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가을햇살, 그 속의 풍요와 고요

<햇살과 바람 사이, 나의 계절> 시리즈 2 (7)

by 이민자의 부엌


한적한 오후, 미시사가의 하늘은 눈부신 가을햇살로 가득 차 있었다.
햇살은 마치 황금빛 실타래처럼 백야드 구석구석을 감싸며,
계절의 풍요로움을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백야드에 내려앉은 가을은 단순한 계절의 흐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결을 따라 천천히 스며드는 평온과 감사의 시간이었다.


동네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바람에 실려 흩날리는 오색 단풍잎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듯 자유롭게 춤추며,
가을의 향기를 사방으로 퍼뜨렸다.


낙엽이 바람에 나부끼고, 발에 밟히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이 계절만이 들려줄 수 있는 투명한 음악 같았다.
그 낙엽 타는 냄새조차 곧 그리움이 될 것을 알기에,
나는 그 순간을 더 깊이 음미했다.




점심을 마친 후,
아쉬운 마음에 가을햇살을 따라 천천히 산책길에 나섰다.


빨강과 노랑으로 물든 세상은 숨을 죽인 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고요하게 펼쳐져 있었다.


우리 집 옆 공원에도 낙엽이 포근하게 쌓여 있었다.
나는 그 위를 조심스레 걸었다.
발밑에서 들려오는 바스락거림은
투명하고 맑은 가을의 속삭임 같았다.


그 순간, 나는 비로소
가을의 한가운데 서 있음을 실감했다.


문득 여고 시절 외웠던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그 시절의 감성과 지금의 풍경이 겹쳐지며,
마음 깊은 곳에서 따뜻한 울림이 번져왔다.


세월이 흘러도,
계절이 주는 위안은 변하지 않는다.


계절은 언제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를 찾아온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도 물러나고,
단풍과 함께 찾아온 가을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을 몰고 와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겨울은 조용히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다가올 겨울은
지난날의 추억을 품고, 새로운 희망으로 맞이해야겠다.


한 해를 돌아보며,
조용히 감사함으로 마무리하는 계절이 되기를.


가을햇살 속에서 익어가는 것은
단지 자연만이 아니다.


그 속에는,
시간을 견디며 더욱 단단해지는 우리의 마음도 함께 익어가고 있다.


� 햇살과 바람 사이, 나의 계절은 그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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