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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Sep 27. 2023

건설법무 개론 (3)


(4) 터파기 시작. 공사 단계

공사계약은 표준화되어 있음. 다만, 민간건설공사표준계약의 많은 부분이 생략/변경되므로 ‘표준양식’을 잘 알고 있어야 함. 관급공사는 PQ에 신경 많이 씀.


제목에 ‘건설법무 개론’이라고 썼는데 진짜 건설회사 고유 영역까지 오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건설공사, 즉, ‘시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뭐, 시공에 대해 살펴본다고 하지만 ‘법무’의 관점에서는 그리 많은 일을 하진 않습니다. 법무담당자가 직접 현장 나가서 공사하는 건 아니니까요. 가끔 대형건설사에서는 순환보직으로 현장공무 경험을 하기도 하는데, 대다수 법무담당자는 현장 경험이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법무담당자가 신경쓸 부분은 역시 ‘공사계약’일 겁니다. 어느 회사든 계약검토 중요하죠. 계약검토로 모든 걸 다 잡아낼 수 없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많은 경우를 예측해 계약서에 반영해 두면 좋습니다.


다만…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건설업은 성숙산업이고 이미 70년 이상 축적된 상관행이 있습니다. 게다가, 대한민국 고도성장기에 나름 큰 역할을 하다 보니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다양한 규제를 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공사계약의 틀이 확립]되었었죠.


즉, 건설업 공사계약은 상당히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예 정부(국토교통부) 차원에서 ‘표준양식’도 만들어 줬습니다. 정부공사에서는 당연히 정부계약 표준양식이 있고, 민간에도 표준양식이 있습니다. 국토부에서 3년마다 개정하여 공지하는 ‘민간건설공사표준계약’이 그것입니다.


우선 민간건설공사계약부터 살펴보죠.


1) 민간건설공사계약


앞에서 분양계약 관련 공정위 표준양식 얘기를 했었는데요. 공사계약도 비슷합니다. 국토부 고시 민간건설공사표준계약이 일응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법무검토 담당자는 ‘~부분이 민간건설공사표준계약과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는 식으로 검토하면 됩니다.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줬고 거기 맞춰 가겠다고 하면 태클 걸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물론, 표준양식이 좀 길긴 합니다. 분양표준계약도 짧은 편은 아니지만, 민간건설공사표준계약은 상당히 깁니다. 2021년 기준으로 15페이지 정도 되네요. 납품대금연동제 시행되는 걸 2024년 공지 때 반영하면 더 길어질 거구요.


뭐, 자주 보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국토부에서 공개해 놓은 자료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접속만 되면 다운받아서 열어볼 수 있구요. 계약검토할 때 표준양식 펼쳐 놓고 서로 비교하면서 진행하면 시간이 확 단축됩니다.



표준양식을 그대로 적용해서 공사계약 만들어 주면 참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진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부 조항을 삭제하거나 변경하는데, 일반적으로 ‘발주처 측에 유리’하도록 변경할 때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변경 많이 되는 조항이 ‘공사대금 증액 관련 4종셋트’인데요. 1) 설계변경 2) 물가변동 3) 공기연장(으로 인한 간접비 등 증가) 4) 기타사정 이 4개 조항입니다.

(민간건설공사표준계약 20~30조 전후에 이 조항들이 들어갑니다. 최근 버전에서는 ‘공기연장’과 ‘기타사정’을 하나로 묶은 것 같습니다.)


건설공사는 2~3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행해지는 경우가 많고, 여러 돌발상황 때문에 최초 설계가 달라지거나 / 공사기간 예측한 게 안 맞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물론 시공사 귀책사유로 잘못된 경우라면 손해배상 일반 법리에 따라 시공사가 책임져야겠지만, 시공사 잘못 없이 변동사항이 생겼다면 이를 시공사에게 100%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겠죠. 이런 경우에 대비해 위 4가지 공사대금 증액 사유가 있습니다.

(당연히 증액뿐만 아니라 감액도 포함하지만, 아무래도 시공사 입장에서는 증액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4가지 사유 중, ‘설계변경’까지 삭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설계부터 최종 준공까지 일괄해서 시공사에게 위임하는 턴키(Turn-key. 발주자가 열쇠만 돌리고 들어가면 된다는 의미) 공사면 설계변경까지 삭제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 공사에서는 설계변경으로 인한 증액 조항은 남겨 둡니다.


기타사유는 말 그대로 ‘기타’이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진 않고, 실제 기타사유가 발생하는경우 대부분 ‘공기연장’과 관련됩니다.

법정근로시간이 단축되거나, 악천후 등으로 공사를 할 수 없는 기간이 생기거나, (발전소등 플랜트공사의 경우) 발주자가 제공해야 하는 핵심 설치장비가 늦게 들어오는 등 공사기간을 변경해야 하는 사유가 생기면 ‘공기연장’을 해야 합니다. 미래 날씨는 예측할 수 없고 발주자 측 사유로 공사 늦어지는 걸 시공사에 떠넘길 수도 없으니, 공기연장 조항 자체를 삭제하는 공사계약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공기연장은 인정하되 그냥 기간만 부여하고 간접비 증액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는 경우는 은근 많습니다. 즉, 정당한 공기연장은 인정하되 공기연장으로 인한 증액 조항을 삭제하는 거죠.


건설공사는 직접비 외에 간접비가 발생하고, 공사가 연기되면 가끔 직접비 부분도 ‘대기비용’이 추가 발생하곤 합니다. 아무리 건설업 현장업무가 ‘일용직 노가다’ 중심이라고는 하지만 하루만에 사람 모을 수는 없고, 건설장비 임대할 때에도 하루만에 계약해서 중장비 반입할 수 없습니다. 인력모집 및 장비임차가 끝난 상태에서 공사가 연기되었다면 해당 대기료는 ‘직접비 손실’이 됩니다.


이 직접비까지 인정 안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발주처 귀책사유가 아니라고 하면서 ‘사실관계 증명’으로 다투는 경우는 있지만, 적어도 계약서 문구 단계에서 ‘공기연장 직접비까지 증액 불허하겠다’는 계약은 없습니다. 그런 계약이 있다면 당연히 법무담당자가 수정의견 내겠죠.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공기연장시 간접비 불허’ 조항입니다. 공사 늘어난 기간에 대해 건설회사 본사 직원 및 현장관리자 인건비, 제반 보험료 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인데요. 이걸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해야 합니다.


제가 법무검토한다면, 공기연장 간접비 불허 조항에 대해 수정제안 메모만 달고 사업부에서 재협상하도록 합니다. 사업부가 이를 받아들이겠다면 그에 대해서는 이의제기하지 않습니다. 건설회사는 공사를 따 오는 게 중요하거든요. 어지간하면 발주처 말 들어야죠.

(철저한 을 마인드…)



가장 많이, 자주 삭제되는 조항은 ‘물가변동’입니다. 건설자재 등의 가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데, 이 자재가격이 폭등하더라도 발주처는 원래 정한 계약금액만 주고 시공사가 손실나는 것은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미겠죠.


물가변동 조항을 삭제할 경우, 대부분 총액계약(Lump sum) 조항도 같이 들어갑니다. “~이 계약은 총 ~~원으로 총액계약하는 건이며, 을(시공사)은 ~조의 사유가 없는 한 공사대금의 증액을 청구할 수 없다.”는 식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물가변동 증액을 배제하는 조항은, “별도의 특별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민사법의 대원칙 “계약 자유”가 적용되죠. 발주처가 이런 조건을 제시했고 수주하는 시공사가 동의했으면 유효한 계약인 게 원칙입니다.


그리고, 건설공사 발주를 ‘여러 고객을 상대로 반복 진행하는 사업자’는 그리 많지 않고, 각각의 건설공사계약은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물가변동 증액 배제 조항을 ‘약관’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일단 적용하면 유효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 * 다만, 위에서 쓴 대로 “별도의 특별법”이 있다면 물가변동 증액 배제하는 것을 무효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다음 챕터 ‘업체관리’에서 하도급법 언급하면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법무검토할 때에는, 위 공기연장 간접비 증액 배제 조항처럼 물가변동 배제 조항도 수정제안 메모만 달아 사업부가 결정하도록 합니다. 물가변동 조항으로 발주처와 싸우다가 공사 수주 날아가면 당장 일거리가 사라지니, 가능하면 공사 따낸 거 그대로 시공하는 게 좋습니다. 계약서가 불리한 것 정도는 수용해야죠.


다만… 물가변동 증액 배제한 게 현실에서 꽤 큰 문제를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죠. ‘코로나19 끝날 무렵 전 지구적인 원자재 폭등 현상이 발생했던 때’가 딱 이 상황입니다. 대략 2021~2022년 사이였겠네요.


개인적으로 다행이었던 게, 이 ‘전 지구적 원자재 폭등’ 시점에 저는 물가변동 증액 분쟁을 고민할 필요 없는 회사에 있었습니다. 시행-시공을 일괄해서 진행하는데 물가변동 증액 따질 수 없죠.


그 때 ‘시공 중심 건설사’에 계셨던 법무담당자 분들은 저 물가변동 관련 분쟁을 진행하셨을 것 같습니다. 자재폭등으로 몇십억~몇백억 손실 발생했는데 계약서에 ‘물가변동으로 인한 증액은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뽷 기재되어 있으면… 여러 사람 난감해질 겁니다.


참고로,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이 심할 경우 건설공사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긴 합니다만 대한민국 판례상 IMF사태는 불가항력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금융위기도 마찬가지구요. 자재값이 20% 정도 폭등했다는 건 뭐… 당연히 불가항력 아닙니다. 이걸로 계약해지할 수는 없었을 것 같네요.


저렇게 일시적으로 자재값 폭등하는 현상이… 몇십년 내에 다시 안 오겠죠? 안 오길 바랄 뿐입니다. 팬데믹을 예측할 수는 없으니, 그저 기원할 수 밖에요.



2) 관급공사계약


민간건설공사계약에서 ‘계약금액 증액’ 부분을 좀 길게 썼는데, 관급공사는 이것보다 간단합니다. 간단하다는 게 계약서가 간단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계약서는 길지만 ‘법무담당자가 수정할 게 없다’는 의미입니다.


민간건설공사까지 표준양식 만들어 공지하는 나라인데, 관급공사는 당연히(!)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조달청 회계예규에 따라 관급건설공사 표준양식을 적용하고, 여기에 나온 조항을 그대로 수용하면 됩니다. 수정할 여지가 없죠.


다만, 관급공사에서는 ‘계약 전 입찰단계’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사 입찰의 경우에는 PQ(Preliminary Qualification.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라는 걸 거쳐야 하거든요.

뭐, PQ도 정량화되어서 수치로 표시되기 때문에 PQ의 요건 자체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PQ 감점사유 관리]입니다.


PQ 감점. 관급공사 주로 하는 건설사에서 이건 거의 목숨줄이 왔다갔다 하는 일입니다. 국가공사 하면서 돈 따박따박 받아야 하는데 PQ점수가 깎여서 입찰자격 탈락한다면 대략… 여러 사람 난감해지겠죠.


PQ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주로 문제되는 것은 ① 산재 건수 ② 하도급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위반으로 인한 벌점 이렇게 2가지입니다. 관급공사 신경쓰는 건설사들은 이 두 가지에 매우 민감합니다.


산재 건수에서는 당연히 부상사고보다 사망사고 감점이 더 큽니다. 구체적인 계산 기준은 오래되어 기억이 안 나지만, 사망사고 1건이 부상사고 10건 정도였던 것 같네요.

다만, 과거에는 저 비율을 무조건 적용하는 게 아니라 예외조항이 있었습니다. ‘사망사고 발생시에도 시공사 귀책이 경미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불기소(기소유예 포함) 처분을 받았을 때에는 부상사고로 본다’는 조항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산재사고 나면 산업안전보건법 기소 사건을 방어하는 데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들였습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검찰 출신 전관변호사에게 수임료를 많이 주고 방어하도록 했었죠.


이런 부작용 때문인지, 지금은 저 예외조항이 없어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현업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최근에 다닌 회사들은 모두 관급공사에 신경 안 쓰는 회사들이어서…^^;;



관급공사에 신경 안 쓰는 회사들은 위 ②번 하도급법/건산법 위반 벌점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입니다. 보통 시정명령 1번에 벌점 2.5점 정도인데, (입찰참가제한 기준인) 5점 쌓여도 그닥 신경 안 씁니다.


다만, 이것도 10점 육박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그 때는 ‘영업정지’가 가능하거든요.


이에 대해서는 챕터를 바꿔서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도급관리’와 연결되는 내용이니 관련 챕터인 ‘업체관리’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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