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열 알
아침에 남편이 식사자리에서 기침을 했다.
한 달전 감기에 걸렸는데 아직도 완전히 낫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게 기침.
은행 볶아줄까?
아니, 괜찮아. 말끝에 또 따라오는 기침.
에구, 아니야. 먹어야겠네.
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후라이팬을 꺼내든다. 스테인리스 후라이팬으로 만들기 싫은 세 가지 가 있다면 계란으로 된 모든 것(계란 후라이, 계란 말이)과 두부 부침. 그리고 은행볶기.
계란 요리는 세 번에 한번 성공할까 말까요, 두부 부침은 두부가 만날 레이스 무늬로 포뜨기가 되고 은행은 뿌려야 하는 소금이 스테인레스 바닥을 까맣게 만든다.
어쨌든 남편은 자신의 기침에는 은행이 특효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어릴 적 배가 아플때는 흰죽에 된장찌개를 먹었고, 기침에는 은행을 볶아 먹었다고 했다. 어머님이 어릴 적부터 그렇게 해주신 것으로, 자신에게 잘 듣는다고 생각해서인지 나도 웬만하면 그렇게 해주고는 한다.
동네 맛집이라는 왕만두 가게에서 고기만두 왕만두와 김치만두 왕만두 네 판을 사서 친정에 들른다.
우리는 아플 때 어떻게 했었나.
배 아플 때 엄마가 해주었던 것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역시 엄마도 그때 그때 달라효.
감기걸리면, 엄마?
콩나물국~
그럼 기침 많이 하면?
배를 저녁에 먹고 자면 좋지.
언니와 나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본다.
에?, 거짓말. 배 먹은 기억이 없는데?
지금도 비싼 배가 그때라고 안 비쌌을 리가 있나. 바나나라면 모를까. 배는 제사나 명절에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열도 나고 기침을 하는 나름의 질병에 걸리면, 엄마는 우리에게 화를 냈었다. 먹고 살기 고단한데 아프기까지 하니까.
그때 왜 그랬어. 하고 말하면,
그러게. 내가 왜 그랬을까... 우물 우물 말끝을 흐리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불안지수가 그렇지 않아도 남들보다 높은 엄마인데, 네 아이들의 둘쑥날쑥한 ‘앓이’들은 엄마에게 코르티솔 분비를 유도하는 촉진제였을 것이다.
박서방은 기침 하면 은행 열 알을 볶아 먹었다는데?
내가 말하자,
어릴적부터 고급이었구먼.
엄마가 한마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