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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Dec 02. 2024

고전명작 19금 정리 (아는 것만)

(이번 편도 예전 '조아라'에서 '웹소설 쓰는 법'으로 올렸던 글입니다. 본 수필 자체에는 상세한 19금 야스 묘사가 없습니다만, 그래도 취지상 15세 이상인 분들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서론


 전에 몇 번 언급했듯이, 이 수필 쓰는 본인은 SF로 시작하여 19금 야설로 발을 넓혔습니다. 그러다 보니 19금 소설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입장이 되었구요(^^;;).


 물론, 19금 소설이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공공재(?)라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해치지 않아요.’ 정도죠. 술/담배보다 무해하고 기호품 정도로 인식되는 정도이고, 인류문화를 번창시켰다거나 예술로 인식하라거나 등등의 주장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긴 한데, 19금 문학작품과 창작물의 역사가 거의 인류 문자의 역사와 함께할 정도이다 보니 나름 ‘고전명작’이라고 부를 만한 19금 작품들도 꽤 있습니다. 몇천년 역사를 통틀어 보면 상당히 많고, ‘우리가 알 만한 시대’로 제한해도 몇 개는 손꼽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아는 범위에서’ 명작 반열에 오를 만한 19금 작품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총론을 정리하고 각 작품들을 소개한 후 마무리 결론 쓰는 방식으로 가 보죠.


 (1) 19금으로 고전명작이 되려면

 (2) 야애니 ‘다크쉘’

 (3) 본격 에로소설의 원조 ‘풋나기’ 시리즈

 (4) 뒤늦게 소개된 BDSM ‘스토리 오브 오(O)’

 (5) 야설작가로서 주목할 포인트

 순서로 쓰겠습니다.



2. 본론


(1) 19금으로 고전명작이 되려면


 우선 대전제 하나 인정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작가 입장에서 ‘19금 요소’를 도입하는 건 대부분 ‘상업적 시도’라는 점입니다.


 물론, 19금 요소가 작품에 반드시 필수불가결하게 꼭 필요해서 도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 소개할 ‘풋나기’ 시리즈의 경우 해당 작가님이 ‘이건 꼭 필요하다’라는 취지로 얘기하신 적이 있다고 하네요. 이미 예전 일이라 자세한 경과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러한 상업적 시도 자체를 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글 쓰는 저 자신도 딱 그렇게 시작했구요. 기왕 글 쓰는 거 잘 팔리면 좋죠. 순수문학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이상 상업적 시도를 나쁘게 볼 이유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다만, 기왕 상업적 시도 했으면 ‘오랫동안 인정받고 완결 후에도 꾸준히 독자층을 확보하는 소설’이 되는 게 좋습니다. 상업적으로도 그렇고, ‘작품성’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대부분 웹소설은 연재중일 때 조회수가 높고 완결 이후 조회수가 떨어집니다. 이건 과거 18~9세기 무렵 신문/잡지연재 소설도 마찬가지죠. 그 때는 ‘완결 후 전집 출간’이라는 또다른 이벤트가 있었습니다만 웹소설 연재 방식에서는 그게 안 되니, 완결 후 조회수 감소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 당연한 현상 중에서도 ‘그나마 조회수 유지하는 경우’가 있고 / 완결 후 거의 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가 입장에서는 조회수 유지하는 게 좋죠. 상업적으로 꾸준한 수익이 보장되는 거니까요.


 이게 가능하려면, 19금 요소 자체보다는 ‘스토리’가 있어야 할 겁니다. 특히 남성향 19금에서는 스토리의 중요성이 더 커집니다.


 19금 소설 써 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텐데, 글자로 19금 요소를 표현하는 것 자체는 거의 비슷비슷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데 결국 결론은 동일하죠. 과정을 여러모로 버라이어티(!)하게 묘사한다 해도 최종적으로는 다 똑같습니다.


 (자세한 표현은 생략합니다.)


 여성향 19금에서는 주로 여주 쪽 심리묘사를 강조하므로, 남성향보다는 묘사가 길어집니다. 남녀 성별차이를 따지고 싶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남성향은 행위 위주 묘사 / 여성향은 심리묘사 로 나뉘긴 합니다. 그래도 결국 (여성향이라 할지라도) 행위 묘사 끝나면 끝이죠.


 즉, 19금 요소 자체는 다 ‘비슷비슷하게 반복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죠. 인간 신체 구조가 다 거기서 거기고, 특정 신체 부위가 크냐/작으냐/예쁘냐/못생겼냐의 차이 뿐입니다. 사람 숫자를 늘리고 상황을 요상하게 꼬아 놓을 수는 있지만 최종 결론은 하나입니다.


 행위묘사 부분이 비슷하다면, 독자님들 입장에서는 이미 완결된 작품보다는 ‘새로 연재되는 작품’을 선호하실 수 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거면 새로 나오는 걸 찾죠. 소설 아니라 어떤 상품에서든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19금 소설 영역은 항상 신작이 완결작보다 유리합니다. ‘행위 묘사의 신선함’ 측면에서 완결작은 신작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이렇게 신작이 더 유리한 상황에서 19금 완결작이 계속 관심받으려면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19금 씬 자체는 비슷비슷하다는 걸 인정하고 ‘스토리’에 중점을 둬야 완결 후에도 독자님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19금 소설(다양한 창작물 포함)도 스토리가 중요하다. 상업적 19금도 스토리가 중요하다.]

 이 대전제를 선언했으니, 이제 스토리를 잘 녹여넣은 ‘명작 19금’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죠. 각론 파트로 넘어가겠습니다.



(2) 야애니 ‘다크쉘’


 첫 소개작품은 소설이 아닌 ‘애니메이션’입니다. 얼추 시청한 지 15년 이상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제목 기억하고 있는 작품 ‘다크쉘’입니다.


 19금 애니가 그렇듯이, 야스 장면 자체는 비슷비슷합니다. 자세한 묘사는 생략하지만 뭐 여캐 몇 명과 압도적인 다수의 남캐들이 붕가붕가 하는 것. 거기서 거기죠.


 다만, 이 작품의 설정이 꽤 인상적입니다. ‘아니 저 정도 설정이면 1시간짜리 야스 만들지 말고 아예 정식 시리즈 만들어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일단 배경이 ‘분단된 일본’인데요. 2차 대전 패전 시점이 조금 늦어지면서 일본에 소련군이 상륙했고 / 그래서 일본이 둘로 나뉘었으며 / 분단된 일본 사이에 전쟁이 계속 이어진다 는 설정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보기엔 별 거 아닐 수도 있는데, 이걸 ‘한국 사람’이 보면⋯⋯ 남 얘기가 아니죠. 배경을 일본으로 옮겼을 뿐, 딱 우리 나라 얘깁니다. 물론 휴전 상태고 계속 전쟁하는 건 아니지만, 시작부터 확 와닿습니다.


 이 배경 하에서, 처음 붕가붕가 시작하는 집단은 ‘탈영병’입니다. 대략 10명 정도 되는 남자들인데 어차피 잡히면 다 죽으니 캐막장으로 민간인 여자들 끌고 다니겠다는 집단입니다. 캐막장 맞죠.


 그런데, 이 탈영병 남자들이 하나씩 헤드샷 맞고 죽습니다. 이 탈영병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사냥꾼 저격수’가 있는 거죠.


 탈영병들은 저격수의 공포에 벌벌 떱니다. 그냥 AV였으면 연기자들이 이 정도 고오급 연기를 할 수 없었겠지만,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단역들도 연기 잘 합니다.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탈영병들 눈빛 연기가 일품이에요.


 어차피 막장인생인데 언제 헤드샷 맞을지 모른다는 공포까지. 탈영병들은 더더욱 야스에 집착합니다. 그들의 야스 집착에 희생당하며 공포에 전염되는 민간인 여자들의 눈빛 연기로 이어지구요.


 마지막에 ‘사냥꾼 저격수’의 정체가 밝혀지는데요. 이 저격수는 여자고, 탈영병 부대가 예전 멀쩡한 군인인 시절 그 부대원 중 1인의 애인이었다가 / 애인을 질투한 남자에게 애인 살해당하고 / 소대~중대원 전체에게 강간당한 여인으로 나옵니다.


 애인 죽고 본인은 끔찍하게 윤간당한 여인. 그 여인이 저격술 배워 해당 부대원 다 죽이는 스토리. 그리고, 그 저격술에 대가리 깨지면서 마지막까지 야스에 집착하는 탈영병들의 눈빛연기. 그 탈영병 야스에 희생되는 민간인 여자들의 눈빛연기까지.


 야스 장면은 잊어버려도 눈빛연기가 남더군요. 고전명작 애니 ‘다크쉘’이었습니다.



(3) 본격 에로소설의 원조 ‘풋나기’ 시리즈


 제목은 ‘풋나기 시리즈’라고 뽑았는데, 나무위키 찾아보니 ‘초야’는 별도의 시리즈였군요. 아무튼 같은 작가 작품이니 섞어서 정리하겠습니다.


 저는 `9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 다녔었는데요. 그 때만 해도 중~고딩 모두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했습니다. 중딩은 밤 9시, 고딩은 10시까지였던 것 같아요.


 뭐, 야간자율학습 한다고 해서 내내 공부만 하는 건 아닙니다. 지금 제 소설적 기반이 된 다수의 소설들을 그 때 읽었었는데요. 은하영웅전설이나 퇴마록 같은 유행명작도 읽었고, 야자 끝나고 집에 와서는 레미제라블 등등의 세계명작을 읽었습니다.


 (그러긴 했는데 의외로 수능-본고사 성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이 적은 대신 ‘2~3번 보면 완전히 기억하도록 하는 집중학습법’이었다고 저 스스로 평가하는데, 이건 뭐 소설 쓰는 것과 관계없으니 넘어가겠습니다.)


 이 고딩 야자 시간에 은하영웅전설만 읽을 리 없겠죠. (삼국전투기 표현을 빌리자면) 여성잡지 속옷광고 사진 한 장으로도 3연사 가능하던 시절, 피끓는 잣고딩들이 건전한 전체관람가 소설만 볼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빨간책 봐야죠.


 당시 유행하던 빨간책 중 하나가 저 ‘풋나기’ 시리즈였습니다. 원작은 일본에서 `70년대 나왔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80년대부터 유행했고 `90년대에는 같은 작가가 쓴 ‘초야’가 출간되었습니다. 다 해적판⋯⋯이라고 하네요.



 나무위키 검색에 따르면 정식 시리즈명은 [여인추억]이라고 합니다. 당시 제가 본 해적판에서는 주인공이 ‘마사오’였는데, 한국 대통령 중 1인의 일본 이름인 ‘다까기 마사오’와는 무관하다고 하고 그냥 오역이라고 하네요. 원래 이름은 ‘신고’랍니다.


 이 시리즈를 쓴 작가는 ‘도미시마 다케오’라고 하는데, 고딩 때에는 당연히(!) 작가 이름 같은 거에 관심없었습니다. 오로지 야스! 야스! 야스!


 앞부분 풋나기 시리즈는 띄엄띄엄 봤고 후반부 ‘초야’는 좀 자세히 봤었는데요. 뭐 야스장면 묘사 자체는 탁월합니다만, 그 외에 기억이 나는 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등장인물들 간 대화와 감정변화 묘사가 좋다]는 겁니다.


 `90년대 초반 유행하던 빨간책 중에는 ‘풋나기’나 ‘초야’의 영향을 받은 일본 야설들이 많았었는데요. 대부분 행위묘사에 치중하거나 / 여성 신체구조 묘사 중심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 간의 감정변화 등은 별로 다루지 않았죠.


 반면, 도미시마 다케오 작품은 (국내 해적판에서 감정묘사 부분을 상당히 많이 잘라냈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야스 시작 전 대화와 감정묘사가 꽤 치밀합니다. ‘초야’에서는 좀 덜한데 풋나기 시리즈 당시에는 더 자세했었나 봐요. 원래 순수문학으로 시작한 작가라 감정 전개 따라가는 데에 뛰어났을 거구요.


 여러 야설을 읽는 동안 [아 야설에도 급이 있구나. 잘 쓴 야설은 달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케오 작품이 그 ‘상급 야설’이었구요.


 상대적으로 성애묘사에 치중하게 되었다는 ‘초야’만 해도 남주가 여러 여캐에게 욕심내는 과정 / 여캐의 반응 등 감정적인 측면이 확 부각됩니다. 그냥 행위만 묘사하고 넘어가는 것보다 더 오래 기억하고 되고, 다시 찾아보게 되더군요.



 여담인데, 저 풋내기/초야 시리즈 당시 등장인물 중에 10대 소년소녀가 많이 등장합니다. 지금 4050이 된 한국인 상당수는 중고딩 야자 시간에 ‘미성년물’을 읽었다는 얘기죠.


 본인들은 미성년물 읽고 자라난 4050들이 ‘모방범죄’를 우려하면서 미성년물 규제하려고 난리치고, 심지어 만19세를 넘은 성인들이 미성년물을 못 읽게 하겠다고 빼애액거리는 상황. 이 주장 하는 4050들은 어렸을 때 모방범죄 좀 저질렀나 보죠? 저는 아닌데.


 고딩 때 미성년물 읽으며 자랐지만 멀쩡하게 대학 졸업하고 멀쩡하게 사회생활 하다가 나이들어 야설 쓰는 제가 볼 때, ‘미성년물 읽거나 영상으로 시청하면 모방범죄 일으킨다구욧 빼애애액!’ 따위 뇌피셜은 신경쓸 가치도 없는 헛소립니다. 그 헛소리가 ‘법률’로 굳어지려는 게 어이없죠.


 미성년물 얘기 길게 하면 제 미성년물에 대해 유료연재 전환 거부한 웹소설사업자 얘기까지 가게 되니 이 정도로 줄이고. 다음 19금 고전명작 소개하겠습니다. 저 멀리 ‘프랑스’까지 가게 되는 작품입니다.



(4) 뒤늦게 소개된 BDSM ‘스토리 오브 오(O)’


 스토리 오브 오(O). 제 소설 중 몇 부분에 살짝 변형하여 소개하기도 했었는데요. 제 기준에서는 고딩 시절 ‘풋나기’ 시리즈와 함께 본 작품이지만, 원작 기준으로는 풋나기 시리즈보다 20년 가량 앞선 1950년대에 나온 고전명작입니다. 영화로도 나왔었구요.


 이건 ‘풋나기’ 쪽과 전혀 다른 의미로 충격이었는데요. [고문당하고 학대당하며 굴욕감 느끼는 미녀가 그 굴욕감 속에서 쾌감을 느끼고 그 쾌감에 중독된다]는 게 핵심입니다. 요즘 말로는 BDSM인데 고딩 때는 이런 용어 몰랐구요. 그냥 충격받았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오(O)’라고 소개되는 젊고 싱싱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남친 소개로 비밀 사교 클럽에 가는데, 거기서 남친 말고 ‘주인’이라 불리는 중년 노신사에게 개발당합니다. 묶인 채 채찍 맞고 신체의 모든 부분을 부끄럽게 공개하면서 고문당하죠. 그리고 주인에게 절대복종.


 오(O)는 이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점점 더 빠져듭니다. 그녀 본인의 의지로 ‘노예보다 더 낮은 상태’로 되려고 합니다. 신체에 영구적인 장애가 남을 만큼 고문당하는데도 계속 ‘주인’에게 복종하려고 합니다.


 사람이 압도적인 힘에 억눌리고 학대당하는데 거기서 쾌감을 느낀다? 선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주인’이 지시하면 절대 거부하지 않으며 항상 ‘주인’에게 복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여인들, 혹독하게 고문당하는데 그걸 더 원하는 여인들. 놀라운 개념이었습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Hoxy ‘남자들의 강간문화에 맞춘 더러운 판타지 따위 때려치웟 빼애애액!’ 주장 나올 수도 있겠군요. 미리 밝히는데, 이 작품 쓴 사람은 ‘여성작가’입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안느 데끌로]라고 하네요.


 안느 데끌로는 한 남성 소설가와 연인이었는데, 어느 날 남친이 ‘여자들은 성애묘사에 서툴러서 야설 쓸 수 없어!’라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데끌로는 그 말에 반박하다가 ‘히밤 그까이거 내가 써 줄게!’라고 해서 ‘스토리 오브 오’를 집필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짧은 영어로 구글링 해서 찾아낸 내용인데, 다시 찾으려니 못 찾겠습니다;;)


 안느 데끌로는 68혁명을 주도하게 된 나라 프랑스 출신답게 당시 변태성욕(⋯⋯)이라 불릴 만한 사디즘/마조히즘/지배-복종놀이 등등을 잘 버무렸습니다. 여성이 썼는데 남자의 ‘지배욕망’을 극한까지 반영해 냈구요.


 이 시대의 여성운동 또한 한국적 유교탈레반 결합 ㄸㄸㅇ금지 뷔페미니즘과 전혀 다른 ‘리버럴 페미니즘’ 경향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제 짧은 영어실력으로 구글링 해 봐도) 데끌로의 작품에 대해 여성들이 비방했다는 얘기 같은 건 없네요.


 유럽의 리버럴 페미니즘이 어떤 식으로 문화운동에 참여했는지는 자세히 모릅니다만, 일단 ‘스토리 오브 오’ 자체는 고전명작 반열에 오른 것 같습니다. 사디즘/마조히즘으로 대표되는 지배/복종 성애관계를 제대로 반영했고, 감정묘사와 성애묘사도 매우 뛰어납니다.



 (앞에서도 여담 했으니 여기서도 추가하면) 우리나라 웹소설 사업자들에게 아쉬운 게 있다면, 이런 고전명작 급 야설들을 발굴하여 웹소설화 하는 작업을 안 한다는 겁니다. 10년~20년 된 판타지 소설은 재발굴하는데 19금 고전은 안 나오는군요. 몰라서 안 하는 것 같긴 합니다만 아쉽습니다.


 물론, 지금 재발굴해서 웹소설화 하려면 몇 가지 문제를 넘어서야 합니다. 과거 해적판 번역으로는 안 될 테니 ‘재번역’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먼저 원작자의 가족을 만나 저작권 문제를 풀어야 하죠. 일어/프랑스어 능통한 직원이 현지방문해서 계약 맺어야 하는데⋯⋯ 직원 월급이 더 든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새삼 일어/프랑스어 배워서 저거 번역할 수도 없겠죠. 영어도 안 되는데 무슨 프랑스어까지⋯⋯. GG치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저로서는 ‘고딩 때 읽어본 기억’에 의존해 고전명작을 인용하는 게 한계입니다. 잠재의식 어딘가에는 저 명작의 좋은 표현들이 들어가 있겠지만 그걸 제대로 녹여내고 있는지 의문이긴 하네요.


 여담은 이 정도로 줄이고. 마지막 ‘주목 포인트’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5) 야설작가로서 주목할 포인트


 다크쉘, 풋내기, 스토리 오브 오. 3개의 고전명작 야설(야애니 포함)을 소개했는데요.


 이들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성애묘사 외에 그 이전 감정변화나 주위 상황 설정에 주력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스토리 오브 오 같은 경우에는 변태성욕과 관련된 심리학적/정신분석학적 배경지식도 활용했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BDSM 관련 실제 사례도 반영했을 겁니다.


 이런 작품을 쓰려면, 작가 본인이 단순히 야설에만 집중해서는 안 됩니다. 전쟁공포로 인한 성욕폭발, 순수문학적 감수성, 정신분석학적 배경지식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그 지식을 성애묘사와 버무려야 합니다.


 물론, 웹소설 연재 당시에는 이런 감정묘사/배경지식 부분이 인기 없을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신규연재 편을 보시는 독자님들 입장에서는 ‘에이 무슨 잡소리야.’라고 하시면서 선삭하실 수도 있구요. 자칫하면 완결 전에 심해작으로 가라앉아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좀 길게 본다면⋯⋯.


 19금 야설에도 분명 ‘급’이 있습니다. ‘단순반복 행위묘사에만 치중하는 작품’보다는 ‘등장인물의 감정변화와 상호간 갈등/이해를 다루는 작품’이 더 격조있고 급이 높습니다. 그리고, 더 재밌습니다.


 매일 올라오는 1~2편만 볼 때는 잘 모르겠지만, 완결 후 20~30편을 몰아보고 전체 100편을 다 볼 때에는 분명 ‘다르다’고 느끼게 됩니다. 설정을 잘 짜고 스토리 라인이 있으며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다루는 야설이 훨씬 더 재밌다고 느끼게 됩니다.


 저는 좀 길게 보려 합니다. 당장 오늘 연재분에 야스 붕가붕가 장면이 빠진다 하더라도, 조급해 하지 않고 스토리 다루려 합니다. 순수문학 급으로 올라설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감정묘사에 신경 써 보려 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잘 쓰면 다 통합니다. 무엇보다도 ‘잘 써야’ 하겠죠. 그 또한 제가 감당할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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