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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Oct 04. 2023

건설법무 개론 (4)

(5) 공사관리. 분리발주 공종 확인. 주변 민원 해결

   (Hoxy 공사중단 발생하면… 일 많아짐)

 : 전기/정보통신/소방 분리발주. 민원인과의 분쟁은 ‘공사중지가처분’에 신경써야 함. 일조권 및 소음 분쟁도 자주 발생


땅 구입하고, 터파기 지반공사 및 상하수도+전기 인입 기초공사 해 놓고. 그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건물 올라갑니다. 철골구조 또는 철근콘크리트 구조, 철골을 기본으로 하면서 콘크리트를 보강하는 SRC(Steel-Reinforced Concrete) 구조 등 몇 가지 공법이 있습니다.


대략 15년 전에는 콘크리트(공구리) 타설하는 거푸집 구조가 붙였다 떼는 방식이었는데, 요즘은 한 층 전체 거푸집을 일체형으로 만들어서 계속 들어올리는 방식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공사속도도 빨라지고 소음도 줄어드는 것 같더군요.


이렇게 구조물부터 올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내장공사가 진행됩니다. 미장, 창호, 배관, 도장업체 등이 순차적으로 /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와 건물 내부를 꾸미고, 전기배선과 통신공사까지 되면 건물 하나 뚝딱! 참 쉽죠?


물론, 저처럼 본사근무만 하는 법무담당자들은 ‘참 쉽죠?’라고 말할 수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많이 고생합니다. 온갖 돌발변수들이 속출합니다. 산재사고도 많이 나구요.


자세한 얘기를 다 하면 길어지니 적당히 줄이고. 공사 진행 과정에서 법률적으로 쟁점이 되는 것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분리발주’ 부분입니다.


1) 전기/정보통신/소방 분리발주


건설법무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법령 중 하나가 ‘건설산업기본법’입니다. 대한민국 70년 건설업을 규제하는 법령이고, 그만큼 이 나라의 건설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건산법을 살펴보면 좀 특이한 게 있는데요. 2조 정의 부분에 건산법 적용 대상을 열거하면서, 전기공사 / 정보통신공사 / 소방공사 / 문화재공사는 제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문화재공사’를 제외하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화재가 될 만한 건물(대표적으로 국보1호 남대문)은 그 공법 자체가 다르죠. 가끔 일본산/중국산 목재 써서 문제되긴 하지만 일단 목재+석재만으로 건물 올리려면 그 고유의 공법을 적용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전기/정보통신/소방도 제외한다? 왜? 무엇 때문에?


이 3개 공사가 제외된 정확한 이유가 뭔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건설법무 18년 했지만 제가 신입사원일 때부터 법이 이렇게 되어 있었어요. 20세기 때부터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는 얘기죠.


다만, 추정컨대 아마 ‘옛날에 지은 벽돌식 건물’을 기준으로 분류하다 보니 저 3가지 공사가 제외되었던 것 같습니다. 벽돌 쌓아올린 내력벽으로 1~2층 정도 규모의 단독주택을 지을 경우, 전기/정보통신/소방공사는 따로 해야겠죠.


그러나, 대다수 건축이 아파트-오피스텔-상가-공장 등으로 정형화된 21세기 건설업에서는 저 3가지 공사를 분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기/정보통신/소방공사를 다 반영하거든요.


건물 주요 기둥 주위로 전기배선/정보통신배선 지나갈 배전함과 배전관로를 다 만들어 놓고, 각 공용부와 천장 사이로 배관 깔면서 소방배관도 함께 연결하며, 관련 공사는 그냥 미리 만들어 놓은 관로에 선/배관만 넣으면 끝나는 작업. 이게 최근 건설업입니다. 공사를 따로 분리할 이유가 전혀 없고, 설계도 그렇게 안 합니다.


그렇지만… 일단 법이 있으면 지켜야죠. 법이 우리 일반인들에게 [까라면 까]를 시전하는데 뭐 어쩌겠습니까. 까야죠.



20세기 벽돌건물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걸로 추정되는 전기/정보통신/소방 분리 법령. 이것 때문에, 건설공사를 하면서 전기공사 / 정보통신공사 / 소방공사는 ‘분리발주’를 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계약서를 따로 쓰고 (입찰시에) 별도로 입찰공고를 내야 합니다.


예전에는 종합건설면허 가진 건설사업자가 아예 저 3개 공종을 수행할 수 없었던 시절도 있다고 합니다만, 요즘은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종합건설사업자가 전기/정보통신/소방 면허 취득할 수 있고, 대다수 종건사들은 저 3개 면허도 다 갖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시공역량 갖고 있다면 당연히 다 취득해야죠.


뭐, 효율적인 방식은 아닙니다. 괜히 중복으로 면허 취득하게 하면서 관련 비용만 증가시킵니다. 각 공종 별 협회 말고는 이득 보는 사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단 법무담당자면 현황을 잘 알고 현황에 맞게 법무검토를 해야겠죠. 전기/정보통신/소방공사에 대해서는 ①분리발주가 되었는지 ②관련 면허가 있는지 ③일괄계약되었다면 이걸 하나의 계약서 내에서 분리하여 발주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합니다.


(가끔은 건축법 등 다른 강행법류의 적용을 따질 때 이게 건산법에만 적용되는지 / 전기, 정보통신, 소방에도 적용되는지 살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개론 수준에서는 생략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전기, 정보통신, 소방은 공사 시작 단계부터 분리발주하고 분리계약하는 것이 원칙. 이거 하나만 기억하고 넘어갑시다. 다음은 ‘민원해결’입니다.



2) 민원해결


공사장 근처에 가 보면… 당연히 시끄럽습니다. 먼지도 많이 납니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트럭이 왔다갔다하면서 무척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실제로도 위험합니다).


건물 올라가는 과정도 상당히 시끄럽고 먼지 많이 나는데, 그 전에 지반공사 할 때는 더 심합니다. 항타기 써서 파일(Pile) 때려박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가끔 암(巖) 깨려고 파쇄기 동원하거나 / 심지어 발파(發破)로 화약 터뜨리면 뭐… (좀 과장해서) 6ᆞ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닙니다.


그래서 도심지 공사가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공간 바로 옆에서 항타/파쇄/발파 진행하고 공구리 부어대고 절단 용접 망치질 온갖 거 다 하다 보면 민원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외곽지역 토목공사(교량,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 공사)가 쉬운 것도 아닙니다. 이 쪽은 공사구간이 길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암(巖)을 자주 만나게 되고, 발파는 기본(!)입니다. 그리고, 외곽지역에는 ‘농장’이 있죠.


시끄럽고 쿵쾅대고 먼지나고. 소음, 진동, 분진 이 3가지는 건설업에 따라붙는 숙명 같은 겁니다. 거기에 건물 높이 올라가면 햇빛 가리고 조망(眺望)도 침해합니다. 민원해결, 매우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가장 강력한 것부터 보죠. 물론 ‘실력행사’는 빼고 법률적인 것만 살피겠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공사하든, 소음-진동-분진으로 인한 민원 문제에서 가장 강력한 분쟁은 ‘공사중지가처분’입니다. 공사 자체를 못하게 막아 버리는 거죠. 일단 인용되기만 하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가장 크리티컬한 치명타를 맞는 겁니다. 공사기간 못 맞추면 지체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거든요.


그래서, 민원 관련 법률분쟁으로 손해배상 청구하시는 분들은 주로 공사중지가처분을 같이 신청합니다. 상대가 가장 아파할 만한 공격수단을 들이밀고 협상하는 것, 이게 소송전략의 기본이긴 합니다.


다만, 공사중지가처분이 인용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어지간한 건설사라면 소음/진동/분진 저감대책을 마련한 뒤 공사 시작하고, 통상적인 수준의 공사에서 인근 건물이 무너질 정도의 진동은 발생하지 않거든요. 옆에 공사한다고 인근 건물이 무너질 정도면 그 무너지는 인근 건물에 문제 있는 거죠.


즉, 해당 공사로 인해 인근 건물이 무너질 정도거나 그에 준하는 큰 위험이 발생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한, 공사중지가처분은 인용되기 어렵습니다. 법원 말고 ‘사실적인 주장과 실력행사’로 공사를 방해할 수는 있겠지만 법원을 통해 가처분 받아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렇긴 한데… 최근에 공사중지가처분 인용되었다가 항소심에서 뒤집힌 사례 하나가 있었죠. [서울 정릉동 아파트] 건입니다.


뭐, 이 건은 인근건물 붕괴 위험과는 무관합니다. ‘정릉’이라는 문화재 보호 측면에서 접근했고, 문화재 앞에 고층건물을 지어 해당 문화재를 가려 버리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게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1심에서는 공사중지 가처분 인용해서 공사를 중단시켜 버렸죠. 항소심에서는 다시 공사 허용해 줬습니다만.


가처분의 인용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일단 인용되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사업의 핵심이 망가지기 때문에 ‘총력대응’을 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몸값 높은 변호사를 투입하는 건 기본이고, 분위기 봐서 위험하다 싶으면 손해배상에 상응한 금액을 공탁하기도 합니다. 무너질 것 같다는 인근 건물주와 소송 외 협상을 하는 경우도 많구요.


(건설업계에 떠도는 카더라 소문에 의하면, 신용산역에 있는 아이파크몰 지을 때 도로 하나 건너편에 있는 XX건물에서 자기 건물 지하 기둥을 때려부수는(…) 식으로 협상해서 거액을 받아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변호사고 뭐고 필요없죠…)



가처분과 병행해서 ‘손해배상’을 진행하면,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조정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일단 소음/진동/분진 발생하는 건 사실이니까 건설사 측도 가급적 조정으로 끝내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법률절차에서 조정을 할 경우, 전통시장 가격흥정처럼 금액 올려친다고 되는 건 아니고 ‘일응의 기준’을 갖고 조정을 진행합니다. 소음/진동/분진의 경우 ‘건축기준’과 ‘현장 측정치’가 중요하게 되겠죠.


제 기억에, 도심지 상업지구 소음기준은 65db /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지구 소음기준은 55db입니다. (따로 안 찾아보고 기억으로만 쓰는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실제 현장에서 들어 보면 이 기준은 생각보다 높은데요. 앞서 얘기한 항타기 정도 되어야 65db 넘고, 통상적으로는 (주위 소음저감 가림막을 할 경우) 60db을 넘지 않습니다.


물론, 기준 이하라고 해서 인근 건물에 피해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60db이면 오토바이 지나가는 거랑 맞먹는데, 이게 시시때때로 계속 들리면 좋을 게 없죠. 분진으로 인해 창문 못 여는 것도 사실이구요. 저감조치 하긴 해야죠.


소음/분진 저감용 가림막을 하고, 그래도 날아가는 분진 제거를 위해 인근 건물 청소해 주고, 입주자대표회의나 상가관리단 등 대표자와 협상하고. 도심지 공사는 민원해결에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법무담당자가 다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업부서와 함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죠.


아, 그리고 하나 더. 도심지 공사에서는 소음/분진 분쟁에 더해서 ‘일조권 분쟁’이 따라옵니다. 조망권 주장도 셋트로 오긴 하구요.


일조권과 조망권. 이 중 ‘조망권’은… 도심지에서 거의 인정받지 못합니다. 산 좋고 물 맑은 관광지 호수 뷰(View) 까페 정도면 몰라도, 잠만 자고 나가는 도심지 아파트나 / 아예 처음부터 상업지구인 도로변 상가 등에서 조망권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한강뷰’도 금전적으로 환산 가능한 조망권은 없습니다.


대신 일조권은 좀 다르죠. (이 또한 제 기억으로) 겨울철 해가 제일 짧은 동지 기준으로 1일 4시간 / 연속 2시간 이상 해당 건물에 햇빛이 비쳐야 하고, 이 기준에 미달하면 일조권 침해가 됩니다.


일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은 자주 문제되고, 법원도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합니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건물이라도 그 예정건물로 인해 일조권 침해가 우려되는 인근 건물 거주자는 일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일조권 관련 계산작업을 수행하는 전문가들이 호실 별 침해 여부를 잘 계산해 줍니다.


(건물높이, 각도, 태양의 이동 방향 등 주요 요소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계산하는 프로그램 같은 게 있는 것 같은데… 법무담당자는 거의 다 문과 출신입니다. 문송합니다.)


도심지는 이 정도로 보고. ‘외곽공사’로 넘어가겠습니다.



도심지 아닌 외곽공사의 경우, 민원 분쟁이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일단 한 번 분쟁 붙으면 손해 단위가 몇십억으로 올라갑니다. ‘농장’은 ‘가축 폐사(斃死)’가 발생하거든요.


제가 법무 신입사원 때, 교량공사 과정에서의 발파(發破)로 인해 인근 돼지농장 돼지가 죽고 스트레스받고 병 걸렸다는 소송이 들어왔었습니다. 당시 소가가 2005년 기준으로 20억원 대. 대형 소송이었습니다.


이 소송 과정에서 시공사 측이 주장한 주된 논리는… ‘과실상계’였습니다. 즉, 발파로 인한 소음진동으로 돼지들이 스트레스 받은 건 일부 인정하지만 피해자 측의 과실이 더 크고 이게 주된 요인으로 돼지폐사 사태가 생긴 것일 뿐, 정부 허가를 받은 발파공법을 시행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


그 때 나온 게 ‘축산 기준’이었는데요. 대한민국의 축산농가들은 유럽 등에서 정한 가축복지기준을 거의 지키지 못합니다. 돼지는 말할 것도 없고 ‘닭’은 최악입니다. A4 한 장 크기 닭장에서 하루종일 사료 먹고 알만 낳는데 스트레스 만땅이겠죠.



*****


오늘은 공사관리에서 분리발주되는 3개 공종 / 민원해결에 대해 간략히 다뤄 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공사관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업체관리’, 즉 ‘하도급관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상세히 다루면 엄청 길어지겠지만 가급적 1회 연재분에 맞춰서 적절히 요약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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