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따뜻함 속에서.
요즘 제대로 식사한 기억이 없다.
성에 차지 않는 배달음식, 귀찮아서 돌린 햇반, 질려버린 김 한 장.
배고픔을 느껴도 편의점 과자나 계란으로 대충 넘기곤 했다.
그런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굽는 음식 냄새가 났다.
방은 따뜻했고, 할머니도 엄마도 아빠도 나를 반겨주셨다.
엄마는 내가 온다니까 박대를 굽고 있었고,
배고플까 봐 배와 귤까지 준비해 두셨다.
아빠는 엄마 생신이라고 큰 솥에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할머니 방에서는 오래된 전기장판의 따뜻한 온기가 새어 나왔다.
내가 피곤하다고 하니, TV도 조용히 꺼주셨다.
— 이런 게 가족의 정인가.
따뜻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할머니와 마주 앉았다.
갓 구운 박대와 조기, 뜨끈한 미역국, 여러 곡물이 섞인 잡곡밥,
그리고 다양한 김치와 나물들.
요즘 내 식탁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따뜻한 식사를 보니, 배가 더 고파졌다.
잡곡밥을 입안에 넣고 씹는 동안
할머니는 말없이 박대를 발라 내 그릇에 올려주셨다.
그걸 또 입에 가득 넣었다.
입안도 마음도 동시에 따뜻해졌다.
아흔을 넘기신 할머니는 이제 예전처럼 잘 걷지도 못하고
귀도 잘 들리지 않으신다.
예전처럼 음식을 직접 만들어주지는 못하지만,
생선을 발라주는 그 손길만큼은 여전히
그때 그 마음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