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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조작하는 민족에게는 현재도 없다 (하)

독립군과 광복군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by 테서스

(앞 글에 이어서 씁니다.)


(6) 어설픈 국뽕질은 넣어둬 넣어둬


어설픈 지식으로 어설프게 역사정리를 했습니다. 이제 현실을 돌아봐야겠죠.


최근 현실에서 독립군-광복군을 둘러싼 두 가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정율성 공원 사건. 또 하나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사건입니다.


정율성 공원 사건은 '중국공산당 팔로군에서 무장독립투쟁을 한 조선인을 독립군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거기에 더해 '팔로군에서 북한군으로 넘어가 6.25 때 동족상잔을 주도한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도 이어지죠.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사건은 '광복군을 대한민국 국군의 원조로 인정할 경우 다른 독립군 계파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거기에 더해 '이후 소련의 확장주의적 행보가 6.25전쟁으로 이어진다는 걸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사람에게 어떤 평가를 할 것인가'의 문제도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양비론을 싫어하지만 이 두 건에서는 양비론 펼쳐야 할 것 같네요. 아무튼,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정율성 공원 사건 : 이거 조성하고 싶은 586 아재 있으면 니 돈으로 하세요


광주시에서 정율성 공원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비교적 최근에 밝혀졌습니다. 저도 전혀 몰랐어요. 정율성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기념공원을 만든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습니다.


정율성은 공산권에서 군가(軍歌)를 주로 작곡한 음악가였다고 합니다. 반일무장투쟁을 위해 중국으로 넘어간 뒤에는 중국 팔로군 소속으로 활동했고, '45년 이후에는 북한으로 넘어가 북한군 소속으로 활동했죠.


앞에서 쓴 대로 각자의 판단에 맡깁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이름과 무관하게 인터내셔널 공산주의의 일원으로 활동한 사람들을 독립군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독립이 필요없다는데 왜 독립군이라고 부릅니까? 그건 이 무장투쟁운동가 본인들도 싫어할 겁니다. 물론 대부분 사망했으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조선의 독립 따위 작은 일에 연연해 하지 말고 전 세계적인 꼬뮤니즘 인터내셔널을 꿈꾸시오!'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로군 소속 조선인들의 무장투쟁운동을 '독립운동사'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있을 수 있습니다. 반일무장투쟁과 독립운동은 서로 범주가 다르지만 얼추 비슷하긴 하죠. 아나키즘(무정부주의)과 꼬뮤니즘(공산주의)이 서로 다르고 가끔 서로 죽여대기도 했지만 캐피털리즘(자본주의) 입장에서는 대충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정율성을 비롯한 팔로군 소속 조선인들이 '반일 무장 투쟁'을 했다는 건 엄연한 진실이고 그에 상응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는 건 맞는 말입니다. 그 뒤에 6.25를 시작했다는 병크가 있었고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대적 배경을 감안해서 보긴 해야 할 거구요. 최소한 기록은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기록해 두는 것'과 '공원을 만들어 추모하는 것'은 다릅니다. 사람의 공적과 과오를 가감 없이 기록하여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는 것과 공원을 만들어 꽃을 바치고 기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북한 쪽이 흡수한 팔로군의 역사를 '통일을 전제로 한 한민족 전체 관점'에서 알아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 역사의 인물들을 추모하고 숭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팔로군 소속 조선인들의 활약상은 그것대로 기록하고 존중하면 그만입니다. 이후 북한군으로 변신해 남쪽에 선제공격을 날린 그들을 위해 공원을 만들 필요는 없어요. 최소한 북한군에게 희생된 사람들이 있고 그 침략에 맞서 싸운 역사가 있는 땅에서 국민의 세금을 써 가며 공원을 만들어 줄 이유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국민의 세금은 그런 데에 쓰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원균의 후손이라는 미친 국개새끼가 더더욱 미쳐서 시 예산으로 원균 미화 시설을 건립하는 게 당장 때려 죽여야 될 뻘짓인 것처럼, 국가 예산으로 북한군 소속 인물을 추모하는 공원을 세우는 것 또한 당장 금지시켜야 할 일입니다.


민족 통일이 헌법상 의무인 건 맞습니다만 그 헌법상 의무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겁니다. 586 아재들이 젊었을 때 통일운동 했다고 해서 현재의 젊은이들 세금으로 민족통일운동에 꼬라박는 게 정당화되지 않아요. 586 아재들의 어설픈 국뽕질에 젊은이들의 세금을 투입할 이유는 없단 말입니다.


팔로군 소속 조선인들의 무장투쟁운동을 숭상하고 구체적인 추모공간을 건립하고 싶다면. 니들 돈으로 하세요. '양키고홈 미제타도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던 586 아재들이 기부금 내서 만드세요. 세금에 빨대 꽂을 생각 하지 말고.



정율성 공원 사건에 대한 제 의견이었습니다.



2)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사건 : 이거 하고 싶은 똥별 나부랭이는 니 재산 다 기부하고 12년 동안 백의종군 하세요. 똥별 지원자 포함


정율성 공원 사건이 대대적으로 이슈가 되고 난 지 얼마 후. 병림픽도 좌-우 균형을 맞춰야 된다는 듯 또 하나의 뻘짓이 터집니다. 육사 내부에 있는 여러 독립군-광복군 장군 흉상 중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콕 찍어 외부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이 공개된 거죠.


1920년대에 홍범도 장군이 소련으로 넘어갔다는 것, 그 곳에서 무장해제를 당했다는 것, 무장해제를 거부했던 다른 독립군 부대와 알력이 생겨 이후 암살당할 뻔 했다는 것 모두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리고 소련이 1945년 이후 공산주의 세력의 맹주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대립하고 결국 6.25의 배후가 되었다는 것 또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1945년 8월까지 소련과 미국이 같은 연합군 소속이었고 공동으로 나치독일과 일제에 맞서 싸운 것 또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 이전에 일본이 1차대전의 승전국으로서 미국 영국 프랑스 모두 일본의 식민지 문제에 간섭하지 않으려 할 때 오로지 소련만 식민지 조선의 인민들을 받아들여 줬다는 것 또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1909년 경술국치 이후 약 12년 이상 만주벌판에서 야영하며 일신의 영달을 포기하고 무장독립투쟁을 전개했던 수천명의 독립군이 있었고, 홍범도 장군은 그 독립군을 지휘하던 사령관 중 한 분이었다는 것 또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놓은 대한민국 교과서에서는 30~40년대 팔로군 소속 조선인의 활동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려 하지만, 20년대 초반 독립군의 활동은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해 왔습니다. 청산리 대첩과 봉오동 전투에 대해서는 '위대한 승리'로 격찬을 하죠. 이렇게 교육한 게 최소 50년 이상 되었을 겁니다.


당연히 김좌진 장군과 홍범도 장군은 많이 알려졌습니다. 전 국민이 한국사를 필수로 배우는데 교과서에 이름이 나오면 다들 알 수 밖에 없죠. 짧은 무장독립투쟁사에 위대한 승리라고 할 만 한 게 2건 뿐이었으니 더더욱 잘 알게 되었습니다.


광복군만 따로 분리해서 보면 '한줌단'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으니 어떻게든 1920년 무장독립투쟁사까지 끌어들이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홍범도 장군과 김좌진 장군을 많이 띄웠습니다. 그렇게 해야 민족적 자긍심을 조금이나마 고취시킬 수 있었으니 띄워 준 것도 있지만, 그 정도로 활약을 하셨고 12년 이상 천리타향에서 고생하며 싸웠던 희생정신을 본받을 만 하니 띄워 준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띄워 준 다음에 갑자기


1) 1920년 당시에는 6.25와 아무 관련이 없었고 오히려 조선인을 도와 주는 유일한 우호세력이었던 소련으로 넘어갔다

2) 소련으로 넘어갔으니 공산주의자다

3) 광복군을 정신적 원조로 모시는 국군 육방부 장교들에게 공산주의자 흉상을 전시해 놓는 건 좋지 않다


는 희대의 개소리를 시전하면서 흉상을 들어낸다? 제정신입니까?


아니 1920년대 초반에 30년 후를 예측해서 소련이 6.25의 배후세력이 될 거라고 어떻게 예상합니까? 홍범도 장군이 노스트라다무스예요?

공산 소련 아니면 조선독립군을 받아 줄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는데 소련으로 넘어간 걸 100년 후에 문제삼는 이유가 뭡니까?

광복군만 국군의 원조예요? 대한민국 한국사는 똥구멍으로 읽었습니까? 중고딩이 다 배우는 교과서의 무장독립투쟁사는 뇌가 녹아서 잊어버렸어요?



어설픈 국뽕질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팔로군의 조선인 활동을 독립운동으로 끌어들이려다 6.25 전쟁의 주범을 추모하는 것과 맞먹을 만큼 심각한 부작용을 낳습니다.


홍범도 장군은 본인의 영달을 포기하고 천리타향 만주에서 12년 이상 싸워 오신 분입니다. 재산을 모으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고 마음 편히 잠든 날도 며칠 없었을 거예요. 그렇게 싸워서 봉오동 전투를 치렀고 전술적 승리를 거둔 지휘관이기도 합니다.


이런 분을 대한민국 무장독립투쟁사에 당당히 이름 올려 놓았다가 나중에 뺀다?

대한민국 육방부 장교들은 한 줌도 안 되는 광복군을 원조로 섬기니까 1920년대 독립투사를 빼도 모두 무뇌충처럼 개같이 충성할 거다?


천만에. 꿈 깨세요. 니들 똥별의 똥 같은 생각으로 MZ세대 장교들을 세뇌시키려고 해 봐야 씨알도 안 먹힙니다.


똥별들이 아무리 개소리를 시전하고 정훈장교들을 들볶아 정신교육 교재를 만든다고 해도 '광복군 최대 700명'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당장 정신교육 교재에서 뺀다고 해도 인터넷이 발달한 이 시대에 손가락 몇 번만 까딱하면 광복군 숫자 다 나오는데 밑장빼기로 숫자 지우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어? 광복군 1개 대대 병력 수준밖에 안 되네? 한줌단으로 무슨 독립 광복을 이루겠나. 대한민국 국군의 원조 조낸 빈약하구나.' 라는 생각이 연탄까스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독립군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독립군~광복군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테크트리를 구성하기 위해 봉오동 전투를 '위대한 승리'로 띄워 놨는데, 여기서 봉오동 전투를 삭제해 놓고 광복군 설립자 이범석 장군만 존경해라? 똥별 니들이나 그렇게 하세요. 아래 장교들이 니들을 따라갈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을 겁니다.


그 아래 병사들은 더더욱 심하겠죠. 프래깅(Fragging)을 조심하세요. 실전 터지면 어디선가 날아오는 총알이 적군의 조준사격인지 아군의 유탄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아군의 조준사격일 수도... 있겠죠?



정 하고 싶다면 똥별 니들이 모범을 보이세요.


홍범도 장군을 대신해 니들 본인이 존경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세요. 지금 갖고 있는 재산 싹 다 기부하고 월급은 혼자 밥 먹을 정도로만 받고 병사들과 함께 야영하면서 12년 동안 빡빡 굴러 보세요. 그런 다음에 홍범도 장군 흉상 들어내겠다고 하면 그건 인정해 주겠습니다.


못해? 못하면 군생활 끝나냐?



이상,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시도 사건과 관련한 대한민국 만기전역자의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



(7) 각자의 판단


위와 같이 제 개인적인 의견들을 정리했습니다만, 당연히 이건 제 생각일 뿐입니다. 이걸로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건 아니고 설득하기 위해 솔선수범할 수도 없어요. 정율성 공원에 기부금 내지 않을 것이고 홍범도 장군처럼 제 인생을 포기하며 조국을 위해 충성하지도 않을 겁니다.


좌파/우파, 진보/보수 무슨 용어를 쓰든 각자에게는 각각의 생각이 있습니다. 그 생각 중 일부는 타인을 설득할 만한 것일 테고 또 일부는 씨알도 안 먹히는 헛소리겠죠. 사람이 꼭 좋은 생각만 하고 살 필요는 없으니, 헛소리 같은 생각 한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 없으면 괜찮습니다.


각자 잘 판단하면 그만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로남불'이나 '남의 돈으로 생색내기'나 '쥐꼬리만한 권한을 남용한 뻘짓'만 안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뻘짓 안 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정치인이나 똥별군인이나 기타등등 권한을 가진 인간들은 더더욱 뻘짓의 유혹을 심하게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인간들은 최대한 빠르게 솎아내야겠죠. 최대한 빠르게.



이번 글은 상-중-하 로 좀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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