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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Dec 04. 2024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이었다니

탄핵은 확정이고 내란죄 처벌까지 갈 겁니다

정치 쪽 발언은 가급적 자제하는 편입니다만... 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한 마디 해야겠네요.


어제 일찍 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는데 아침에 기사를 보니까 어이가 없습니다. 제가 인생 살면서 '이게 꿈이야 현실이야?' 라고 생각했던 게 3번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하나씩 돌이켜보면,


1) 대학교 1학년 여름에 맹장수술을 하고 마취가 덜 풀렸는데 '삼풍백화점 붕괴 뉴스'를 봤을 때


2) 디아블로2에 미쳐서 거의 30시간 넘게 게임하고 지쳐서 잠들었다가 깼는데 '9.11 테러 뉴스'를 봤을 때


3) 그리고 오늘 아침. '밤 사이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가 해제되었다는 뉴스'를 봤을 때


대충 이정도네요.



비상계엄 선포 자체에 중대한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 '전시.사변.기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데, 이 나라가 전쟁에 준하는 비상사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절차적으로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국회 점거부터 시도한 게 근본적으로 치유불가능한 수준의 하자구요.


전직 검찰총장 출신의 법조인이 이걸 모를 리 없습니다. 적어도 제정신이고 법학전공자로서 헌법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오조오억분의 1 확률로도 일어나기 어려운 사건이 바로 어젯밤에 진행되었습니다.



제목에 쓴 대로, 이건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 못하는 수준입니다. 19금 야설 쓰는 하꼬작가보다도 못한 거예요.



더 길게 쓰려면 할 말이 많지만 어차피 관련 기사가 쏟아질 테니 저는 긴 말 안하겠습니다. 명백한 건 두 가지입니다.


1) 탄핵은 100% 확정


2) 내란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 실체적으로 비상계엄 발동 요건이 아닌데도 발동했다는 점, 절차적으로 국무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 결정적으로 국회 점거부터 시도해서 계엄해제 절차를 무력화하려고 했다는 점 때문에 내란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될 것으로 예상



국방부장관이 건의했고 대통령이 수용했다... 둘 다 공모공동정범이겠죠. 계엄사령관을 맡은 인간도 공범이고.


현장에 출동한 군인들은 어찌될지 모르겠네요. 일단 명령을 받았으니 수행하긴 해야 할 것이고, 현장에서 실탄사격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장의 공수부대는 면책될 것 같긴 합니다.



19금 웹소설 쓰다 보면 가끔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 못하고 "이런 저질 콘텐츠가 범람하면 현실에서 모방범죄 생긴다구욧 빼애애액!"을 외치는 인간들을 (간접적으로) 보고 듣게 되는데, 이런 수준의 인간이 현실에서 대통령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 작가들의 상상력은 현실을 뛰어넘지 못하는군요.


웹소설 작가들 분발합시다. 현실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해 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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