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은미 Feb 06. 2023

어쩌다 글쓰기 모임 짱이 되었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걸까요

브런치 작가 데뷔 1년 차. 20편이 안 되는 글. 구독자 20명. 좋아요. 평균 20을 넘지 못하는 생각만 많은 내가 추진력만 쩔어서 어쩌다 글쓰기 모임 짱이 되었다.   

   

우리 모임에는 우락부락 하지만 소녀 감성 쩌는 자동차 딜러와 중소기업 사장님,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프로 살림꾼과 밤낮없이 바쁜 얼짱 영어 강사, 강아지 두 마리와 추억 쌓으며 우리 중 가장 글이 많고, 브런치 작가 데뷔로 따지면 가장 선배인 노 OO 그리고 다짜고짜 초짜인 내가 있다.   

  

모임을 결성한 지 4개월째. 8번의 만남. 우리는 노란 호박 고구마가 김을 뿜는 걸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 같은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도 프로 살림꾼이 챙겨 온 치아바타와 구운 고구마에 뜨거운 커피를 홀짝이며 급하게 서둘러 나오다 문간에서 넘어질 뻔한 이야기. 아침부터 남편이랑 맞짱 뜰 뻔한 이야기로 웃고 번잡하기 그지없다.  

    

한 달여의 시간을 과제하느라 끙끙대다 모임에 늦어 급 한데, 주차를 엉망으로 한 차주 때문에 엉긴 마음의 숨까지 몰아쉬며 자리에 앉자마자 그간의 일들을 우루루루 쏟아놓았다. 허겁지겁 준비한 글을 피드백해 달라며 호들갑을 떨다가 소녀 감성의 손에 들린 책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하면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이야기를 한 보따리 준비해 온 노 OO은 오늘따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나야 늘 어쩌든지 사람 띄우는 게 일이고, 원래 비행기 잘 태우는 소녀 감성의 기름칠한 듯 유연한 드립은 노 OO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글이 마치 ‘시냇물이 졸졸 명쾌하게 소리 내며 흘러가는 모양’으로 자연스럽고 매끄럽다는 칭찬에 노 OO은 살짝 언 듯 긴장한 표정에 볼그레 지는 두 뺨은 모두의 부러움과 시선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만사가 귀찮고 이대로 운전대를 잡고 끝도 없이 달리고 싶기만 했다. 어둡게 변한 낯빛엔 표정도 없고, 눈에 초점도 잃어버렸다. ‘나 왜 이러지?’


젊어서 한때는 잘난 것들을 보면 힘들었다. 때때로, 나도 모르게 급발진으로 ‘치애앵!!’ 왼쪽 눈이 살짝 찌그러지며 시려온다. 벽도 뚫을 기세로 시기심이 논스톱으로 달려 나오는 것이다.


살짝 배 알 꼴리는 건 나뿐일까? 자리를 뜨거나, 더 심한 것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환하게 웃으며 얼른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후자는 잘 안 됐다.

    

지옥에서 곧장 올라온다는 시기심이 어쩌면 그렇게 시퍼렇게 낫을 들고 내 속에서 끌어올려지던지.  ‘흥, 치’ 콧소리를 내며 눈을 흘기고 고개를 돌리는 것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그것도 한때 이제는 나이가 드니 연기력도 늘고 아닌 척의 대가가 된 데다 어느 정도 성숙해지고 나만의 개성을 좋아할 줄도 알게 되었건만.

....

사진: Unsplash의 ayush kumar

우리는 다 색깔이 다르고,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으며 나는 나만의 모습이 있다고 위로해 봐도 오늘따라 저녁 가로등 불빛 아래 그림자 늘어지듯 길게 드리우는 우울은 수습이 안 됐다.


마음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위로해 줄 사람이 있다면 찾아가 그의 온몸을 두 팔로 흔들어대며 비린내 진동하는 속내라도 꺼내놓고 싶었다.


그날 오후. 그 기운 그대로 받아 노 OO은 글을 한편 더 뽑아냈고 브런치 알림음이 울렸을까 다된 저녁에 우리 모임 카톡방에 불이 났다. 다음 메인에 노 OO의 글이 올랐다며 누군가 다음 메인을 찍어 올렸다.

“어머!!! 대박!! 좋겠다. 부러워. 부럽다!!! 아자!!!”

댓글을 달고는 현수막이라도 걸자고 연신 농담 반 진담 반 추켜세워주며 입꼬리를 쭈우욱 늘려 올려보지만, 무덤덤하려 애쓰는 내가 안쓰럽다.  

   

‘강아지를 키워볼까? 아니 옆집 개새끼라도 산책시키고 글 좀 써 봐’ 이런 유의 생각들이 스쳐 가는 밤. 어이가 없다. 강아지는 키울 자신 없고 부러우면 지는 거라던데. 진건가?

“노 OO 완전 부러워.”


사진: Unsplash의 Mailchimp


작가의 이전글 좋은 이웃이 된다는 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