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오늘은 좀 엽기적인 소재로 소설 시나리오 하나 읊어 보겠습니다. 25년 1월 17일 기준으로 방금 생각난 소재입니다.
인피(人皮). '사람의 가죽'입니다. 딱 듣기에도 그리 바람직한 소재는 아니죠. 잘 팔릴 것 같은 소재도 아니구요.
하지만, (늘 그렇듯이) 저는 상업적 성공에 연연해 하지 않고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소설 씁니다. 조회수가 0이면 모르겠지만 최저점 찍는 소설도 한두 달 올리다 보면 조회수 1은 나오고, 그 한 분의 독자님을 위해서라도 일단 연재 시작하면 완결까지 갑니다.
서론은 짧게 써야죠. 대략
(1) 기존에 '인피'를 등장시킨 작품
1) 서산대사와 사명당
2) 아즈텍, 잉카, 마야
3) 명작영화 '양들의 침묵'
4) 최근 나왔다는 출처미상 판타지
(2) 내 작품에 인피를 쓴다면
(3) 소설 시나리오
순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2. 본론
(1) 기존에 인피를 등장시킨 작품
1) 서산대사와 사명당
제가 어릴 때 처음 인피(人皮. 인간가죽)에 대한 표현을 접한 건... 의외로 불교 쪽 스님들을 찬양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이끌고 맹활약하셨던 고승 '서산대사'와 '사명당'에 대한 작품이었죠.
이것도 아이러니(Irony)라면 아이러니입니다. 살생을 금지하고 대자대비 부처님을 섬기는 게 스님들이시고, 그 스님들 중에서도 특히 덕망이 높고 국란 사태에서 의병활동까지 하신 영웅이신 분들을 찬양하는데 난데없이 사람가죽이라니. 세상에 이런 일이.
뭐,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긴 해야 합니다. (당시 이 작품을 읽던 꼬꼬마 국딩 시절에는 몰랐지만) 대략 이 작품은 임진왜란 직후 상처입은 백성들의 정신적 대리만족을 위해 쓰여진 작품이고, 그런 만큼 전쟁영웅들의 활약상이 어마무시하게 과장되어 표현되었습니다. 대략 병자호란 이후 가상복수극을 펼친 '임경업전'이나 '박씨부인전' 급의 대리만족 판타지 소설인 거죠.
판타지 소설인 만큼 등장 인물들의 무공(!)이 탁월합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을 섬기시는 서산대사와 사명당 두 분이 무예수련을 하는데 칼로 날아가는 파리의 날개를 베는 게 기본(...)이에요. 님들 좀 짱인 듯.
아무튼 이 탁월한 무공 보유자 스님들께서 활약하신 덕분에 임진왜란은 가뿐히 진압됩니다. 그 다음에는 왜군을 겁박해 굴욕적인 강화조약을 맺도록 해야겠죠.
사명당 스님께서 조선의 외교특사로 일본에 가는데, 파리날개베기 정도는 기본빵으로 하시는 분이어서 도술+요술로 왜군들을 농락해 줍니다. 소림사 18동인 따위는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예요. 반지의 제왕 사우론이 와도 즈려밟을 것 같습니다.
이 도술+요술 쇼 끝에 일본인들이 항복하고 강화조약을 체결할 때 비로소 인피(人皮)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명당 스님께서 일본 측에 요구한 강화조약 조건인데...
[~매년 손상된 흔적이 전혀 없는 인피 300장을 바쳐라.] 라는 조건이 나옵니다.
꼬꼬마 국딩 때 이 조건을 보고 나름 충격 받았습니다. '아니 C발 베니스의 상인에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심장 반 파운드 파내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 껍데기를 벗기는데 손상된 흔적이 없을 수가 있지? 도대체 어디로 근육 내장 기타등등 파내는 거야? 게다가 이걸 스님이 요구한다고? 스님은 대자대비한 거 아니었어?'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왔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집트 신관들이 미라(Mummy) 만들 때처럼 콧구멍 눈구멍 똥구멍을 활용하면 될 것 같긴 합니다. 콧구멍으로 갈퀴 집어넣어서 뇌를 꺼내고 / 눈구멍으로 분쇄기 집어넣어서 뼈를 잘게 다진 뒤 꺼내고 / 똥구멍으로 대충 이상한 거 집어넣어서 내장을 뽑아내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은덕(?)... 일까요?
인권 개념이 없던 시대에 나온 작품이고 당시 조선 땅의 조상님들이 왜놈이라면 이를 갈던 시절이었다는 걸로 대충 이해해 줍시다. 다음 넘어가겠습니다.
(2) 아즈텍, 잉카, 마야
소제목에 '작품'이라고 썼는데... 이건 작품이 아니고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사항이긴 하네요. 아직 논쟁이 있긴 하지만 역사의 영역이긴 합니다.
기존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아즈텍/잉카/마야 모두에서 광범위한 인신공양 및 식인(食人)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아즈텍은 '10만이 넘는 두개골로 쌓은 탑(塔)'이 발견되었다는 얘기도 있죠. 아즈텍 내부적으로 사람고기를 파는 정육점이 있었고 다들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물론 이에 반박하는 학설도 많습니다. 일단 그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람을 잡아먹으면 체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고, 남아메리카 일대에도 대형 동물이 살아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어렵지 않은데 굳이 효율이 나쁜(!) 인간을 먹어야 하느냐 등등 반론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인신공양이 많았던 것 자체는 사실로 인정되는 것 같습니다. 인신공양을 넘어 사람고기를 주식(主食)으로 삼았느냐가 논쟁거리일 뿐, 인신공양이 남아메리카 문명의 주요 제사의식에 포함되어 있었던 건 빼박캔트 트루인 듯 하네요.
그리고... 인신공양을 하면 그 부산물(?)을 활용하긴 해야 합니다. 여기서도 인피(人皮)가 등장하죠.
아즈텍/잉카/마야에서는 [사람가죽을 이용한 북 또는 나팔]을 썼다고 합니다. 사람 껍데기를 벗기고 빈틈을 다 메꾼 뒤 안에 바람을 불어넣어 크게 부풀리는 방법으로 북이나 나팔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사람가죽 북을 두드리거나 그 나팔을 불면 소리가 잘 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의 크기 한계가 있으니 소가죽 북보다는 소리가 작을 것 같긴 합니다만... '심리적 위압 효과'가 크겠죠. 니들 함부로 개기면 껍데기 벗겨져서 북 된다, 뭐 이런 느낌적인 느낌?
이게 창작물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게 상당히 엽기적입니다. 다시 창작물로 돌아가 보죠.
3) 명작영화 '양들의 침묵'
양들의 침묵. 무서웠습니다. 13분인가 16분인가 아무튼 엄청 짧게 출연한 안소니 홉킨스 옹(翁)이 무려 '남우주연상'을 받을 만큼 열연을 펼쳤고, 나중에 드래곤볼 인조인간 18호의 모델이 되는 조디 포스터도 신참 FBI수사관 역할에 맞춰 미모를 뛰어넘는 연기력을 보여 줬습니다.
주인공들의 포스가 워낙 강해서 처음에 무슨 사건을 수사했는지 가물가물한데... 잘 생각해 보니 여기도 사람가죽이 등장했었습니다. 미녀들만 잡아서 가죽을 벗기고 그걸로 옷 만드는 개싸이코(...)가 등장했고, 이 흉물을 잡기 위해 나선 신참 FBI 수사관이 지존 킹왕짱 싸이코 '한니발 렉터'를 만나 조언을 구한다는 게 영화의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킹왕짱 싸이코 한니발의 포스가 너무 크긴 합니다만, 미녀들의 사람가죽으로 옷 만드는 싸이코도 절대 만만하지 않습니다. 미녀 FBI 수사관 조디 포스터가 잠시 위기에 처하죠. 물론 주인공보정으로 승리하고 범인을 잡아내긴 합니다만.
다음 소개할 작품은 제목을 모릅니다. 저도 어디 유머게시판 같은 데서 관련 내용만 본 거라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4) 최근 나왔다는 출처미상 판타지
중세~근대 배경 소설에 가끔 양피지(羊皮紙)가 등장하곤 합니다. 말 그대로 '양 가죽으로 만든 종이'죠.
양(羊)은 주로 털을 얻으려고 키우는데, 양털을 깎을 만큼 깎으면 잡아먹기도 합니다. 양꼬치엔 칭XX가 한때 유행이었죠;;
그리고, 털을 깎아낸 양 가죽은 무척 얇게 가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얇게 잘 펴면 종이 비슷한 재질이 되고 거기에 펜으로 글을 써도 잘 보관된다고 합니다. 저도 써 본 적이 없지만 중세~근대 배경에서 양피지가 고오급 종이 대용품으로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꽤 괜츈한가 봐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판타지 마을에는 양(羊)이 한 마리도 없는데 양피지를 씁니다. 특히 교회 쪽에서 고오급 책자를 만들 때 양피지를 많이 쓰나 봐요.
주인공 일행은 처음에 별 생각이 없다가 문득 '양이 없는데 어디서 양피지를 구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교회에 있는 사제는 '무역으로 얻은 건 아니다.'고 대답하죠.
주인공 일행이 떠나려 할 때. 사제가 인사를 합니다.
"잘 가시오. 어린 양들이여."
이 마을의 양피지는 양피지가 맞지만 동시에 양피지가 아니기도 합니다. 이 마을에서 키우는 '어린 양'은 생물학적으로 양(羊)이 아니고 비유적인 의미의 양이거든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2) 내 작품에 인피를 쓴다면
인피(人皮)에 대해 이런저런 엽기작품들을 살펴봤는데, 중요한 건 '모방을 통한 새로운 창조'겠죠. 이 테마를 잘 응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제가 우연히 '변신'을 읽게 되었습니다. 실존주의 문학의 대가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으로, 주인공이 어느 날 거대한 갑충류(아마도 바퀴벌레)로 변신하게 되어 가족들에게 다구리(!) 맞는 내용입니다;;
인피 관련 작품과 카프카의 변신을 결합한다면...
인피를 통해 변신능력을 얻는 테마가 좋겠죠. (구체적인 사람명을 거론하기는 좀 그렇지만) 리즈시절의 정X성 장X건과 맞먹을 만한 남자조각상 차X우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물론 소설로 쓴다면 적절히 잘 변형해서 창작물이라는 점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악역 사람가죽옷 제작자 설정에 구미호 전설을 합쳐 봅시다.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아즈텍-잉카 쪽에 나오는 인피 북/나팔도 나올 수 있을 것이고, 인피를 다른 존재에 입혀서 펫(Pet)으로 부린다는 설정도 가능하겠죠.
엽기 잔혹 테마.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3) 소설 시나리오 : 인피(人皮) 입는 변신술사
주인공 A는 설거지 당한 퐁퐁남.
(또 한 번 강조하지만 퐁퐁남이 혐오표현이라고 빼애액거린들 뭐 어쩔티비. 내가 쓰고 싶으면 쓰는 겁니다. 읽기 싫은 분들은 읽지 마세요. 저기 가서 원홀투스틱 장내배뇨 BL이나 보시면 되겠네요.)
A는 이혼당한 지 꽤 오래 지났고 어느새 나이가 많아졌다. 이혼당할 때 반갈죽 당한 재산은 회복되지 않았고 나이가 많아지며 회사에서는 희망퇴직 당해버렸다.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중형세단을 유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A는 자신의 중형세단을 팔아치운다. 자존심 가격으로는 1억원 이상이지만 현실의 거래가격은 천만원도 안 된다. 그 괴리감을 메꾸려는 듯 A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낡은 양복을 입고 뚜벅이로 걸어가며 눈물을 흘리는 남자. 무너져 버린 자존심과 약해져 가는 몸에 짓눌려 허우적거리는 남자.
A의 발걸음은 어느새 '한강'으로 향한다. 누군가에게는 노벨문학상 작가의 영광된 이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짙은 어둠 아래에 파묻히는 종말의 이름인 곳, 그 곳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간다.
그런데... 한 묘령의 여인이 A에게 말을 걸어 온다.
"저기요.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여인의 나이가 젊고 야릇한 향기가 나며 매우 날씬하다는 것 등등 다양한 설명을 할 수 있지만 결론은 단 두 글자로 요약된다. [예뻐].
자존심 중형세단을 팔아치운 돈으로 최소 6개월 이상 버텨야 하지만. 직장을 잃은 A에게 지금 가진 천만원 안 되는 돈은 목숨줄이지만.
그까이거 목숨줄 하룻밤에 태워버려. 설거지 당한 퐁퐁남이 10여 년 만에 미녀를 만났는데 그깟 생활비가 문제냐. 다 꼬라박아!
A는 미녀에게 홀려 버렸고, 곧바로 함께 한다. 그리고 그 날 밤.
스릉!
"끄아악!"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고 A의 간(肝)을 파내려는 여인. 이 여인은 '구미호'였다. 늙다리 A를 꼬신 것도 결국 간을 빼먹으려는 것이었다.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미녀 앞에서 간이든 쓸개든 다 빼 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진짜로 간을 파먹힐 상황이 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A는 극렬하게 저항한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늙다리 중년남이 구미호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A는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다.
그 때.
콰아앙!
나이는 많아 보이지만 근육이 장난아니게 발달한 스님 한 분이 모텔로 쳐들어왔다. 스님께서 모텔까지 들어오는 게 이상하지만 일단 구미호만 잡아 주면 땡큐베리감사.
"이 요망한 것!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늙은 땡중이 집요하구나! 이제 좀 포기해! 내가 인간 되면... (대충 19금 대사 생략)"
"닥쳐라!"
구미호와 노승의 맞짱. 그 동안 우리의 주인공 A는...
도망쳐야지. 36계 중 제일은 빤쓰런. 전력을 다해 도망쳐야 한다.
A는 도망치는 와중에도 구미호 여인이 갖고 있던 고오급 핸드백을 훔친다. 아니 훔쳤다기보다는 아까 화대로 지급한 돈을 회수한 거다. 돈을 가져갔을 뿐인데 고오급 핸드백이 따라온 것 뿐이야. 훔친 건 아니라구.
어어, 그런데... 가방에 이상한 게 있네? 파르스름한 구슬 하나에... 인피(人皮)?
흠집 없는 인간 가죽이 들어 있다. 남자 가죽 두 장, 여자 가죽 한 장. 아마 여자가죽도 두 장이었는데 구미호가 하나 입고 있어서 다른 하나만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구미호의 여우구슬과 인피 석 장을 얻었다.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A는 호기심에 남자 인피를 입어 본다. 여우구슬은 손에 들고 있어야겠지.
그리고...
"어어? 변신했어?"
이 남자가죽의 주인공은 엄청 키 크고 잘생기고 마른근육질로 멋지구리한 남자였다. A가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거면 설거지 퐁퐁남의 서러운 인생을 싹 갈아엎고 재시작할 수 있다. 여우구슬과 사람가죽의 조합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한계가 있겠지.
- 원래 구미호가 아닌 '평범한 인간'이 여우구슬의 힘으로 사람가죽을 쓰고 변신한 이상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다. 오래 입고 다니면 사람가죽이 썩어서 이상하게 된다. 주기적으로 새 가죽을 구해 줘야 한다.
- 구미호를 때려잡는 스님이 언제든 A를 찾아올 수 있다.
- 구미호 본인도 A를 노린다.
A는 이 한계를 극복하고 회피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여자 가죽을 이용해 평범녀들을 미녀로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럴려면 여자 가죽을 흠집 없이 벗겨내야 하고, A 본인도 주기적으로 남자 가죽을 벗겨야 한다.
엽기 잔혹 빌런주인공 소설 인피(人皮). 언젠가 쓸 겁니다. 언젠가.