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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Jun 17. 2024

효종의 북벌론을 되짚어 보다


1. 서론


지난 편에 만부부당 이야기를 다루다가 막판에 조선의 대패 기록 2개를 언급했었는데요. 그거 쓰고 나니 병자호란 직후에 있었던 '북벌론'에 대해 조금 쓰고 싶어졌습니다.


만부부당 이야기와 북벌론에 대한 제 의견은 예전 '웹소설 쓰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ㅈㅇㄹ에 글 쓸 때에도 한 번 정리했습니다. 가끔 제가 역사회귀물도 쓰긴 하니 웹소설 소재인 건 맞죠.


기존에 쓴 내용이긴 합니다만 그때 글 참고하지 않고 그냥 새로 쓰겠습니다. 나중에는 예전에 쓴 글을 그대로 옮길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고 싶네요^^.


서론은 짧게 줄이고 바로 본론 들어가겠습니다. 다들 아시는 역사적 사실은 제끼고 핵심만 짚어 보죠.



2. 본론


(1) 총병이 기마병에게 강하다? : 꼭 그렇지는 않음


효종이 북벌(北伐)을 준비하면서 총병을 대폭 늘리고 훈련시켰다고 합니다. 청나라의 주력 군대가 만주족 경기병이니 경기병에게 카운터 먹일 만한 가장 효과적인 병종으로 총병(당시에는 화승총 방식의 조총병)을 키웠다고 하죠.


북벌을 준비하기 이전 약 100여 년의 역사를 보면, (조)총병 vs 기병의 싸움에서 총병 쪽이 더 우월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한반도의 전투에 한정해서 봐도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의 기병이 왜군 총병들에게 우수수 털려 나갔죠. 그 전에 일본 땅에서도 오다 노부나가의 총병부대가 다케다 신겐의 풍림화산 기마대를 탈탈 털어 버렸구요.


유럽 쪽 중장기병처럼 말에게 갑옷을 입혔다면 모르겠지만, 말 갑옷 같은 건 챙겨 주지 않는 경기병들에게 '총병 카운터'는 상당히 무서울 겁니다. 일단 말을 타면 기수+말 해서 전체 덩치가 커지는데 이건 반대로 얘기하면 총알 맞을 곳도 커진다는 얘기거든요. 말이든 기수든 총알빵 맞고 피 철철 흘리면 계속 싸우기 어렵죠.


병자호란의 쌍령전투 때에는 조총병들이 내부폭발 일으키면서 크게 무너졌지만 이건 내부 규율 및 훈련의 문제고 총병 자체의 약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 화승총의 재장전 시간이 길었던 문제는 오다 노부나가 방식으로 '3열 교대 사격'을 하면 보완할 수 있죠. 앞에 목책 같은 장애물을 세울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


이렇게 기존 전투 결과만 놓고 보면 '총병이 기병을 잘 잡는다!'는 명제 자체는 옳은 것 같습니다. 만주족 경기병을 상대하기 위해 총병을 늘린 게 꽤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전제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습니다. 바로... [정면대결 내지 방어전을 할 때] 총병이 기병을 잘 잡는다는 것입니다.


정면대결, 즉 회전(會戰)에서는 총병이 기병을 잘 잡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오다 노부나가 vs 다케다 신겐 싸움에서는 양자 간 정면대결을 벌일 수 있는 평지 싸움이었죠. 신립 장군이 패배한 탄금대 전투에서도 (배수진을 친) 평지 싸움이었구요.


방어전, 즉 수성전 상태라면 총병이 기병을 일방적으로 유린할 수 있습니다. 이건 뭐 너무 당연하겠죠. 보병 vs 보병 싸움을 해도 성을 지키는 쪽이 3배 이상 유리한데, 성벽을 기어오를 수 없는 기병 상대로 총 쏘면... 총병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으음, 그런데...


이건 전제가 북벌(北伐)입니다. 즉, 조선 총병이 청나라 본토로 치고 들어간다는 대전제 하에서 계획을 세우는 거란 말이죠. 총병 쪽이 공격하고 만주 경기병 쪽이 방어하는 입장입니다.


총병으로 공격하는 상황이니 방어전은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는 것은 정면대결, 즉 회전(會戰) 뿐입니다.


총병으로 공격해 들어가면서 회전을 강요한다? 이게 될까요?



임진왜란 때는 가능했습니다. 쳐들어 오는 총병이 왜군이고 막아내는 기병이 조선기병이라는 게 문제일 뿐, 왜군은 조총병으로 밀고 올라오면서 회전을 강요했고 신립 장군의 기마대는 탄금대에서 정면대결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 충청도가 뚫리면 한양이 위험하거든요.


그런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건 북벌입니다. 왜군이 부산에서 한양까지 가는 것보다 몇 배 더 멀게 압록강에서 북경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고 중간에 산해관까지 넘어야 한다는 겁니다.


북벌론의 허상. 그건 '거리와 보급 문제'로 드러납니다.



(2) 거리와 보급 : 총병뿐만 아니라 모든 병과의 문제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군인은 밥을 먹어야 합니다. 그것도 많이 먹어야 합니다. 훈련받고 행군하는 것이 모두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니 더 많이 먹어야 합니다.


징집군인 생활을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군인은 항상 배고픕니다. 먹어도 배고프고 옷 입어도 추운 게 군 생활이죠. '뺑이친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그 뺑이치는 군생활 중에서도 '장거리 행군'은 더더욱 괴롭습니다. 40km 강행군, 2박3일 행군 같은 거 해 보면 아주 그냥 살이 쫙쫙 빠지죠. 하루 8시간 걷는 게 절대 쉽지 않습니다.


현대인 남성 기준으로 1일 필요 열량이 2천 킬로칼로리 정도 되는데, 40km 행군을 하는 군인은 6천 킬로칼로리를 섭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평소보다 3배 더 먹어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행군하면서 짬밥 먹어 보면 엄청 많이 먹는데 그래도 살이 빠집니다.


조선시대라고 해서 다를 게 없습니다. 먼 거리를 걸어서 이동한다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고, 행군하는 병사들은 최대한 잘 먹여야 합니다. 걸어가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걸어간 뒤 전투를 벌여 승리하는 것'이 목표인 이상 배부르게 잘 먹여야 잘 싸웁니다.



자, 여기서 잠깐. 병사 1명이 들고 갈 수 있는 식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병사는 맨몸으로 다니지 않습니다. 전투에 쓸 무기를 들어야 하고, 풀밭에 그냥 누워 자다가는 입 돌아가니 이불 한두 개는 추가로 갖고 다녀야 합니다. 밥 받아먹을 밥통(짬통)도 있어야 하고 숟가락도 있어야 합니다. 여유가 된다면 갈아입을 옷도 있으면 좋죠.


이렇게 필요한 거 다 들고 나서 식량을 들면... 최대로 받아들어도 1주일 치, 통상적으로는 2~3일치 식량을 들 수 있습니다. 더 많이 주면 무거워서 행군 속도가 떨어져요.



결국 병사들이 개인소지할 수 없는 식량과 조리도구는 모두 수레에 싣고 가야 합니다. 병사가 몇만명 단위로 늘어나면 수레 숫자도 대폭 늘어나겠죠.


그리고 수레를 끄는 말이나 소도 식량을 먹어야 합니다. 그 수레를 관리하는 수송병도 먹어야 하죠. 이들 또한 장거리를 행군하니 많이 먹어야 합니다.


행군거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보급 수레가 늘어나고, 이 보급 수레를 보급하기 위해 또 보급 수레가 따라가야 하고, 더 멀리 가면 또 추가 보급을 보내야 합니다. 아주 그냥 전쟁 한 번 하려고 식량 운송만 수십 수백 번 해야 합니다.


한반도가 코딱지만하다고 하지만, 막상 이 좁은 한반도에서도 함경도~서울 / 부산~서울 간 거리를 행군하려면 만만치 않습니다. 20대 피끓는 장정 기준으로 최대한 빨리 행군해도 각 20일은 걸립니다. 부산에서 함경도까지 가려면 40일은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북벌(北伐)이라면?



압록강에서 북경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략 봐도 1500km는 넘을 것 같습니다. 만주벌판을 지나 돌아가야 하니 실제 거리는 2000km 넘을 수도 있어요. 부산~서울 간 거리보다 최소 4배 이상이라는 거죠.


조선의 병사들을 압록강에 집결시키는 데에 최소 40일. 그 다음에 압록강을 건너 북경까지 걸어가는 데에 약 80일. 아무 전투 없이 오로지 걸어가는 데에만 4개월 걸립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북경 근처까지 걸어가는 데에만 4개월 걸립니다.


그것도 겨울에 가면 얼어죽습니다. 만주벌판의 칼바람 맞으면서 행군하면 아주 그냥 러시아 쳐들어 간 나폴레옹 꼴 날 겁니다. 겨울은 피해야 합니다.


여름도 가급적 피하는 게 좋습니다. 만주가 추운 지방이라지만 여름에는 얘기가 다르죠. 폭염에 행군하다가 쓰러지지 않으려면 쉬엄쉬엄 가야 합니다. 그만큼 늦어지겠죠.


결국 조선이 북벌을 감행해 북경까지 밀고 들어가려면, 4월에 출발해 9월에 도착하는 걸로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야 합니다. 조총병 포함해서 4~5만의 병력을 동원했다면 그 병력이 4~5개월 동안 먹을 식량을 계속 보급해 줘야 하는 거죠.


이거 어떻게 보급하죠?



보급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이보다 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정면대결 내지 방어전에서는 총병이 기병을 제압한다]는 명제가 이 장거리 보급 문제에서 제대로 꼬여 버리거든요.



(3) 총병의 보급선이 기병에게 털려 버린다면


총병이 경기병과 정면승부를 해서 일제사격 빠바방! 기병 측에서는 끄으윽 푸히히힝 비명 지르면서 픽픽 쓰러지고 총병 측은 우월한 화약병기의 성과를 자랑하며 크하하핫 승리의 함성.


알흠다운 상상이긴 합니다. 특히, 병자호란 때 만주기병의 고속기동으로 열흘 만에 한양이 위협당하는 충공깽 상황을 겪었던 조선인 입장에서는 무척 알흠다운 상상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저 상상은 '정면승부'에서만 가능한 겁니다. 경기병 측에 정면승부를 강요할 수 없다면 현실에서는 아무 의미 없는 상상일 뿐이에요.


기병의 최대 장점은 뭐죠? '기동력'입니다. 병자호란에서 입증된 고속기동력, 그 이전에 몽골기병이 중국 전역의 보병들을 각개격파하고 유럽까지 진군해 갈 때 보여 줬던 기동력. 그 빠른 속도가 기병의 핵심입니다.


물론 정면대결에서 군마의 중량과 운동에너지를 이용한 '기마 돌격' 또한 기병의 장점이긴 하죠. 장창을 들고 뙇 버티면 군마 받아넘길 수 있다고 하지만 저처럼 훈련 안 된 일반인은 그렇게 버틸 수도 없습니다. 사람보다 5~6배 무거운 말이 최대 가속으로 달려오면 어지간한 사람은 다 도망갈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기마 돌격이 장점이라고 해서 대다수 기병대장이 '우리는 킹왕짱 강한 돌격력을 가지고 있으니 적이 보이면 무조건 정면승부로 기마돌격 먹인다! 나를 따르라!'라고 할까요? 아니면, '우리는 돌격력 외에도 그냥 기동력 그 자체가 장점이니 적당히 빠르게 이동하면서 적의 약점을 친다!'라고 할까요?


총병 중심의 조선군이 만주벌판을 걸어서 행군해 오고 있을 때, 기동력 좋은 만주기병들이 정면승부를 걸어 올까요? 아니면 우회해서 '약점'인 보급선을 끊으려 할까요?


만주족 기병대장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병자호란에서 열흘 만에 한양까지 진격하는 고속기동 역량을 선보였고 말단 병사들까지 모두 그 고속기동을 경험했습니다. 당대 최강 명나라를 공격해서 무너뜨렸고 아예 수도를 북경으로 옮겼으며 기존의 팔기군 체제를 더 발전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런 기병들을 상대로 '우리는 총병이 킹왕짱 강하니 만주벌판 지나가는 동안 오로지 정면승부로 돌격만 해 오세요!' 라고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조선군이 총병만 준비해서 북벌 감행했다면.. 만주기병에게 보급선 털려서 다 굶어죽었을 겁니다. 4~5개월 동안 몇만명을 먹여 살릴 식량을 모았을지도 의문이지만 그 식량 모았다고 해도 수송하다가 다 뺏기고 GG쳤을 겁니다.


현지보급? 만주 일대가 대부분 유목민들이고 일부 정착해 살던 만주족들은 식량이 별로 없을 텐데 그걸로 보급이 되겠습니까?


둔전병? 중간중간에 농사 지으면서 진군하면 시간도 몇 년 걸리겠지만 그 동안 청나라 군인들은 손가락 빨면서 지켜봅니까?


단언컨대, 총병만 늘리는 걸로는 절대 북벌 못 합니다. 대한민국 민속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비유한다면, 노발업 질럿으로 발업 끝낸 벌처 부대를 때려잡겠다는 것만큼이나 어이없는 생각입니다. 상대가 최소한의 컨트롤 능력만 있다면 굼벵이 질럿 따위에 당할 리가 없어요.


총병 북벌은 불가능. 무리무리무리.



(4) 진짜 제대로 북벌을 준비하려 했다면


효종 시대 북벌론이 단순히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고 진짜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까지 되려면, 제 생각에 다음 조합을 준비했어야 합니다.


1) 만주기병에 필적할 만한 경기병 부대 운용

2) 보급 문제를 해결할 대규모 수군

3) 반청복명 외치는 한(漢)족과 연계하여 중국 내부 반란 도모. 당연히 정보전 필수

4) 국가 전체를 총력전 체제로 전환. 그 전 단계로 백성들을 단합시킬 정신적 계기 마련



1)번 기병부대 운용은 필수 항목입니다. 기병 vs 기병으로 만주 팔기군을 깨부순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고속우회기동을 중간에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기병은 있어야 해요. 그래야 보급선을 지키고 비상상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조선 이전의 '고려'에서는 이걸 당당히 시행했었죠. 거란족의 기병에 맞서기 위해 별무반을 창설했고, 별무반에는 당시 기병의 카운터 병과였던 창병 외에 '고려 기병'도 많았습니다. 기병에 말을 공급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특별히 말 농장을 운영앴었구요.


그런데 효종 때 북벌 준비에서는... 국왕 직속 금오군에만 기병을 보충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숫자는 확인 못했지만 대충 헬조선 역사 서술하면서 숫자 얼버무리는 건 몇백~몇천 단위로 별 의미 없을 때 하는 짓이에요. 만주족 팔기군 한 부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을 것 같습니다.



2)번 대규모 수군은 실제로 운용했다면 꽤 위협적이었을 거예요. 만주벌판을 지나가는 대규모 보급부대 없이 요동~산둥 일대에 바로 보급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병사들을 배에 태우고 황하를 거슬러 올라가 곧장 북경 앞에 상륙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만주족도 명나라에서 물려받은 수군이 있긴 하지만 만주족 자체는 해상전에 익숙하지 못하니 수군 싸움에서 조선 측이 승리할 가능성도 높죠.


그런데... 북벌론에서 수군 얘기는 전혀 없습니다. 수군의 ㅅ도 찾아볼 수 없어요. 해상왕 장보고 이야기, 바로 몇십년 전에 대활약을 펼치셨던 성웅 이순신 이야기는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3) 반청복명 세력과의 연대, 4) 국가 총력전 체제 전환은 북벌론 시대를 살았던 '연암 박지원'이 이미 언급했던 얘깁니다. 허생전 말미에 나오죠.


(연암 박지원의 오너캐) 허생이 얘기한 세 가지 전략 중 '와룡선생 천거'는 실체가 없으니 넘어갑시다. 2안과 3안만 보면 됩니다.


허생은 두 번째 계책으로 '조선에 넘어온 명나라 후손들에게 양반 규수들을 시집 보내고 양반들의 재산을 몰수해 그들을 지원하라.'고 합니다. 명나라의 은혜를 갚겠다고 말로만(아가리로만) 떠들지 말고 진짜 제대로 Show me the money를 시전하라는 거죠.


세 번째 계책이 '양반 자제들을 만주족 스톼일 변발쟁이로 만들어 청나라에 유학 보내고 백구지국의 예를 갖춰 청나라에게 숙인 뒤 모든 것을 샅샅이 배워라'는 것입니다. 만주족의 문화, 군사전략, 팔기군의 운용, 청나라 내부 사정까지 다 익혀 정보자산으로 활용하라는 거죠.



이 두 가지 계책이 실제로 실현되었다면...


- 중국 내 반청복명 세력은 '오 놀라워라 조선이 진짜로 은혜를 갚는구나 역시 동방예의지국 킹왕짱 따봉!'을 날리면서 든든한 내부 협조자가 되었을 것이고,


- 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은혜를 입었었고 광해군을 몰아낼 때 반정(反正)이라며 좋아했던 조선의 백성들은 '여윽시 우리는 예의를 아는 민족이야 우리가 좀 굶어도 은혜부터 갚아야지!' 라고 국뽕 먹으면서 나름대로 대동단결 했을 것이며,


- 풍부한 정보자산을 습득하여 만주족의 군사전략을 마스터하는 동시에 중국 내부 동향을 잘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고,


- 결정적으로 '절호의 기회'를 노려 영혼까지 끌어모은 한방러쉬를 준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뭐, 현실은 다 알죠. 실제로 했으면 허생전은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었을 겁니다. 상상으로 끝났으니 소설입니다.



(5) 회귀물을 쓴다면


자주 말씀드렸듯이, 저는 상업적 성과와 무관하게 여러 장르를 씁니다. 회귀물도 몇 개 썼었죠.


효종의 북벌론은 회귀물 장르에서 나름 매력적인 테마이긴 합니다. 효종 개인이 만주족의 포로로 잡혀갔다 오면서 꽤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중원정벌(中原征伐)이잖아요.


중원정벌. 제가 국딩인가 중딩 때 봤던 드라마 '삼국기'에서 연개소문이 "중~~원~정~벌!!!"을 외치며 웅장하게 죽습니다. 그러면서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평가를 묵직한 나레이션으로 깔죠. "한반도 역사상 중원을 도모하겠다는 웅대한 목표 하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제 실행하려 했던 영웅은 연개소문 한 명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채호 선생님을 깎아내리는 건 아닙니다만... 그 분의 시대에는 제국주의자들이 온갖 말장난에 역사왜곡을 자행하던 때라 식민지 측 민족역사학자들도 맞대응 차원에서 일정 부분 부풀리기를 할 수 밖에 없었을 거에요. 연개소문에게 버프 먹였던 건 이해해 줍시다.


아무튼, 중국 주변국의 후손으로서 '중원정벌'이라는 건 언제나 짜릿한 테마입니다. 당대 최강 국가의 심장부에 주변국 오랑캐의 깃발을 뽷! 황제등극 뽜봫! 중국인 전체에게 로키 식 '꿇어라(Kneel)!' 시전 뽜봐봫! 아주 좋죠.


물론 '나는 변한 게 없는데 주위 인간들이 너무 멍청해져서 쉽게 이김 뿌잉뿌잉' 식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겁니다. 웹소설의 유행 중 하나였던 사이다패스 놀이는 가볍게 패스해야죠. 상업적으로 실패해도 이것만은 패스해야 합니다.


이것도 언젠가는 쓸 겁니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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