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러 가는 길

몸이 따라주지 않아도 결국 걸어가게 되는 순간들

by 푸른혜



집을 내려가려고 하니까 선뜻 가기 싫었다.
요 근래 잠을 잘 못 자서 피로에 지쳤고,
가봤자 또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에 괜히 귀찮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갈 시간이 되자 회피하고 싶었다.
빨리 가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계속 피하고 싶었다.
그래도 시간이 다 되어 어쩔 수 없이 씻고 준비를 하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시외버스를 탔다. 그때부터 매스꺼움과 속 쓰림이 올라왔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은 데다 마지막에 먹은 위장약 때문인 것 같았다.


속 쓰림은 점점 울렁거림으로 바뀌었다.
잠을 자고 싶었지만, 눈을 감는다고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조금만 틀어져도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속으로 ‘제발 빨리 도착해라’만 반복했다.
버스가 덜컹거릴 때마다 속이 바닥까지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옆에 든 쇼핑백을 보며
“토하면 조금이라도 시원해질까?”
“그러다 진짜 토하면 어떻게 살지?”
두 감정이 동시에 올라왔다.

식은땀이 났다.

그때 익숙한 건물과 도로가 보였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내려서 차가운 바람을 들이마시고 싶었다.


내린 뒤 걸으면서 확신했다.
택시도, 시내버스도 아무것도 탈 수 없겠다고.

울렁거림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에 몸은 떨렸지만, 속은 진정되지 않았다.

걸어가며 진정을 바랐지만
자동차 매연 냄새와 지나가는 담배 냄새가 속을 더 어지럽혔다.


그 순간, 엄마가 말해주었던 조언이 떠올랐다.
‘하늘만 보고 고개를 들고 가면 속이 나아진다.’

고개를 천천히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처음엔 메슥거림이 그대로 따라왔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시선을 천천히 다시 끌어올렸다.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는 걸 보며
내 속도도 조금씩 늦춰졌다.



그렇게 걸어가니 어느 순간, 집이 보였다.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도 하늘은 넓고 조용했다.

엄마가 말한 대로, 고개를 들고 보인 하늘이

결국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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