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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Jun 10. 2024

만부부당(萬夫不當)은 가능할까?

1. 서론


일당백. 일기당천. 만부부당지용 or 만인지적.


모두 '겁나 싸움 잘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특히 만부부당 or 만인지적 수준까지 가면 사실상 한 시대를 주름잡는 전략병기로 대우받게 되죠.


만부부당지용(當之勇)에 대해 가장 많이 다루는 건 뭐니뭐니해도 역시 '삼국지'입니다. 나름 정사 취급받는 진수의 삼국지에서도 관우 장비 두 명은 '만인지적'으로 특별대우해 줍니다. 호왈백만 뻥튀기 버전인 삼국지연의에서는 만부부당 급 용자가 수십명씩 쏟아지고 그 중 조자룡은 혼자서 83만 대군을 뚫고 가는데 상처 하나 입지 않습니다...


이게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요?


대략 20여 년 전에 제가 읽었던 책 중에서, 서울대 정치학 교수님이셨던 최명 교수님이 쓰신 삼국지 평석 같은 게 있었는데요. 거기서 최명 교수님은 "만부부당 이거 개구라. 절대 불가능. 무리무리무리."라는 취지로 쓰셨습니다.

(물론 실제 저런 표현을 쓰신 건 아니구요. 대략 불가능하다는 취지입니다.)


뭐, 저도 1명이 10000명을 상대로 맞짱떠서 다 때려눕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아시아 역사에서 사실상 최강 최흉 전략병기였던 '항우'조차도 혼자서 만 명을 죽이는 건 불가능했어요. 아크리액터 장착한 아이언맨이 강림하지 않는 다음에야 혼자 만 명 죽이는 건 안 됩니다.


으음, 그런데 말입니다.


단어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해석하면 어떨까요? 일당백, 일기당천, 만부부당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당(當)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당(當)은 '마땅하다'는 뜻이고, '당해낸다'는 의미로 자주 쓰입니다. 또한 '~에 해당된다'로 쓸 때에는 '~대등하다',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중 '가치가 있다'에 주목합니다. 즉, 일당백 일기당천 만부부당의 당(當)은 '~당해낸다'가 아니라 '~명의 가치가 있다' 내지 '~역할을 해낸다'는 뜻이라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런 겁니다.


용자 A가 혼자서 만 명을 때려눕힐 수는 없습니다. 이건 최흉 전략병기 항우가 와도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용자 A에게 병사 1천명을 주고 1만1천명의 적군과 싸우게 한다면? A의 지휘를 받는 병사 1천명이 11배 많은 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면?


A가 없는 상태에서의 병사 1천명은 그냥 1천명일 뿐입니다. 이 상태로는 적 병사 1천명과 대등하겠죠. 적 1만1천명은 고사하고 2천명과 싸워도 못 이깁니다.


그랬던 1천명의 군대가 A의 지휘를 받으면서 갑자기 11배의 적을 쳐부숩니다. 장수 A가 추가되면서 1천명으로 1만1천명을 무찌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 활약을 펼친다면... 용자 A를 만부부당(萬夫不當)으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A는 병사 1만명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고대~중세 시대에서도 전쟁이라는 건 1명이 수만명의 적과 싸우는 게 아닙니다. 크든 작든 '세력'을 갖춘 집단끼리 대결하는 게 전쟁이고, 아무리 세력이 약한 쪽이라도 수백~수천명의 병사는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안 되면 처음부터 전쟁이 성립하지 않죠.


이렇게 집단 vs 집단의 싸움에서 '~만 명의 가치가 있는 용자 한 명'이 있다면, 그게 바로 만부부당 아닐까요?



이렇게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는 걸 만부부당이라고 한다면, 역사상 만부부당의 용맹을 떨쳤던 장수들이 꽤 있습니다. 만부부당의 지략을 선보인 책사들도 많죠. 탁월한 지휘력으로 10배 20배의 적을 물리치고 몇만명의 적을 와해시켜 버린 장군들도 많습니다.


다만, 오늘의 주제는 용맹(勇猛)에만 집중해 보겠습니다. 지휘력이나 지략으로 만 명 이상의 역할을 한 사람들도 많지만 그들은 살짝 제쳐 두고, 냉병기 근접전투를 기준으로 하여 만 명의 가치를 해내는 용자들에 대해서만 논해 보겠습니다.



2. 만부부당, 일기당천의 최소조건 : 한 번에 3명을 제압할 수 있는 힘


앞에서 '1천명을 이끌고 1만1천명의 적을 분쇄할 수 있는 용자 A'를 '만 명의 가치가 있는 장수'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11배 이상의 병력 차이를 극복한 전투도 꽤 있었죠.


그런데, 사실 1명이 10명을 싸워 이기는 것도 매우 어렵습니다. 10명 쪽이 1명을 포위하고 전후좌우에서 공격하면(속칭 '다구리'를 먹이면) 1명 입장에서는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특히 긴 창으로 등짝을 찔러 버리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다만... 전장(戰場)에서는 다릅니다. 1명이 10명을 상대할 때에는 바로 포위당하지만, 1천명이 1만명과 싸울 때에는 즉각 포위하기 어렵습니다. 전쟁터에서는 '공간 대비 투입할 수 있는 인원'에 한계가 있거든요.


(* 간접투사무기인 '활과 화살'을 고려하면 이 투입인원의 한계가 확 올라갑니다만, 일단 화살 부분은 제외하고 따지겠습니다.)


평지 / 산지 / 길 / 관문 / 성벽 등등 다양한 조건마다 투입인원이 달라지겠지만, 어지간히 넓은 평지가 아닌 이상 1천 vs 1만이 싸운다고 해도 실제 1열에 서는 병사의 수는 양측 편 모두 200~300명 수준입니다. 즉 1천명 쪽이 300명씩 3열 횡대로 서고 vs 1만명 쪽은 300명씩 30열 횡대로 서게 됩니다.


결국 1천 vs 1만 싸움도 막상 전장에서 맞붙을 때 최전선 기준으로는 '1대1의 연속'이 됩니다. 1천명 쪽 입장에서는 1대1 대결을 10번~20번 가량 반복하는 거죠.


저 같은 일반인도 한손검 들고 휘두르라고 하면 10번은 휘두를 수 있습니다. 1대1을 10번 하는데 운 좋게 대결할 때마다 한 방에 이길 수 있다면 일당십 정도는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제 뇌피셜대로 안 되겠지만 이론상으로는 가능합니다;;



이렇게 1대1을 여러번 반복하는 근접 전투 상황일 때. 숫자 적은 쪽에 엄청난 힘을 가진 용자가 있어서 '한 방에 3명'을 쓰러뜨린다면...


그 용자 앞에 선 적들은 대오가 무너집니다. 상호간 대등하게 30열 횡대로 줄 서서 대립하는데 갑자기 1열에서 3명이 쓰러지면서 대오 한가운데가 끊어지게 됩니다.


집단 vs 집단 전투에서는 '대오를 유지한다'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그냥 일렬로 쭉 줄 서는 게 뭐 그리 대단한가 싶지만 이게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대오가 무너지게 되면 국지적으로 1대2의 상황이 발생하거든요.


즉, 용자 한 명이 단숨에 3명을 쓰러뜨렸다면 상대방 쪽은 대오가 무너지면서 용자 주위의 공간이 비게 됩니다. 그 때 용자와 함께 하는 부하들이 확 들이치면 쓰러진 3명 옆에 있던 적 병사들은 일시적으로 1대2 상황을 맞이합니다. 앞의 적과 싸우는데 또 다른 적이 옆구리 쑤시는 꼴이 되는 거죠.


서로 창칼 들고 푹푹 쑤시는 전쟁터에서 1대2가 되었다면 뭐... 영 좋지 않습니다. 대오 무너진 곳 바로 옆에 있던 병사들이 손쉽게 쓰러집니다. 그럼 그 옆 병사도 또 손쉽게 쓰러지겠죠. 옆옆 병사도 마찬가지로 무너지면 결국 균열이 크게 확산되며 대오 전체가 흔들립니다.



그리고, 제일 앞 열의 대오가 무너지면 그 뒷 열은 (어지간해서는) 못 버팁니다. '죽음의 공포'가 병사들을 휩쓸어 버리거든요.


고대 전투를 묘사하는 역사서와 소설에서는 사기(士氣)를 매우 중요시합니다. 사기가 오른 부대는 미친듯이 싸우고 역으로 사기 떨어진 부대는 개미떼처럼 흩어져서 도망치죠. 도망치던 부대가 갑자기 어떤 일을 계기로 사기반전해서 겁나 잘 싸우는 경우도 있구요.


냉병기를 들고 직접 맞부딪혀야 하는 고대 전투에서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쪽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뭔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병사들은 매우 쉽게 도망가 버립니다.


이렇게 앞 열이 무너지고 / 뒷 열은 모두 도망가 버리는 상황이 되면... 병력이 10배 20배 많아도 패배하게 됩니다. 1천명+용자1명 쪽에서는 1만1천명 이상의 적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거죠.



설명이 길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일기당천 내지 만부부당의 용자는 '한 번에 3명을 쓰러뜨릴 힘'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천 명 만 명을 혼자 때려죽일 필요는 없어요. 한 번에 3명만 쓰러뜨릴 수 있으면 그걸로 적 대오를 흩어 버릴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아군 병사들이 그 대오의 균열을 확대시키면서 적들을 공포에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한 번에 3명을 쓰러뜨릴 힘. 이런 사람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우리 현대인들 주위를 찾아봐도 몇 명 나옵니다.



4. 현대에도 존재하는 용자들 : 천하장사 급이면 가능


냉병기 시대 맞짱전투를 기준으로 '한 번에 3명을 제압할 수 있으면 일기당천 / 만부부당 용자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있어야 할까요?


제 생각에 현대의 천하장사 급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존칭 생략하면) 강호동 최홍만 이만기 급의 덩치와 힘을 가졌다면 일반인 3명은 한 방에 다 튕겨내 버릴 겁니다.


강호동이 스타킹 MC 하던 때에 '밥 샙'이 출현한 적이 있었는데요. 밥 샙 몸무게가 150kg 넘는데 강호동이 그 밥 샙을 통나무 들듯이 둘러메고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5번인가 한 적이 있었습니다. 별로 힘들어하지도 않더군요.


심지어 저건 강호동이 40대 중반이고 씨름 그만둔 지 한참 지난 때였습니다. 20대 초반 선수 시절에는 뭐... 저 같은 일반인이 맨손으로 덤비면 10명이 덤벼도 다 아작날 겁니다.


천하장사 급 힘을 가진 사람이 10kg 넘는 철덩어리 장대무기를 들고 풀스윙으로 휘두른다면... 저 같은 일반인은 뼈 부러지면서 3명이 동시에 튕겨져 날아갑니다. 날붙이(Blade)로 썰면 잘려 나갈 것이고 그냥 둔기로 때려도 3명이 연속으로 쓰러질 거예요.


대한민국 천하장사 급이면 냉병기 전투에서 일기당천 만부부당 가능합니다. 물론 앞 챕터에서 전제한 대로 화살 같은 간접투사무기를 제외하고 논의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일단 맞짱전투에서는 충분히 만부부당 놀이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호왈백만 구라소설 삼국지연의에서 만부부당 급 용자가 수십 명씩 돌아다니는 게 약간은 이해되겠죠. 중국 급으로 넓은 나라라면 한국 천하장사 급 힘을 가진 사람이 한 시대에 최소 100명 이상은 있었을 테니까요.


삼국지 시대에만 특별히 만부부당 용자가 많았던 게 아닙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만부부당 급으로 활약할 용자들이 있었는데 평화로운 시대에는 그냥 묻힌 것 뿐이에요. 난세(難世)가 되면서 그런 용자들이 대거 활약한 기회가 열렸던 겁니다.


소설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소재가 되죠. 여포 관우 장비 장료 조운 같은 장수들을 무슨 무협소설 급 굇수로 묘사하지 않아도 '현실적인 활약'을 통해 만부부당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나름 좋습니다. 물론 잘 팔리는 거랑 별개로 작가 본인이 자기만족하고 끝낼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5. (참고) 실제 역사의 만부부당 : 안타깝게도 조선은 당한 사례가 부각된다


'한 번에 3명을 쓰러뜨려 적 대오를 무너뜨릴 수 있으면 일기당천 / 만부부당' 이라고 한다면, 실제 역사에 이런 만부부당 급 활약을 펼친 장수는 꽤 많습니다. 관우 장비는 기본이고, 고려의 소드마스터 척준경 / 100명의 보병기사로 1만 이상의 이슬람 전사들을 몰아내 버렸던 사자심왕 리처드 등은 모두 만부부당 반열에 오릅니다. 동아시아 최흉 전략병기 항우는 말할 것도 없구요.


가깝게 14~16세기 정도를 봐도 이렇게 '만 명의 가치가 있는 활약'을 펼친 장수가 꽤 있습니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끝낸 '오다 노부나가'도 20대 초반에 2천명의 병사를 이끌고 2만명 넘는 적을 흩어 버렸다고 하죠. 임진왜란 조금 전에 북방민족과 싸우던 신립 장군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선보였습니다. 바다 건너 남아메리카 쪽에서는 '에르난 코르테스'가 아즈텍 전사 5만명을 상대로 무쌍 찍은 적이 있구요.


다만... (한국 사람들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선은 이런 만부부당 급 활약에 크게 당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것도, 두 번 씩이나.


조선이 적국의 만부부당 급 활약에 크게 당한 두 번의 사례. 임진왜란 때의 용인 전투, 병자호란 때의 쌍령 전투입니다.



용인 전투는 1600명의 왜군에게 5만명의 근왕군이 해체된 사례입니다... 왜군을 이끈 장수는 '와키자카 야스하루'. 해당 지역에서는 칠본창의 한 명으로 불리던 장수였지만 칠본창 중에서 좀 뒤쪽 순위였다고 하네요.


삼국지연의 오호대장군 구라를 생각해 보면, '칠본창의 뒤쪽 순위였다'는 게 그리 대단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잘 평가해 주면 위연 급, 좀 낮으면 오란~마대 급 장수였겠죠. 분명 여기저기 잘 써먹을 수 있긴 하지만 특 S급으로 분류하기는 애매한 포지션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애매하게 잘 싸우는 장수가 무려 4만8천부당 급 활약을 해 버렸습니다. 1600명으로 5만명을 흩어 버렸으니 4만8천명의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 줘야죠. 아주 그냥 관우장비 싸닥션 날릴 정도의 맹활약이었습니다.


다만,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그 영광을 오래 누리지 못합니다. 그의 다음 상대가... '이순신'이었거든요.


와키자카는 용인 전투의 맹활약으로 인정받아 수군 총사령관을 맡습니다. 원래 수군 쪽 지휘경험도 풍부했던 장수여서 수군을 맡겨도 잘 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나 봅니다. 와키자카 본인도 잘 할 거라 생각했겠죠.


그러나 이순신 제독님은 많이 달랐습니다. 한산도 앞바다에 '해상 학익진'을 펼치고 포격전. 용인 전투와 완전히 달라졌죠.


일본 측 세키부네 72척이 모두 격침되었고, 일본 수군을 지휘했던 와키자카는 부서진 뱃조각을 붙잡고 떠내려 가 겨우 목숨을 건집니다. 무인도에서 열흘 동안 미역만 먹으면서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이 때 미역 먹고 디톡스 한 덕분(?)인지 와키자카는 70살 넘게 장수합니다. 나중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쪽으로 잘 갈아타서 늙어 죽었다고 하네요.



용인 전투는 이순신 제독님이 복수해 주셨지만... 병자호란 때의 쌍령 전투는 복수해 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냥 처참하게 깨지고 끝.


쌍령 전투는 청나라 측 기록과 조선 측 기록이 서로 엇갈린다고 하는데, 일단 병자호란 마지막에 인조가 머리 아홉 번 찧으면서 그랜절 하는 걸로 끝나니까 조선이 패배한 건 확실하죠. 쌍령 전투도 패배한 조선 측 기록을 따르겠습니다.


이 전투는 800 vs 4만 이었는데 4만 쪽이 패배해서 흩어진 싸움이었습니다... 심지어 800명 쪽을 이끄는 장수가 누구였는지 기억도 안 나요. 대충 만주족 백인대장 급 듣보르자브1 정찰대 지휘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적 장수도 허접하고 적군도 그저 정찰병이었는데 4만의 대군이 패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지만, 지휘체계가 극단적으로 무너지면 이런 경우도 발생하긴 하나 봅니다. 숲에 있는 정찰병에 놀라 조총 쏘다가 화약 떨어지고 그 화약 보충하려다가 화약에 불 붙어서 폭발하고 무슨 일인지 모르던 징집농민병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고 총사령관은 어디 갔는지 모르고 등등 상황이 겹치면 800명 쪽은 딱히 한 것도 없이 승리할 수도 있나 봅니다.


이런 식의 허무한 패배는 결국 '제승방략'이라는 방어시스템의 헛점 때문인데요. 임진왜란 때 이미 약점 드러난 제도를 병자호란 때까지 고치지 못하고 지휘관들도 대략 개판이면 뭐... 당시 조선 임금이었던 인조, 그 인조를 반정(反正)이랍시고 왕 만들어 준 뒤 높은 자리 꿰찼던 신하들이 책임져야죠. 다들 책임 안 지고 계속 권력 누렸던 게 문제였긴 합니다만.



마지막 마무리하는 글이 조선의 패배여서 좀 씁쓸하긴 합니다. 뭐 패배한 역사도 잘 알긴 알아야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데 패배한 역사를 안 가르치면 이미 역사를 잊어버린 거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튼 오늘은 '냉병기 시대의 만부부당'에 대해서만 정리하고 끝내겠습니다. 저는 가끔 호왈백만 구라소설 삼국지연의를 기반으로 한 작품도 쓰고 판타지 전투에서도 냉병기 맞짱을 묘사할 때도 많은데, 그럴 때 써먹을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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