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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미 May 16. 2022

성숙한 사람이 얻는 축복

[북리뷰] 조던 피터슨 -질서 너머 3장.

질서 너머 -조던 피터슨-웅진 지식하우스


원치 않는 것을 안갯속에 가두어둔

사람들


어느 날 장인이 예고도 없이 버럭 화를 냈다. 20여 년을 묵묵히 아내가 내어준 접시에 식사를 하던 점잖고, 존경스러운 장인이 그날은 참지 않았다. 장모는 두고두고 가족 모임 때마다 그 이야기를 했고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장모는 상처받았다.   

  

장인은 장모가 자주 쓰는 그 접시가 늘 마음에 들지 않고 싫었지만, 20여 년을 묵묵히 참다가 드디어 폭발한 것이다.


잘 나가는 커리어 우면이었지만, 그녀는 아주 불행했다. 불행의 원인은 가정에 있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의 나르시시즘적 성향에 맞춘 집 인테리어와 취미생활에 맞추는 게 싫다고 말이다. 그녀는 그런 사소한 문제로 싸우는 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을 제외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노예처럼 굴종했다.


이런 식의 패배가 거듭될수록 다음번에 반대를 표현할 필요는 더 절실했지만, 실행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사람들은 그렇게 꾹 참다가 어느 날 갑자기 터트린다. 대부분의 평화유지군들은 할 말 못 하고 병들거나, 관계를 단절하거나, 험담을 한다. 충돌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거짓된 평화 즉,  참는다는 명분으로 위장한 채로 말이다. 사실을 외면하거나 회피한 채로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표류할 때 나이는 들어가고,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얻을 확률은 현저히 줄어든다. 거기엔 아무런 목표도 없다. 그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관계의 성장을 위한 가장 좋은 해결책

 


평상시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라.

-용기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말하라. 믿음을 가져라. 용기는 인생의 쓴맛! 즉, 모든 타락한 인간이 배신할 수 있고 배신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성숙한 사람이 되어 배신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상대를 신뢰하는 믿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평상시 솔직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라. 그것은 자신의 무지, 약함,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면서 내 감정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불안 요소를 감당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라.


-겸손

용기에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겸손이 뭔지도 잘 모른다. 그래서 번번이 실패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머 아름다우시네요” “아니에요” “잘했어 너 똑똑하구나” “별말씀을요” 정도가 겸손인 줄로 착각하면 안 된다. 그것은 겸손이 아니다. 상대의 칭찬에 자신을 낮추는 정도가 겸손이 아니다. 얼마든지 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겸손에 대해서 C.S 루이스는 그의 책 '순전한 기독교'에서 이렇게 말했다. 배워보자.



만약 여러분이
정말 겸손한 사람을 만난다면
요즘 사람들이 흔히 겸손하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는 저야 정말 부족한 사람이지요 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느끼하고 역겨운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그가 주는 인상은
여러분이 그에게 어떤 말을 하든지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쾌활하고 지적인 사람이라는 것이 전부일 것입니다.

만약 호감이 생기지 않는다면,
인생을 너무 쉽게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데
약간의 질투를 느꼈기 때문이겠지요.
 
그는 자신의 겸손을 의식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아예 자기 자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라.

-지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면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왜?라는 질문은 지혜다. 그러므로 주의를 기울여 정성껏 탐색한다면 반드시 발견하게 된다.

 

               Photo by Tien Vu Ngoc on Unsplash


성숙한 자가 얻는 축복    


순진함이 아닌 성숙한 자가 배신을 무릅쓰고 신뢰함으로써 사람들(아내, 남편, 이웃과 자녀들,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배 즉, 보물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핵심 키인 보물은 가장 어둡고 위험한 곳에 있으므로 그 두려움을 헤쳐나가는 용기 있는 자가 얻게 되기 때문이다.

 


돌아보기  

사람들은 내게 할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정 부분에서는 맞다. 정작 나는 내가 할 말을 못 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무언가 늘 말하려고 애썼던 건, 참다가 터트린 말로 인해 상황이 더 악화되는 순간에도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 열심히 설명했다. 정리가 채 되지 않은 채로 말할 때가 많았다.


그때 느낀 건 다양한 감정들이 다양한 상황들과 뒤섞여 혼돈 속에 떠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말하면서 그것들을 정리해 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관계의 전투 속에서 피투성이가 되는 과정들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찾아갔다. 고작 치약을 중간부터 짜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사소한 습관, 늘 참아주었던 그 일을 지금 이 순간은 왜 참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이었다.      


상대가 나의 바람대로 해주지 않을 때 느꼈던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과 생각. 왜 그런 느낌을 받는지 이야기했다.

     

'질서 너머'를 읽으며, 그동안 고민하며 부딪혀 왔던 일들, 살기 위한 몸부림이 용기요, 지혜며 틀린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감사했다.  

    

여전히 모든 것을 다 드러내어 이야기하기엔 내 감정들도 상당 부분 감추어져 있고, 다 드러내기에 쉽지도 않다. 솔직한 감정의 고백은 가족에게는 유효하지만, 모든 관계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겸손히 용기를 내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다 보면 소중한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을 믿는다.


용기를 내어 또 다른 중요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무례하지 않으면서 웃으며 말하는 법을 배우고, 훈련한다면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한 체하지 마라.
 
서로 협의해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상의하라. 싸움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 순간에는 불쾌할지라도
 낙타 등에 붙은
작은 지푸라기를 떼어내야 한다.

                    질서 너머 -조던 피터슨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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