양에게,

노랑은 햇살에게,

파랑은 바다에게…


초록은 숲에게,

보라는 저녁 하늘에게,

주황은 가을 산에게,

남색은 별을 품은 밤하늘에게—


조금씩, 조용히 나눠줬어.


그러면 나도,

회색 구름처럼 차분해지고

하얀 구름처럼 조용해질 수 있을까?


:


어느 날,

거울처럼 맑은 하늘을 바라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어.


내가 거의 보이지 않는 거야.

색이 거의 사라진 거지.


‘이게 정말 나야?’


하지만 마음 한편엔

조금의 기대도 있었어.


‘이제 나도 어울릴 수 있겠지…’


:


그러던 어느 날,

천둥이 울리고 비가 쏟아졌어.


하늘을 본 아이들이 외쳤어.


“무지개다!! 무지개야!!”


근데 아무리 하늘을 찾아봐도

나는 그 어디에도 없었어.


왜냐하면,

나는 더 이상 무지개가 아니었거든.


색을 너무 많이 버렸거든.


:


그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


‘나는 나를 잃어버렸구나…

누군가와 같아지고 싶어서,

나의 빛을 다 버려버렸구나.’


:


그때였어.

햇살이 다가와 말했어.


“무지야, 네가 준 노랑 덕분에

나는 더 따뜻하고 포근해졌어.”


석양도 붉게 물들며 속삭였어.

“너의 빨강이 있어서

나는 하루의 끝을 더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었어.”


바다도 출렁이며 말했어.

“너의 파랑이 나를 더 깊고 맑게 해줬어.”


숲은 바람에 몸을 흔들며 말했지.

“초록빛 덕분에 나는 살아 있음을 느껴.”


가을 산은 주황빛으로 말했어.

“너의 주황이, 나를 가장 찬란한 계절로 만들어줘.”


저녁 하늘은 말없이 보라로 퍼졌고,

밤하늘은 속삭였어.

“너의 남색은 별들이 가장 편히 머무는 색이야.”


:


나는 숨을 들이마셨어.

마음이 따뜻해졌어.

색이 사라진 게 아니었어.

내 색들은, 세상 곳곳에 살아 있었던 거야.


: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내 안에서 희미했던 색들이

조금씩, 천천히 돌아오는 게 느껴졌어.


빨강, 노랑, 파랑…

하나씩 돌아오면서

나는 다시 빛을 되찾았어.


:


그리고 나는 하늘에 걸렸어.

무지개답게.

나답게.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어.


“진짜 무지개다!

세상에서 제일 예뻐!”


나는 하늘 위에서 조용히 웃었어.


:


나는 이제 알아.

내가 다르다는 건,

혼자라는 뜻이 아니야.


내가 지켜야 할 건,

남들과 같은 모습이 아니라

나만의 색이라는 걸.


:


그리고 오늘도,

나는 내 색을 잃지 않기 위해

하늘에 걸려 있어.


비가 온 뒤에도,

해가 떠도,

혼자 있어도—

나는 무지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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