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ho Jan 28. 2024

클랙슨

빵__________

아침에는 눈 같은 비가 내렸다. 차창 위 빗방울은 본닛이 마치 프라이팬이라도 된다는 듯 기름방울 튀듯 튀어 토르르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3차선을 타다 앞의 트럭 때문에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아 4차선으로 진입하려는데 앞 차가 옆으로 기우는 것이 보였다. 긴장하여 클랙슨에 손을 가져다 댔다.

장롱면허를 졸업한 지 6년 차에 접어들었다. 멈춰 있을 때 클랙슨을 울릴 줄 알지만, 속도를 내고 달릴 때면 클랙슨을 울리는데 늘 두 발짝 늦는 초보운전자다.      


억울한 상황이 와도 상황이 끝나고 그 차가 유유히 내 앞을 빠져나간 한참 뒤에야 클랙슨에 손을 올린다. 운동신경도 있고 기민한 편인데도 그런다. 너무 세게 울리거나, 너무 얕게 눌러 소리가 안 나거나, 어리둥절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사고를 일으킬 뻔했던 차의 뒤꽁무니를 바라보고 있거나. 

내가 아는 이의 어머님은 운전경력 30년 차. 멈춤과 동시에 클랙슨을 울린다는데. 어떤 행위와 동시에 울리는 클랙슨 순발력이란 얼마나 멋진 것인가.      


요즘 쓰고자 하는 이야기도 그런 이야기이다. 그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음험한 일에 대한 이야기. 그 당시에는 소리치고 따지지 못해 가슴에 응어리가 질 수밖에 없었던 어떤 일에 대한 이야기.      

그렇지만 어떤 일은 클랙슨을 울리지 않아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상대방이 이렇게 했으면 클랙슨을 울릴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아 의아해하는 여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에. 내내 궁금해 상처받았을지도 모를 나를 계속 떠올릴 수밖에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경고는 꼭 상대방에게만 하란 법은 없다.

얼마 전 어머님 기일...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회한이 남을 수밖에 없다. 내 기준 육십 프로밖에 잘해드리지 못해서이다. 어느 누구에게 백 프로 잘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어떤 사람과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나 같은 사람에겐 회한의 연속일 것이다. 

가끔 아이가 내 곁을 갑자기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세상의 무수한 위험요소로 갑자기 아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다. 아이가 가진 병증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오늘 아이가 죽어도 여한 없이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게 물어볼 때가 있다.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에 빵~ 하고 클랙슨을 울린다.      


아이를 나만큼 사랑해 줄 사람은 나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값없이, 그리고 값을 측량할 수 없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에.

아이를 사랑함으로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작가의 이전글 불화하는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