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했던
지난 해 12월은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던 시기였다.
응급실만 네 번을 다녀왔으니까.
간단하게 이 증상에 대해 이름을 붙이고 정리해 보자면,
담낭 내 담석이 생겼고, 이 담석이 밖으로 흘러 나와 담관을 돌아다닌 것. 이로인한 급성 췌장염.
췌장염 하면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이 진단서를 들고 다니며 펜타닐을 구할 정도로 통증 크기가 큰 질환. 사실 네 번 중 한 번의 응급실 입원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내게 노란 색의 펜타닐을 놔 주었던 응급의도 있었다.
그 노란 진통제가 투여되자마자 놀랍게도 스르르 통증이 사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플라시보였을까?
명치 사이에 수십개의 바늘을 넣고 막 흔드는 느낌?
명치 사이 장기를 손으로 누가 쫙쫙 짜는 느낌?
그렇게 고통을 겪어도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고통의 모양에 대해 떠올려 보려고 하니 10개월이 넘은 지금 시점에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췌장염 카페에 가입할 정도로 고관여가 돼있던 당시였다. 나는 나을 확률이 높은 급성 췌장염 환자였지만 카페에는 만성 췌장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담석을 담낭 내 담고도 평생을 아무 이상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많으니 나는 운이 좋지 않은 케이스일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이 되는 담낭을 떼내면 되는데, 이 담낭을 떼내기 위해서는 통증이 없어야 해서 바로 수술을 못하고 일주일 넘게 염증치료를 해야 했으므로 더 운이 안좋은 케이스일 수 있다.
이제 염증이 없어 치료를 하려고 보니 그당시부터 두 달여전 코로나 확진시, 나라에서의 판정을 받아 놓지 않아(집에서 나을때까지 칩거함) 양성 균이 나왔다 안나왔다 하므로, 언제 다시 췌장염이라는 통증이 찾아올지 알지 못한 채 퇴원을 해야했던 나는 정말 정말 운이 안좋은 케이스일 수 있다.
어찌 어찌 수술은 받아 담낭은 잘 뗐는데, 도저히 구멍이 생길 지 않을 것 같은 곳에 구멍이 생겨(로슈카관 혹은 모세담도출혈) 폐수종과 간위 쪽 담즙 고임으로 다시 2주 넘게 입원을 해야했던 나는 정말 정말 정말 운이 안좋은 케이스일 수 있다.
2박 3일이면 되었을 이 과정을 60여일에 걸쳐 겪었고 열배가 넘는 시술비가 들었다.(1년 전 실비보험 그제사 들은 과거의 나를 칭찬함...)
그래도 마침표가 있을 고통을 앓는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서 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다. 위안을 삼는다면 바로 이것.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그 즈음 뉴질랜드로 아이와 함께 떠나려고 했었던 시기여서 아이 입학자격도 받아 놓고, 그 곳에 사는 고모네를 방문해 여러가지를 타진해 놓은 상태였는데. 2월까지 이어진 이런 고통의 시기에 이주를 계속 추진하려고 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떤 계기로 그 계획이 어느 순간부터 멈춰 서 있었고, 이후 바로 내가 아프기 시작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은 어떤 계시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