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우선,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건 '소설 시나리오'라는 점을 명확히 해 둡니다. 제가 현실 대한민국의 상황에 대해 쓴 글도 링크해 두겠습니다.
https://brunch.co.kr/@0a2c72370ba24fa/174
현실에서는 당연히, 절대적으로,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일이지만... 판타지 급 가상소설 속에서는 [만약 비상계엄 친위쿠데타가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작가로서의 상상력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만 현실에서 이미 더 심한 일이 일어났으니 여기에 살짝 상상력을 덧붙이는 정도는 해야겠죠.
바로 본론 넘어가겠습니다.
2. 본론
(1) 절대권력의 조건
과거에 제가 쓴 판타지 소설에서는 [세계 정복] 설정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주로 주인공 반대편의 악역들이 거대 조직을 만들어서 세계를 지배하는 걸로 전개했었는데요. 홍보를 겸해서(!) 소개하면,
- 네안데르탈 : 각성차원의 지배자
- 어웨이큰 : 분노의 학살자
- 욕망의 거울
등에서 지구를 정복하려는 세력을 출현시켰고, 주인공은 그 세력을 쳐부수는 역할을 맡았었습니다.
이 중 '네안데르탈'에서는 악당 조직의 보스가 직접 '세계 정복의 조건'을 말하기도 했는데요. 단순히 정복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 정복 상태를 유지하고 반란세력을 다 제압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언급하면서 보스 본인은 그 조건을 이미 달성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합니다.
"반란 세력을 진압하고 영원한 최강 권력을 누리려면 뭘 해야 하는지 아나?
답은 간단해. 모든 백성들이 가진 폭력의 합보다 더 큰 폭력을 갖고 있으면 돼. 백성 전체가 들고 일어나더라도 그 전체를 다 죽여서 제압해 버릴 만큼의 폭력. 그럴 힘이 있다면 영원히 정복자로 살 수 있어."
제 작품에 대해 미리 스포일러(...)를 하면,
이 말을 하는 악당 조직의 보스는 '노스페라투'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언데드 뱀파이어로서 그의 말에 100% 복종하는 권속을 잔뜩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정이고, 그 권속 중 노스페라투가 될 수 있는 능력자들은 또 재권속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권속에 재권속에 재재권속까지 제곱비례로 늘어나면 '노스페라투 100만 대군'을 거느리게 되고, 이 단계까지 가면 악당 보스의 생각대로 '백성 전체를 다 죽여서 제압해 버릴 만큼의 폭력'을 보유하게 되겠죠.
한동안 이 설정을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새벽에 전직 법조전문가 검사 출신에 현직 대통령인 작자와 전직 똥별 출신에 현직 국방부장관인 작자가 합동으로 미친 짓을 저질렀다는 뉴스를 보기 전까지는 그러했습니다.
뭐, 현실에서는 저렇게 노스페라투 100만 대군을 거느릴 수 없습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데사이 구다사이 수준으로 분신을 만들 수도 없죠.
현실 대한민국에서는 똥별 나부랭이가 모가지에 힘 뽷 주고 '병사들은 내 말 한 마디에 절대 복종이야! 당장 가서 국회의장 여당대표 야당대표 다 잡아와!'라고 염병하더라도 막상 현장에 투입된 병사들이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적절히 태업하는 걸로 끝. 그렇게 될 거라는 정도도 예상 못하는 똥별과 대통령이 ㅂㅅ인 것이지 병사들은 아무 잘못 없습니다.
다만, 현실에서 거하게 병림픽 했으면 소설가로서는 상상력 발휘해 줘야죠. [비상계엄 성공!] 으로 시나리오 한 번 짜 보겠습니다.
(2) 비상계엄 성공!
가상의 국가 '그레이트 코레'.
이 국가에서 한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된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매우 잘 나가는 기업가였고 바이오(Bio) 산업 쪽에서 때돈을 벌어들여 세계1위 부자에 등극했던 인물이 정치에 손을 대더니 결국 대통령까지 올라간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된 뒤 은밀히 몇몇 장관들을 부른다. 그리고... '비상계엄을 통한 친위 쿠데타'를 제안한다.
대통령과 매우 친하고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한두명의 장관들을 빼고는 당연히 다들 반대한다. 이걸 제정신으로 찬성할 리 없잖아.
바이오산업 전문가였고 기업가였으며 세계1위 부자이기도 한 대통령이 씨익 웃는다. 그러더니 집무실 안쪽에 연결된 방문을 연다.
"허허, 안녕하시오!"
그 방에서 나온 것은... '반대하는 장관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복제인간'들이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바이오산업 설비를 활용해 복제인간 연구를 했고, 정부 요인들을 교체할 복제체를 만들어 뒀다. 그리고 이 복제인간들은 대통령의 말에 절대 복종한다.
"어, 어엇?"
장관들이 당황하는 사이 복제인간들이 총을 빼든다. 곧바로 일제사격.
타타탕!
장관들이 복제인간으로 대체되었다. 그런 다음에는 '비상계엄'이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회에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비상계엄을 해제하려고 한다. 국회의원 보좌관들도 바리케이드를 치고 결사항전 태비를 갖추고 있다.
쨍그랑!
국회의사당 창문이 깨지고 거기로 뭔가 동그란 물체가 떨어진다. 그 물체가 격하게 회전하며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취이이익!
"최루탄이다!"
소싯적에 데모 좀 해 봤다는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호흡기를 막지만 소용없다. 30여 년 만에 최루탄을 먹은 사람들이 눈물 콧물을 쏟으며 무너진다. 그들의 머리 위로 군인들의 곤봉이 내려찍힌다.
빠박! 으직!
"아악! 사람 살려!"
보좌관들이 흩어진다. 스크럼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
그러나 모두가 무기력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소싯적에 데모 좀 했던 의원보좌관 한 명이 매캐한 최루탄 연기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군인의 곤봉에 맞서려 한다.
그 때.
타앙!
시위경력만으로는 '총알빵'을 막을 수 없다. 용기를 냈던 중년 보좌관은 뇌수를 두부처럼 흩뿌리며 국회 통로에 쓰러진다.
"총을 쐈다! 사람을 죽였어!"
"살인마 새끼들아!"
반발하는 사람이 몇 명 더 있지만 이들에게도 자비가 없다. 연속되는 총알빵.
탕! 타당!
"사, 살려줘!"
민주주의보다는 목숨이 더 소중하다. 아니, 목숨보다 민주주의가 더 소중하다는 사람들은 이미 다 죽어 버렸다. 나머지는 도망쳐야지.
살아 있는 보좌관들과 국회의원 전원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군인들은 태연하게 '목표'를 잡아들인다.
짐작하시겠지만, 이 군인들도 복제인간이다. 최강 군인으로 선발된 자들을 그대로 복제하고 뇌수에 전기충격장치를 삽입해 대통령의 말에 절대 복종하도록 튜닝된 복제체들. 이들에게는 감정이 없다. 망설임도 없다. 그저 방해하는 자들은 모두 죽일 뿐.
비상계엄 선포 당일에 국회가 해산된다. 헌법과 법률에는 국회해산권 같은 게 없지만 그냥 물리적으로 해산된다. 다 죽이고 가뒀는데 국회가 열릴 리 없잖아.
비상계엄을 통한 쿠데타 성공. 이제부터 모든 게 대통령 마음이다. 개기면 복제인간 군인의 총알빵을 맞는다.
이 절대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모든 국민이 집단으로 저항하더라도 그걸 다 제압할 수 있는 폭력'을 소유한 대통령에게 맞설 수 있을까?
맞설 방법을 찾아야겠지. 아마도... 복제인간 중 한 명이 그 해결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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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시나리오를 제공해 주신 현직 대통령과 국방부장관께 감사... 드릴 리 없잖아? 미친새끼들 당장 감옥 가!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