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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Sep 26. 2023

건설법무 개론 (2)


(3) (아파트, 상가 등 대부분의 건물에서) 선분양 진행. 분양관리 시작

대한민국은 ‘선분양’이 핵심. 상당수 법률쟁점이 이 선분양에서 시작됨. 공정위 표준계약 및 ‘해지 패널티’에 주의!


선분양. 대한민국의 상징 같은 제도입니다. 빈 땅에 아직 땅도 안 팠는데 이미 아파트가 있다고 상상하고서 10년 넘게 모아도 다 못 모을 금액에 덜컥 계약하는 제도, 뭐 그런 겁니다.


선분양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자면 할 말 많겠지만, 그건 ‘법무담당자로서의 업무 노하우’와는 무관합니다. 일개 회사원으로서 법무검토 하는 사람도 ‘현실개선방향’을 고민할 수 있고 당연히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민해야겠지만, 회사가 법무담당자에게 월급 주는 이유는 그런 고민 하라는 게 아닙니다. ‘월급쟁이 회사원 법무담당자’는 현실 제도를 잘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계약검토 진행하면 됩니다.


선분양의 문제에 대해 워낙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 경험으로 알고 있고, 정부기관도 여기에 신경 많이 씁니다. 대한민국을 하드캐리한 원동력(?)이기도 하니, 그만큼 분양 건도 많구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신경쓰고 거래 사례도 많다면, 당연히 ‘규제’가 따라옵니다. 대한민국 경제규제기관 중 가장 많은 활약을 하는 ‘공정위’가 개입해야 합니다.



서설이 길었는데, 아파트/상가/오피스텔 건의 선분양계약 관련하여 [공정위 표준계약]이 있습니다. 꽤 잘 되어 있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도 하죠. 판례도 잘 반영합니다.


다음 챕터 ‘공사계약’에서도 언급할 건데, 건설업은 성숙산업으로서 몇십년의 상관행이 축적되어 있고 국가에서 표준계약을 만들어 이를 권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법무담당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표준계약을 기준으로 삼아 “~표준계약과 비교할 때 ~부분은 당사에 불리합니다.” 라는 식으로 쉽게 검토할 수 있죠.


즉, 분양계약은 공정위 표준양식을 따라가면 아주 쉽습니다.


국가의 권위로 공표하고 약관규제법 및 각종 판례를 준수한 표준양식. 이거 그대로 쓰면 누가 태클 걸어도 ‘저희는 공정위 표준양식 그대로 준용했습니다. 대한민국이 허용해 줬는데 뭐 어쩔티비?’ 라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참 쉽죠?’가 절로 나옵니다.


물론… 그렇게 쉬울 리 없겠죠.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표준양식을 따르지 않는 회사(주로 시행사)도 많고, 그 회사 분양계약서를 근본부터 뜯어고쳐 공정위 표준양식으로 바꾸는 건 일개 법무담당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일단 직급에서 밀리죠…)


다만, 크리티컬한 치명타 수준의 조항들은 법무담당자가 지적해 줘야 합니다. [이 조항 그대로 유지하다가 나중에 문제 생기면 공정위 약관규제과에서 시정명령 받고 법원에서도 깨집니다.] 라는 걸 언급은 해 줘야 합니다.


(* 참고로, 이렇게 ‘대한민국 법과 판례를 준수해야 합니다.’ 라는 정상적인(!) 의견을 내면 아주 가아끔 ‘법무팀이면 법이랑 판례 바꿔야지! 법 따위는 바꿔 줘야 제대로 된 법무팀 아냐?’ 라고 하시는 임원 분들이 있습니다… 거짓말 같지만 진짜로 있습니다. 제가 경험해 봤어요.

그리고 또 참고로, 저 말씀 하신 분이 경찰조사를 받게 되었을 때… ‘나는 전혀 몰라. 부하직원들이 뭐 하는 것 같던데 난 내용 몰랐어.’ 라고 하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이 또한 직접 경험했던 일입니다.

사람 다 비슷비슷해요. 임원 달았다고 특별히 뭐 대단한 거 아닙니다. 자기 입장에서 아무말대잔치 벌이다가 불리하면 말바꾸기, 이건 뭐 초딩이나 50살 넘은 회사임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더 높여보면 ‘정치인’도 다 마찬가지예요.)


잠시 옆길로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분양계약뿐만 아니라 모든 계약에서 핵심은 ‘당초 약정한 대로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의 조치’입니다. 처음 약속대로 잘 되고 있으면 아무 문제 없죠. 약속대로만 되면 계약서 자체도 필요없습니다. ‘약속대로 안 될 때’에 대비해 계약서가 필요한 거죠.


즉, 분양계약에서도 핵심은 ‘수분양자가 약속을 못 지켰을 경우 어떻게 조치하느냐(패널티를 먹이느냐)’ 하는 것입니다. 분양사업자, 즉 회사 측이 약속 못 지켰을 경우도 중요하겠지만 분양시행사가 분양 못 할 상황이면 이미 부도났을 것이고 또 법무담당자는 회사 입장에서 검토하는 거니 회사 측 위약사항은 딱히 심도있게 검토하실 필요 없습니다.


수분양자가 약속 못 지킨다. 뭐 간단합니다. ‘분양대금 못 내는 것’이 가장 큰 위약사항이죠. Show me the money, 이건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수분양자가 돈을 못 낼 때의 조치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① 해약금 몰취

② (중도금무이자대출 지원시) 무이자 혜택 토해내기

③ 해당 호실 재분양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

④ 재분양 지연시 해당 호실의 관리비 부담

⑤ 위 조치들을 임의로 이행하지 않을 때의 지연이자, 소송비용 등 부담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법리의 기본인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고려하면 이게 다 포함되어야겠죠.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위 ①번 해약금 몰취가 있을 경우, 이게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인정된다는 점입니다.

이게 왜 함정이냐 하면, 공정위 분양표준계약상 해약금을 ‘전체 계약금액의 10%’로 정하고 있고 이것보다 해약금 비중을 높일 경우 약관규제법 위반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즉, 표준 분양계약양식에 따르면 수분양자가 제대로 돈을 못 내 분양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계약대금의 10%’만 몰취 가능하고, 분양사업자는 이 10%로 후속 손해를 다 메꿔야 합니다.

중도금무이자대출의 경우 표준계약에 없는 ‘특별혜택’이고 이 특별혜택을 회수하는 개념이라 별도의 반환이 가능하지만, 그 외의 손해들 – 재분양 관련 비용, 재분양까지의 관리비 등등 – 은 저 ‘10% 손해배상 예정’에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계약금 또는 해약금 10%를 몰취하고 나면 (중도금무이자대출 외) 다른 손해들은 따질 수 없는 거죠.


오피스텔/상가/아파트 각각 다른데, 일반적으로 분양계약이 해제되고 재분양 들어갈 경우 이런저런 비용 합치면 10~15% 정도 추가비용을 투입해야 합니다. 그 추가비용의 대부분은 ‘분양대행사 수수료’인데요. 해약금 10%로는 이 재분양 진행하는 대행사수수료 주기에도 빠듯합니다.

(물론 시행사 아닌 일반국민 입장에서는 ‘대행사가 뭘 한다고 수수료를 10% 전후로 받아먹냐?’ 라는 의문 가지실 것이고 저 또한 국민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이 글은 회사 법무담당자 입장에서 쓴 글입니다.)


결국 해약금 10%만으로는 ‘정상적으로 분양계약 잔금납부가 이루어진 경우 대비 손해’를 전부 메꾸기 어렵습니다. 아파트처럼 재분양이 잘 되고 대행사 수수료도 낮은 경우라면 가능하겠지만, 상가와 같이 한 번 꼬이면 재분양에 몇 년 걸리고 대행사 수수료도 높은 물건이면 빼박 손실 확정입니다.


그리고, 분양사업자(시행사) 측의 손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납입중도금 반환 이자’ 문제가 남아 있죠.



우선, 분양계약 구조를 살펴봅시다.

일반적으로 분양계약의 경우 ①계약금10% ②대략 4~5차 분할로 중도금 총 60~70% ③잔금 20~30%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2~3년의 시간에 걸쳐 서서히 분납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대한민국에서는 ‘내돈내산’으로 현금박치기 해서 부동산 사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다들 ‘대출’로 사는 게 일반적입니다.


분양사업장은 대부분 ‘집단대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수분양자가 계약금만 납부하면 중도금~잔금은 대출심사 통과한 후 금융권 대출로 납부하는 식이죠. 그 중도금을 받은 분양사업자는 최초 토지매입할 때 브릿지론 일으켰던 거 우선상환하고 공사대금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때 대다수 중도금 집단대출은 ‘무이자’ 조건을 내걸게 됩니다. (한때 유행했던)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 방식.

물론 금융권에서 아무 이유 없이 무이자대출 해 주지는 않습니다. 실제로는 이자 꽤 많이 붙습니다. 그 이자를 분양사업자 측이 대신 납부하기 때문에 수분양자 입장에서 무이자라고 생각할 뿐, 이자 꾸준히 발생하고 분양사업자는 이 이자들을 칼같이 내야 합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 ‘대납한 중도금대출이자’는 통상적으로 해약금 10%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되어 별도 상계/공제 가능합니다. 즉, 분양계약이 유효할 때 ‘무이자혜택’을 줬다가 수분양자 귀책사유로 해제될 때에는 그 혜택을 소급취소하고 대납한 이자 상당액을 받아내는 거죠.


자, 그럼 ‘중도금대출 원금’은 어떻게 될까요?

최종적으로는 금융기관에 원금상환해야 합니다. 대출받은 사람이 수분양자이기 때문에 수분양자가 상환하는 게 원칙인데, 사전약정을 통해 금융기관이 분양사업자 측에 직접 상환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일단 원금 전체는 최종적으로 금융기관에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하나 더. ‘수분양자가 상환하는 게 원칙’이라면, 일단 분양사업자가 수분양자에게 지급하고 / 그걸 다시 수분양자가 금융기관에 상환해야 되겠죠?

맞습니다. 중도금대출 관련한 자금흐름을 보면 분양사업자→수분양자→금융기관으로 대출원금이 가야 합니다. 중간에 생략할 수도 있고 대납한 중도금대출이자 상당액을 공제하고 지급할 수도 있지만 원칙은 그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핵심. ‘분양사업자가 수분양자에게 기 납입 중도금 반환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면, 그 ‘납입 중도금에 대한 이자’는 어떻게 되죠?


계약이 해제되면 법률관계가 소급해서 무효로 되는 게 원칙입니다. 해약금 및 대출금에 대한 대납이자를 몰취/공제하는 건 별도의 효과이고, 계약 자체는 소급무효로 처리하는 게 기본입니다.


납부한 돈을 소급해서 돌려 주는 관계. ‘부당이득’이 됩니다. 금전채무의 경우 부당이득은 현존하는 것이니, 납부한 시점 이후 소정의 이자를 가산하여 돌려 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서, 과거 분양사업자들은 ‘해제시 수분양자가 납입했던 대금에서 각종 공제항목 다 제외한 잔액을 무이자로 돌려 준다’고 명시했었습니다. 수분양자 귀책사유로 해제되는 이상 이자를 인정할 수 없고, 해약금 10%로는 후속 손해를 충당하기 어려우며, 민사법상 무이자 약정은 유효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자,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민사법상 무이자 약정이 유효하다’는 것.

그럼, 약관규제법상 무이자 약정은 어떻게 될까요?


앞서 말했듯이, 약관규제법은 고객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무효로 합니다. 고객인 수분양자 귀책으로 해제되는 조항이라 하더라도 원래는 소정의 이자가 가산되어야 하는 게 민사법 원칙인데, 이를 약관으로 배제하고 ‘무이자’로 만들면 해당 약관조항은 무효가 되겠죠.


무이자 조항이 무효로 됩니다. 그럼 이자율은 뭘 적용하죠?


‘법정이자’입니다. 민법 연5%, 상법 연6%. 분양사업자가 ‘상인’이므로, 분양업무는 상법 적용되고 최종적으로 상사이자 연6%가 적용됩니다.


별도의 약정이 없거나 / 무이자 조항이 무효로 판단된 경우, 분양사업자는 수분양자가 납입한 총 금액에서 해약금 및 대납 대출금이자를 제외한 잔액에 연6%이자를 가산하여 반환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예시를 들어 설명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5억짜리 분양계약. 계약금 5천만원, 중도금대출 3억원   발생한 상태에서 계약해제.

- 중도금대출의 이자율은 연4%. 1차 중도금은 약 2년 경과했고 5차 중도금은 1개월   됐지만 대략 퉁쳐서 이자 800만원 발생한 걸로 계산

- 계약이 해제되면 분양사업자는 수분양자 납입금 3.5억원에서   해약금 5천만원 및 중도금대출 이자 대납분 800만원을   공제. 2.92억원만 반환 (실제로는 중도금대출 금융기관에   전액 상환하고 부족분은 해당 금융기관이 추가 청구해서 받아감)

- 그런데, ‘해제시 중도금반환 이자 약정이 없는 경우’라면 연6% 법정이자 가산. 위와   같이 대략 퉁치면 이자 1200만원 발생.

- 분양사업자는 수분양자에게 2.92억원이 아닌 3.04억원을 반환해야 함. 금융권대출 원금 3억원을 바로 갚았다면 400만원은 수분양자에게 지급해야 함.



이게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었습니다. 대략 2012년 경에 판결 나왔을 거예요. 상당수 시행사들은 여전히 이 판결 신경쓰지 않고 있고 수분양자들도 대부분 모릅니다만, 아무튼 법리는 그러합니다.


나름 규모 있는 중견~대기업 건설사들은 눈치빠르게 분양계약 개정했습니다. 무이자 조항이 무효라면 ‘일부 이자를 지급하되 이율을 낮추면 된다!’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고, 통상 연2% 이하 수준에서 이자율 적용하도록 대금반환 조항을 고쳐 놨습니다.

(공신력 있는 금융단체의 표준 보통예금 이자율 등등 길게 표현해 놨는데, 2022년 기준으로 대략 1.3% 정도 이자율 나올 겁니다.)


그런데, 이런 조항 적용하지 않고 여전히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를 외치는 시행사가 있다면… 법무담당자로서는 위 판례 찾아서 보고드려야 합니다. 그래도 개정 안 된다면 그건 뭐 아몰랑.



분양계약 검토 관련 글을 쓰다 보니 이것만으로도 분량이 꽤 됐네요. 역시 대한민국은 선분양의 나라라서…


위 납입대금반환이자율 관련 판례 외에, 짜잘짜잘하게 약관규제법상 무효 결정된 조항들이 더 있습니다. 대금납입 지체시 연체료율 가중, 지나치게 길고 장황한 특약사항 등 몇 개 더 있긴 합니다.


다만, 이건 개론(槪論)이니 이만 여기서 줄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공사’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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