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깨어나는 중

by 수수깡

어릴 적, 책을 도통 읽지 않는 내게 '한 권에 5만 원'이라는 파격제안을 했던 우리 엄마.

내가 만난 책들이 모두 <태도의 말들> 같았다면 나는 부자가 되었을 텐데. 푸하하!


부끄럽지만 나는 다독을 하거나 책을 늘 곁에 두고 사는 사람은 아니어서, 아마 간독(間讀) 자 일거다. ‘간간이 읽는’ 사람...

제목이 흥미롭거나, 마음을 콕 찌르는 문장 하나를 발견하면 냉큼 집어 든다.

책을 고르는 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을 처방하는 재주가 있다.


지난 해 여름, 길을 잃어 들어가게 된 골목의 서촌 그 책방. 우연히 집어든 책. 엄지혜 작가의 <태도의 말들>

'읽어보고 너무 좋아서 우리 딸에게도 선물했어요.' 그날의 책방지기가 건넨 말에 또 홀린 듯 집어 들었다.

딸에게는 좋은 것만 주고픈 마음일 텐데, 얼마나 영양가가 꽉 찬 책일까.

<태도의 말들> 책을 꼭꼭 씹어먹으면 마음 근육이 쑥쑥 크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며 여름 동안 쑥쑥 자라 생애 첫 글쓰기 수업도 신청했다.

이끌리듯 들어간 책방에서 열린 영양 가득한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

글쓰기로 나를 채우고 또 비워내는 경험을 했다. 태도도 배우고 글쓰기도 배웠다.

새해를 맞이하며, 이번에는 공개하는 글쓰기를 해보기로 했다.


"내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어서, 정확성에 집중하다 보니 공개가 어려워진다."

"내면에서 정리되지 않으면 꺼내기 힘들다."

"과하게 나를 검열해서 꺼내는 것이 어렵다."

"용기 내서 솔직해져 보자. "


자기소개와 그동안 공개하는 글쓰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들을 나눠본다.

사람은 다 다른데 모두 내 마음 같은 이야기들을 한다.


글을 쓴다는 게 아주 조그만 부분이라도 결국 나의 한 부분을 꺼내놓게 되는 일이다.

이번 글쓰기 수업은 '공개'를 목표로, 마치 상품 출고 전 마지막 검수 과정에서 너무 높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우선은 꺼내보자는 시도이다.

때로는 묵직하고 커다래서 용기딱지를 이곳저곳에 붙여 내보내야 하는 것도 있다.

조금이라도 흠집이 나거나 불량으로 검수되는 것들은 세상 구경을 못하고 폐기가 되기도 한다.

이제는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경미한 외관 이슈로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합니다."처럼 일단은 내놓는게 목표다.


수업을 마친 후 나는 필요한 만큼 공개하고, 적당히 독자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글이 정돈되며 나도 담백하고 여운이 있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공개하는 글쓰기를 하기 어려웠던 이유들이 저마다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해보기로 마음먹고 둘러앉은 우리들이 뭔가를 깨고 나온 이들처럼 느껴진다.

스스로가 만들어둔 딱딱한 무언가를 깨고 한 발을 내디딘 사람들 같다. 지금은 우리 모두 깨어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