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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우먼 6장

악몽

by 하늘사람

수현은 혼란스러웠다. 어젯밤, 취한 상태에서 효주가 택시에 태워줬는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분명 택시안에서 창밖을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아, 머리야...”

깨질 듯한 두통을 부여잡으며 집안을 둘러보았다. 식탁 위에는 검은색 병이 놓여 있었다. 숙취해소제인가?


병을 보자 어제 밤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속이 좋지 않아 택시에서 내렸고, 편의점에 들렀었고, 다시 택시에 타려던 순간 한 노파를 만났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눴다.

"아가씨, 오늘 기분이 아주 좋은일이 있었나보네"

“네~ 아주 좋은일이 있었죠! 그나저나 할머니, 너무 고우시다! 젊으셨을 때 인기 많으셨겠어요.”

“늙은이 놀리니까 재밌수? 많이 취했구만”

“저는요. 이 모습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거든요. 늙지않는 영원한 마법이 있다면 좋겠다니까요.”

"그런 마법이 있다면 이 늙은이한테도 알려주게나. 자~ 이거 마시고 속 좀 풀어요"

"고맙습니다."

노파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검은 병을 건넸었고, 수현은 귀가 후 별 생각 없이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잠이 들었던 것이다.


우선, 노파를 찾아야 했다.

변해버린 얼굴을 볼때마다 짜증이 났다.

오늘은 전무로 승진하고 첫 출근인데 이런일이 일어나다니.


수현은 지난 밤에 노파와 대화를 나눴던 편의점 주변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백색의 긴 머리카락, 하지만 세월을 비켜간 고운 얼굴...


수현은 편의점에서 조금 떨어진 공원에서 홀로 거닐고 있는 노파를 발견했다.

“할머니! 할머니~ 잠시만요. 저 기억나시죠? 어제 밤에 만났잖아요.”

노파는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

변해버린 수현을 알아보지 못한 건 당현한 것이었다.

“저예요! 마법이 있다면 영원히 이 모습으로 살고 싶다고 했던... 기억나죠?”

노파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어제 그 아가씨. 하루아침에 얼굴이 많이 변했구만”

수현은 노파가 자신을 알아봐줘서 너무나 다행이었다.

“기억나시는군요! 제 얼굴... 어떻게 된건가요?”

“마셨구먼!”

“숙취해소제 아니었어요?”

노파는 고개만 끄덕이며 미소만 지을뿐이었다.

“돈 필요해요? 얼마든지 드릴게요. 제발 이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게 해주세요.”

“돈은 무슨,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다늙은 노인네인데”

“그럼, 원하는거 뭐든 드릴게요.”

“돌아갈 방법이 있긴 하지. 한 번만 말할테니 잘 들으라고!”

수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노파만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방벙을 알고 있는니 화가 나더라도 참아야만 했다. 그리고 노파의 말을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30일 안에 아가씨를 진정으로 사랑해 줄 남자를 찾아. 하지만 아가씨도 그 남자를 사랑해야만 해.”

“네? 그건 너무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방법 아니에요? 이 얼굴로 남자를 만날 수 있겠어요?”

“그건 아가씨가 해결해야 할 문제고! 영원히 그 모습으로 살던가! 난 갈 길 가네~”

수현은 왈칵 눈물이 났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큰 여자가 공원에서 우는꼴이라니. 그러는사이 노파는 온데간데없고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우선 제일급한 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전까지 회사에 출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회사에 뭐라고 해야 할까?'

생각에 잠겨 집까지 걷다 보니 어느새 집앞까지 도착했다.

아파트 앞에는 오늘도 수현을 보기위해 안민재가 서있었다.

‘저 인간, 오늘 또 왔네. 하필 오늘’

수현은 민재와 눈이 마주쳤다. 몇 초 되지 않은 순간이었지만 심장이 멈추는거 같았다.


수현은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하기로 했다. 한 숨 자고나면 본래의 모습을 돌아오지 않을까..

수면제를 복용한 수현은 스르륵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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