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성찰> 시리즈 7
아침은 언제나 분주하다.
남편의 도시락과 과일을 정성껏 준비하고, 그를 배웅한 뒤에야 비로소 나만의 하루가 조용히 시작된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백야드에 앉는다.
온타리오의 가을 바람은 제법 차다.
외투를 하나 걸치고, 그 바람 속에 스며든 옛 기억의 향기를 천천히 꺼내본다.
이곳 캐나다 미시사가의 봄과 가을은 유난히 짧다.
그러나 그 짧은 계절 속에서도 자연은 은은한 색과 향으로 존재를 속삭인다.
그럴 때면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국의 풍경이 아련히 떠오른다.
봄이면 양재천에서 파릇한 쑥과 돌나물을 뜯던 손끝의 감촉,
여름이면 지리산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한 피서,
가을이면 내장산과 설악산의 단풍 속에서 느꼈던 황홀함,
겨울이면 군고구마의 달콤한 향과 커피 한 잔을 나누던 따뜻한 담소.
그 모든 순간들이 이제는 조심스럽게 꺼내보는 보물 같은 기억이 되었다.
한국에서 살던 시절,
친정어머니는 된장, 고추장, 청국장 같은 발효음식은 물론,
햅쌀이 나올 때면 햅쌀까지도 손수 챙겨주셨다.
그때는 그 모든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감사의 말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그 사랑을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흘려보냈다.
하지만 이억만리 떨어진 이민자의 삶 속에서
그 사랑이 얼마나 깊고 넓었는지,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때의 평범했던 일상들이 사실은 행복이었음을,
나를 위한 하늘의 선물이었음을,
이제는 뒤늦게야 마음으로 되새긴다.
세월이 흐르고, 낯선 땅의 공기 속에서 살아가며
그리움은 매일같이 마음 한켠에서 조용히 자라난다.
그리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거울이 된다.
그리움이 짙어지는 날이면
돌아가신 부모님이 문득 떠오른다.
부모님은 나의 그리움 그 자체다.
가끔 꿈에서 마주하는 그 모습은
눈을 뜨는 순간 더 짙은 그리움으로 남는다.
그럴 때면 한국에 사는 30년지기 벗에게 전화를 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오래된 추억을 꺼내놓는다.
목소리 너머로 들려오는 웃음 속에
그리움은 조금씩 따뜻한 온기로 변해간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위로하며,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문다.
온타리오의 바람 속에서 나는 오늘도 느낀다.
그리움은 나를 외롭게 하지 않는다.
그리움은 사랑이 머물던 자리이자,
나를 지금 이곳까지 이끌어준 가장 따뜻한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